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EUV 노광 장비 성능개선 요원?… IBM·ASML 검증 결과 의혹

한주엽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포토리소그래피) 장비의 성능 테스트 결과에 오류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SML은 최근 고객사(IBM)의 테스트 결과를 인용 “1일 637장 규모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지만(관련기사) 실제 노광 공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12일 EE타임스는 반도체 컨설팅업체 세미컨덕터어드바이저의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메르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IBM의 EUV 노광 테스트 결과가 정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메르 CEO는 “IBM은 웨이퍼에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도포하지 않은 상태에서 EUV 노광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웨이퍼에 회로 패턴이 새겨지지 않았으며, 이는 정상적 노광 공정을 수행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IBM은 지난 7월 ASML의 EUV 노광 장비인 NXE3300B를 활용해 44와트(W) 광원으로 시간당 34장, 하루 637장의 웨이퍼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 이후 ASML의 주가는 14%나 급등했다. 메르 CEO는 “주가 상승을 보면 알 수 있듯 IBM과 ASML이 (의도적으로) 좋은 소식을 만들어낸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댄 콜리스 IBM 리소그래피 연구개발(R&D)팀 매니저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NXE3300은 고성능에 조작성도 우수하기 때문에 이미징 성능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그간 EUV 장비의 상용화를 가로막았던 문제는 광원 에너지 부족이었는데, IBM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ASML이 단기 목표를 달성했다는 데이터를 업계 최초로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광은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뜻한다. 현재 20~40나노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노광 장비는 193nm 파장을 갖는 불화아르곤(ArF)에서 한 단계 발전한 이머전 ArF다. 반도체 회로 선폭을 10나노대로 줄이려면 파장이 보다 짧은 EUV 노광 장비가 필수적이다. EUV는 파장이 13.5nm인 극자외선을 활용해 보다 미세한 회로 패턴을 웨이퍼에 형성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EUV 노광 장비는 광원 에너지 부족으로 웨이퍼 처리량이 양산 라인에 설치돼 있는 이머전 장비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다. 반도체 소자 업계에선 EUV 노광 장비가 시간당 100장 이상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어야 양산 라인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ASML은 장기 개발 로드맵 발표를 통해 2016년 경에는 자사의 EUV 노광 장비가 시간당 125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덜란드 ASML은 반도체 노광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최근 EUV 노광 장비의 성능 개선 이슈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어플라이드와 램리서치 등 식각, 증착 장비를 다루는 장비 업체들은 성능이 개선된 EUV 노광 장비가 되도록 늦게 나오길 기대한다. 기존 이머전 장비로 20나노, 10나노대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노광 공정을 두 번 혹은 세 번 실시하는 더블패터닝, 쿼드패터닝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이럴 경우 식각, 증착 장비 수요는 늘어나게 돼 있다. EUV 장비의 성능 개선이 더딜수록 이들 경쟁 장비 업체들이 수혜를 보는 구조다. 이미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이 같은 다(多) 패터닝 공법으로 EUV 노광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7나노의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상용 EUV 노광 장비의 대당 가격은 15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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