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평가·효과·전망 제각각…“진단 없는 처방 안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법의 실효성, 개선방안,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사업자, 단체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법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쪽부터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이미 법의 실효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원금 분리공시 찬반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점차 일단 법 시행 상황을 보고 진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진단 없이 효과가 불분명한 처방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LGU+ 보조금 차등지급 강조=28일 국회서 열린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한 통신정책 방향 모색 라운드테이블'에서 SK텔레콤은 일단 법이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상헌 SKT 상무는 "지금은 진단보다 처방이 먼저 논의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법 취지에 부합하는지 관찰하면서 추후에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상무는 분리공시 문제와 관련해 기존보다는 유연한 입장을 나타냈다. 분리공시 도입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 주제로 문제해결을 보기보다는 전체적인 이슈를 연계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단통법 자체보다는 자신의 회사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요금인가제 폐지 반대, 기기변경과 신규 보조금 차등이 골자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요금인가제는 경쟁상황이 개선되면 법 개정과는 무관하게 폐지될 것"이라며 "인가제가 폐지되면 자사(SKT)에 유리한 시장지배력을 전이시켜 시장을 고착화시키는 요금제가 출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강 상무는 "단말기 시장이 축소되고 있고 신규가입자에 대한 차별이 나타나고 있다"며 "5~7만원 가량 보조금을 차등둬야 한다"고 말했다.
KT는 이번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분리공시 반대 여전…갤럭시지수 도입은 글쎄?=삼성전자는 지원금 분리공시에 대해 강력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갤럭시지수 도입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장정환 삼성전자 상무는 "단통법 취지는 이용자간 차별을 없애는 것으로 현재 지원금이 투명하게 공시되며 우려했던 이용자 차별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법 실효성 확보를 위해 분리공시 하자는 것은 근거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장 상무는 "분리공시가 이뤄지면 출고가격이 인하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제품가격은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는다"며 "삼성은 국내 소비자 뿐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하는데 지원금이 공시되면 마케팅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장 상무는 국감에서 전병헌 의원이 제안한 '갤럭시지수'를 만들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정확한 개념을 알 수 없다"며 "의도하는 것이 제품가격과 마진의 평균을 내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어 향후 검토해보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장 상무는 전 의원이 제기한 국내외 단말기 판매 마진이 4배 차이가 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류가 있다"며 "해외 이통사와 국내 공급가격과 큰 차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쉬운 단통법, 이대로는 안된다=손금주 율촌 변호사는 법에 대한 효과, 파장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통신산업에서 경쟁수단은 한정되기 마련으로 인데 이를 단통법으로 막겠다고 했으면 경쟁에서 축소되는 에너지를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지도록 복안을 만을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규제의 패키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요금인가제 등과 연계했다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예전부터 요금인가제 완화논의가 있었는데 단통법 시행 이전에 규제를 패키지화해 대응했다면 현재의 상황이 정부 부담이 아닌 사업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은 ▲고무줄 보조금 ▲보조금 상한선 ▲유통점 추가할인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지원금이나 할인율이 고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단통법에 대해 "보완할 수준이 아니다, 시작부터 잘못됐다"며 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에 대한 심사, 파장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가 없었다"며 "시행하고 문제가 되니까 보완에 개정안 내는데 바로 이것이 이 법이 갖고 있던 원천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하루빨리 혼란 해소할 것=정부는 하루 빨리 혼란을 해소해 법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논란에 대해서는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보았다.
유제명 미래부 통신정책과장은 "정확한 데이터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논쟁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 시행 이후 중고폰 가입자는 계속 오르는 추세고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배 가까이 올라갔다"며 "고가요금제 강요행위를 무효화시킨 것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유 과장은 "단말기를 교체 안해도 되는 소비자는 법 혜택을 누리며 합리적이고 알뜰한 소비패턴으로 사용하는 추세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십수년간 누적해온 왜곡된 시장에서 이통사 제조사 유통망에서 소비자들의 편익과 거리가 있는 유통 관행 고착해 온 것을 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혼란을 해소해서 법 원래 목표였떤 법 효과들이 나타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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