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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배불리는 단통법?…누가 득이고 누가 실일까

채수웅

[단통법 오해와 진실 ②] 보조금 축소, 전체 비용 증가 주장 ‘팽팽’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법 시행 초기 움츠려들었던 이동통신 시장은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과거에 비해 이용자 혜택이 줄었다며 법 개정, 폐지 등을 주장하기도 한다. 법이 점차 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논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말기유통법을 둘러싼 주요 논란 중 하나는 바로 이동통신사들을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지원금이 줄어들어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단말기유통법을 ‘통신사 배불리는 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얼마전 한국투자증권은 단말기유통법의 시행으로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비가 급감,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평균 보조금(제조사 장려금 제외)은 평균 20만3000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8만원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한투는 내년에는 보조금이 2013년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내년 이통3사의 마케팅비용은 전년에 비해 5.6% 줄고 영업이익은 39%나 늘어난다는 것이다.

법 시행 초기 이통사들의 지원금, 번호이동 규모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7일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단말기유통법이 이통사 배불리는 법이다라는 지적에 대해 “나는 배가 고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이통사 대표가 세간의 비판을 그대로 수용할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법이 통신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비판을 일반화시키기에는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 시행으로 전체적인 지원금 규모가 과거보다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경쟁심화로 현행 보조금 상한선까지 치솟을 경우 오히려 전체 비용이 과거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는 식은 더 이상 안된다. 비용 지출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법 시행 초기 지원금은 10만원 초반 수준이었지만 경쟁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실제 3주차에는 두 배가 뛰었다.

또한 과거에는 없었던 분리요금할인(현재 12%)도 지급해야 한다. 중고폰 가입자 증가 추세를 감안할때 추가 요금할인 규모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저가요금제 가입자도 지원금을 줘야 한다.

특히,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나타나는 변화 중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은 저가요금제 증가와 고가요금제 가입자의 급감이다.

법 시행 4주차에도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크게 늘어났는데, 25~45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4주차에는 49.6%, 1~28일간 일 평균은 48.8%로 9월(29.4%)에 비해 19.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85(8만5000원) 이상의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은 4주차 9.2%, 1~28일간 일 평균 9.3%로 9월(30.6%)에 비해 21.3%p나 감소했다. 이는 이통사들의 서비스 매출 감소를 의미한다. 여기에 부가서비스 가입 강요도 안되고 단말 매출 감소 가능성도 높다. 전체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의 분석은 매출감소 요인은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하에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며 “지원금 증가요인도 있고 추가 요금할인 규모가 얼마나 될지도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은 전망일 뿐이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돈의 흐름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히 플러스, 마이너스 요소가 있지만 현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할 만한 수준의 데이터는 아직 없다. 때문에 통신업계는 적어도 한 분기는 돌아봐야 기초적인 계산과 전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영업, 마케팅과는 별개로 이통사의 수익확대를 방해하는 요인도 존재한다.

한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돈을 벌어도 욕을 먹게 돼있다”고 토로했다.

법 시행 이후 실적이 개선될 경우 일단 세부적 내용과는 상관없이 지원금 규모 축소때문인 것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어떠한 원인에서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다시 소비자에게 되돌려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이통사 배불리는 정책이라고 하는데 전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며 “설령 이익이 많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회사가 다 먹는다고 하면 정치권, 소비자단체 등이 보고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1개월간에 대한 평가로 ▲위축된 시장 회복 ▲이용자 차별 감소 ▲알뜰통신 소비 증가 ▲이통시장 경쟁 활기 등을 꼽았다.

3주차부터 지원금이 확대되면서 번호이동 가입자도 늘어나고 있다. 1주차 일평균 번호이동 가입자는 9100여건에 불과했지만 4주차에는 1만6100여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번호이동 가입자가 늘어났다고 중고폰 가입자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1주차 일평균 4700여건이었던 중고폰 가입자는 4주차에는 6400여건으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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