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비정규직 노조 “진짜 사장 나와라, 이상철 부회장 나와라”
- 영업, 성과는 본사 직원이 감독…책임은 센터에게만 전가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은 여의도 LG트윈센터 앞에서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보라색 상의, 하의를 입은 이들 노동자의 등에는 LG유플러스의 IPTV 상품인 'U+tv G'가 선명하게 새겨져있지만 이들은 LG유플러스와 계약을 맺은 센터에 일부 소속돼 있는 인력을 제외하면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신분을 강요받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LG유플러스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 전화 등을 설치, AS를 비롯해 원래 업무가 아닌 상품 영업도 같이 한다. LG유플러스에서 교육도 받고 한때는 인센티브도 받는 등 LG유플러스에 소속돼 있는 직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근무하고 있는 센터와 LG유플러스 및 LG그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센터장이 아닌 LG유플러스, LG그룹이 직접 나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총파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노조측 입장이다.
◆영업에 내몰리는 개통기사들=보통 LG유플러스 개통기사들이 한 달에 쉬는 날은 일요일을 포함해 많아야 3~4일이다. 토요일에 경조사에 참석하기도 쉽지 않다. 일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불이익이 오기 때문이다.
월화수목금토일, 꼬박 일주일을 일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업무비, 통신비, 식대, 차량유지비 등을 다 포함해 250만원. 이마저도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후에는 절반이 사라졌다. 전주에 올라가는 위험한 일이지만 4대 보험도 강제로 해지 당했다. 일요일도 없이 매일 아침 8시 출근시키면서 이제는 개인사업자, 프리랜서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정직원 신분도 아니지만 끊임없이 LG유플러스 유무선 상품 영업을 강요받고 있다. 센터에 불성실한 것으로 찍히면 개통 등 일감 자체를 줄이기 때문에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수도권에 위치한 고객센터의 한 직원은 “언제부터 사장님, 개인사업자 취급을 해줬는지 모르겠다. 고객센터지만 실제로는 판매대리점과 같은 일들도 한다. 정직원 신분도 아니기 때문에 기름값이라도 벌려면 영업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주로 초고속인터넷 설치하러갔다가 IPTV나 유선전화 가입을 유도하는 식이지만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나 심지어는 카드 판매 행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TV를 한 대 준다고 카드 영업행위까지 강요받고 있다. 한 달에 50만원 이상씩 36개월을 쓰는 조건인데, 차마 양심에 걸려 할 수가 없더라”고 덧붙였다.
◆실적챙기기만 급급 LG유플러스…노동자 인권에는 무관심=자의반 타의반 센터 기사들이 영업현장에 내몰리는 이유는 이들이 고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정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이다. 4대 보험도 알아서 들어야 한다. 간혹 4대 보험을 들어주는 센터도 있지만 이들도 정직원은 아닌 기형적인 고용구조가 형성돼 있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 중 한명은 “주말도 없이 일하고 영업도 하지만 해피콜에 이런저런 차감으로 떼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반항하면 일을 주지 않거나 잘린다. 무슨 희망으로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센터와 기사간의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 배후에는 LG유플러스가 있다. 현재 노조의 협상 대상자는 센터장과 경총이다. 수차례의 협의에도 불구 진척은 없다. 이들이 “진짜 사장 나와라”는 피켓을 든 이유다. 이들이 지목하는 진짜 사장은 LG유플러스의 이상철 부회장이다.
LG유플러스에는 QM(Quality Manager)이라는 고객센터를 관리하는 직원이 있다. LG유플러스에서 차·부장급인 QM이 하는 일은 하청직원들에게 업무할당을 지시하거나 센터의 영업성과를 감독하는 일이다. 노조 설립전에는 직원들 복장검사까지 했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QM이 센터에 왔다가는 날이면 조용했던 센터가 난리가 난다. 급여차감, 권역조정 등 속된 말로 센터장이 난리를 피운다”고 말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센터를 최고 S를 비롯해 A~D 등급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최고 수천만원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센터를 수수료 차이로 줄을 세우다 보니 센터가 기사들을 닥달하는 구조가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센터는 영업 대리점이 아니다. 영업행위를 강요하고 각종 차감정책으로 급여를 깎기 보다는 직원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 장비를 지급하고 4대 보험에는 가입시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 매일 전봇대에 오르는 위험한 일이지만 모든 장비는 기사들이 직접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센터에서 받는 것은 LG유플러스 로고와 등에 광고가 실린 보라색 유니폼 뿐이다.
LG유플러스 협력사 비정규직 직원들은 올해 노조를 설립하고 단체협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들이 만나는 대상은 LG유플러스가 아닌 경총과 센터장들이다. 협상에 진전이 없을 수 밖에 없다. LG유플러스 QM이 실질적으로 센터를 관리감독하고 있지만 센터 직원에게는 의무만 강요할 뿐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는 외면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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