모바일 앱 개발사는 결제시스템 선택권이 없다
지난 4~5년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막을 내리고 있다. 승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80% 안팎에 달한다. 구글을 제외하고는 애플만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독점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독점 역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피해는 플랫폼 지배자로 인한 경쟁제한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던 모바일 시장은 구글의 독점으로 인해 레드오션이 돼 가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모바일에 공정경쟁을 허하라’는 주제의 특별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
[기획/모바일에 공정경쟁을 허하라] ③결제의 독점
#1
유명 모바일 게임업체 A사는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사 게임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사라진 것이다. 앱 내부 결제(In App Purchase, 이하 IAP)에 구글 결제 시스템이 아닌 다른 결제 시스템을 사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면 결제 수수료가 훨씬 저렴함에도 이 회사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구글 결제시스템을 이용해야 했다.
#2
유아용 동화 및 애니메이션 앱을 개발하는 B 출판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구글 플레이에서 앱이 삭제됐는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결제시스템 때문이었다. 휴대폰 결제 시스템 등은 수수료 10% 안팎이면 되지만, 구글 플레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글 결제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했다.
구글과 애플은 IAP의 결제 시스템을 자사의 것으로 강요한다.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하면 이들의 앱마켓에 애플리케이션을 올릴 수 없다. 플랫폼의 지배력으로 결제시스템을 강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과 달리 구글이 처음부터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강요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정도까지만 해도 앱 개발사들은 결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었다. 힘이 약할 때는 개방적 태도를 취하다가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iOS를 압도하고 플랫폼 독점에 이르자, 앱 개발사로부터 선택권을 빼앗은 것이다.
플랫폼 독점사업자인 구글이 자체 결제시스템을 강요함에 따라 생태계에는 부정적 악영향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카카오의 가상화폐인 ‘초코’의 경우 2011년 이전까지 다날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 충전했다. 또 휴대폰·상품권 소액 결제도 가능했다.
그러나 2012년 구글의 결제시스템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과거에 비해 세 배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됐고, 다날은 큰 고객사를 잃었다. 상품권 업체들의 기회도 상실됐다. 비자 등 해외 신용카드만 결제되기 때문에 BC카드와 같은 국내 신용카드 업체도 손해를 입었다. 이들의 손실은 모두 구글의 이익으로 전환됐다.
한 결제대행(PG) 업체 관계자는 “4~5년 전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기대를 갖고 투자를 진행했지만, 결국 구글과 애플만이 모바일 결제 시장의 승리자가 됐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같은 구글의 행위가 공정거래 원칙 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IAP 결제시스템 강요에 대해 경쟁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구글이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제시스템을 강요하는 것은 안드로이드를 통한 수익의 대부분이 IAP를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앱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앱애니(App Annie)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 전체 매출의 98%가 부분유료화(freemium)를 통해 발생하는데, 이는 곧 IAP 이용을 의미한다.
국내 대표 게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어떤 게임업체는 구글의 결제시스템을 우회하려고 했다가 그 회사의 모든 게임을 구글 플레이에서 퇴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면서 “결제에 관한 한 구글의 태도가 갈수록 단호하고 강력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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