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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지수를 만들자고? 주파수정책 결재 받으라고?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및 산하기관들의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매번 국정감사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700MHz 주파수 이슈가 미래부와 방통위를 관통했다. 조직과 관련한 이슈, 비리, 사이버사찰, 부적격 인사 등을 비롯해 위성과 같은 특정 기업 이슈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들은 단통법, 주파수 이슈는 지나치지 않았다.

주요 이슈에 대해 날카로운 질의가 돋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국회 특유의 몰아세우기, 밀어붙이기도 여전했다. 미래부, 방통위 국정감사를 종합 정리해본다.

◆단말기유통법 실효성 논란=13일(미래부), 14일(방통위) 진행된 국감에서는 대부분 미방위원들이 미래부, 방통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법 시행 이후 보조금이 줄고 단말기 출고가격은 그대로인 상황이 이어지자 전 국민을 호갱님을 만들었다는 비판은 국회에서도 반복됐다.

그러다보니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 문제가 화두가 됐고, 통과시키지 못한 방통위 책임론도 부상했고 법 시행 보름만에 개정안 논의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24일, 27일 확인감사에서는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17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이통사, 제조사 대표들을 만난 이후 보조금이 상향 조정되는 등 악화된 여론이 다소 개선됐기 때문이다.

확인감사에서도 법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어찌됐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됐다. 결국,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보조금 상한제 폐지 ▲지원금 공시내용 방통위 7일전에 신고 ▲분리공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700MHz 주파수 지상파 몰아주기 논란=단통법과 함께 국감의 주요 이슈로는 단연 700MHz 주파수를 꼽을 수 있다. 주파수 문제를 거론한 미방위원들의 입장은 동일했다. 기존에 정한 정책은 뒤집고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700MHz 주파수를 할당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하향으로 할당되는 통신주파수 특성상 이미 통신용으로 결정된 40MHz폭 때문에 방송이 가져갈 수 있는 주파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UHD 지상파 방송을 위해서는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였지만 표준화 동향, 콘텐츠 유통이 주파수에서 IP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래부 장관, 방통위원장 모두 국회의 요구에 적극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존 정책을 뒤집을수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지도 않았다. 그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부적절한 제안, 확인되지 않은 소문…공부좀 합시다=일방적인 700MHz 주파수 밀어주기는 말실수,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양산했다.

유승희 의원은 "케이블에는 (주파수를) 주면서 왜 지상파에는 주지 않느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케이블TV 업계의 UHD방송 서비스가 주파수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잘못 안 것이다.

전병헌 의원은 향후 미래부와 방통위가 수정된 주파수 정책안을 만들 경우 “국회 동의를 받으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지상파에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는 취지다. 입법도 아닌 사안에 대해 행정기관 정책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충분했다.

심학봉, 조해진, 최민희 의원 등은 통신사들이 5세대(G)서비스에서는 700MHz처럼 저대역 주파수가 아닌 2.6GHz 등 고주파수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와전된 정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단통법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제안됐지만 논란을 일으킬 소지도 적지 않았다.

전병헌 의원의 경우 '빅맥지수'처럼 '갤럭시지수'를 만들면 단말기 가격 비교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위상확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멘트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가 특정기업 지원을 위해 정부에 방안을 만들라는 식의 오해를 살 수 있어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서오텔레콤 등 만만치 않았던 소수 의제들=많은 의원들이 관심을 가지진 않았지만 나름 충분한 임팩트를 주는 이슈도 적지 않았다.

LG유플러스와 10년 넘게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서오텔레콤의 김성수 대표는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미 인사가 마무리됐지만 백기승 인터넷진흥원장의 자질에 대한 논란은 국감까지 이어졌다. 백 원장은 면접에서 꼴찌였지만 탁월한 정무감각(?)을 인정받았다. 인사권자인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수차례 백 원장을 옹호, KISA에 필요한 원장은 전문성 보다는 정무적 능력임을 강조했다. KBS 이인호 이사장, 코바코 곽성문 사장에 대한 자질논란도 적지 않았다.

다음카카오톡의 감청불응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었다. 법치국가에서 지나친 대응이었다는 것이 대부분 미방위원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석우 대표 증인 출석 요구가 이어졌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이밖에 KT의 위성매각 논란은 새로운 이슈에 직면했다. 유승희 의원은 "한국이 할당 받은 정지위성 궤도 동경 116도가 상실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문제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과거 종편, 방송이슈를 둘러싼 소모적 정치싸움은 이번 국감에서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제 시각에 시작됐고, 소모적인 의사발언도 많지 않았다. 최민희 의원은 현재 '밥값국감'이라는 자료를 일흔두번째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논란거리를 남기기는 했지만 현안에 집중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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