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표류, 정부가 ‘자초’…방통위·미래부, 밥그릇 챙기다 ‘엇박자’
- 최성준 위원장·최양희 장관 현장방문, 소관 업무만 관심…소비자·업계, 불만 확대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이 각각 지난 1일과 10일 휴대폰 판매점 밀집 상가를 순시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지난 1일 시행한 것과 무관치 않다. 단통법은 두 부처 소관이다.
단통법은 시행 초반임에도 불구 동네북 신세다. 시행 직전까지 고시 때문에 내홍을 겪었다. 분리고시 무산 탓이다. 분리고시는 제조사와 통신사 지원금을 개별 공지하는 것이 핵심.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치 못했다. 삼성전자와 기획재정부가 반대했다.
시행 10일째 소비자도 통신사도 제조사도 유통점도 뿔이 났다. 소비자는 기대만큼 지원금이 높지 않아 불만이다. 통신사는 지원금이 적은 것에 대해 통신사 탓만 해서 불만이다. 제조사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해서 불만이다. 유통점은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불만이다.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이 급거 기자간담회를 열어도 미래부가 1주일 성과를 그럴싸하게 발표해도 비판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원래 법은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만든다. 단통법도 마찬가지다. 단통법은 지원금을 투명화 해 이동통신과 휴대폰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자면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제도에 적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법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단통법 시행 초기 비판 여론과 불만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 크다. 방통위 미래부의 조급증과 엇박자가 일을 키웠다. 특히 최성준 위원장과 최양희 장관의 입이 문제였다. 방통위가 먼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서자 미래부도 따라 나섰다.
최성준 위원장은 1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지원금은 통신사가 정하는 것이라 할 말은 없지만 지원금이 기대보다 낮아 통신사가 이익만 남기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다”라며 “최신폰의 경우 지원금 대신 받는 요금할인보다 낮은 사례도 있다”라고 통신사가 방통위가 정한 최대액에 못 미치는 지원금을 주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1일은 단통법 첫 날이다. 지원금은 한 번 정하면 1주일을 유지해야 한다. 수시로 바꿀 수 있던 예전과 다르다. 또 신규 및 번호이동 위주로 줄 수도 없다. 전체 가입자를 줘야한다.통신사와 제조사는 시장을 둘러보고 전략을 수립할 시간이 필요하다. 대신 추가 요금할인을 첫 날부터 12%가 적용됐다. 지원금 부족보다 요금할인을 시작한데 의미를 둬야했다. 하지만 요금할인은 미래부 소관 지원금은 방통위 소관이다. 지원금보다 요금할인이 돋보이니 최 위원장 맘에 들리 없다.
단통법은 지원금을 많이 주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다. 가계 통신비 인하가 목적이다. 가계 통신비 인하는 지원금보다 출고가 인하와 요금할인이 적절하다. 그러나 최 위원장 발언으로 낮은 지원금이 부각되며 단통법은 뭇매를 맞았다. 방통위가 지원금 경쟁을 부추긴 셈이다. 지원금은 지엽적 문제다. 지금은 단통법이 놓친 부분이 없나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최양희 장관도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 장관은 10일 태블릿을 가지고 와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으로 이동통신상품에 가입했다. 판매점도 둘러봤다. 다만 정해진 일정과 문답 외 현장의 소리는 듣지 않았다. 최 장관은 “‘단통법 취지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명하고 정상적으로 시장이 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유통점이 잘 해줘야 단통법이 빨리 정착할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 상인들은 반발했다.
당연하다. 이미 지원금이 기대 이하라는 인식이 강하고 이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 상대에게 대의명분을 설명해봐야 이해할리 만무하다. 정부가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는 인식만 심어줬다. 미래부가 담당하는 요금할인과 중고폰 활성화는 기기 판매 수익 중심인 판매점에겐 악재다. 장관이 돌아간 뒤 상인들은 기자들에게 이런저런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 불만 대부분은 방통위 소관 업무다. 미래부는 혹 떼러 왔다가 모양만 빠졌다.
한편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동안 단통법은 표류 중이다. 법의 허점을 노린 상술이 판을 친다.
미래부 중점 항목인 중고폰 활성화는 덫을 만났다. 3세대(3G) 가입자는 온전한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3G 가입자가 이용하면 조건 불문 요금할인을 받을 수 없다. 최신형 제품이 대부분 LTE폰임을 감안하면 3G 가입자는 요금할인 제도 자체가 그림의 떡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네트워크 진화에 따른 가입자 전환 때문이라는 통신사의 소명을 들은 상태”라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이유여서 상황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방통위 중점 항목인 지원금 문제는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 세 불리기에 악용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본사 대비 최대 3배 지원금을 더 주고 있다. 받을 수 있는 돈과 요금제를 감안하면 미디어로그의 지원금은 단통법 이전 과열 상황과 다를 바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상한액 30만원을 넘지 않았으면 문제될 것 없다”라며 “본사와 알뜰폰 자회사 지원금 차이는 별도 사안”이라고 말했다.
둘 다 불법은 아니다. 3G 가입자가 LTE폰을 쓸 경우 요금할인에서 제외해도 되는 점은 통신사 약관에 있다. 미디어로그는 최대 30만원 조항을 지키고 있다. 지원금과 요금제 상관관계와 비례성 원칙은 알뜰폰은 예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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