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IoT) 시대, 네트워크가 핵심 플랫폼

이유지

- 가상화, 지능화, 융합화로 진화 가속…LG경제연구원 전망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앞으로 네트워크가 사물인터넷(IoT) 시대 핵심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유럽 등 선진국 정부·학계와 통신서비스기업들의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연구와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네트워크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IoT 시대 플랫폼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 진화 추세는 ‘가상화’, ‘지능화’, ‘융합화’다. 이 세가지 흐름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네트워크 인프라는 IoT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변모하면서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가상화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유롭게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게 하며, 지능화는 네트워크가 데이터 처리·활용을 위한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만든다. 융합화는 다양한 네트워크 간 끊김없는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IoT 시대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유럽 등에서는 현재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통신서비스 기업들도 통신기술 업체들과 협력해 경쟁력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현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네트워크 가상화=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가상화’다. 물리적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마치 여러 네트워크처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기술이다.

각종 장비를 일일이 구매해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설치했던 전통적인 네트워크 방식은 자원 활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oT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기존의 제한된 인프라 자원으로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 및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크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네트워크 가상화 구현을 위한 대표기술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다. SDN은 데이터의 전달과 제어 기능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장비에서 제어 기능을 분리해 중앙 센터로 이전함으로써 전체 네트워크 인프라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상황에 따라 네트워크 구성과 데이터 흐름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어, 원활한 데이터 송수신 지원은 물론 목적에 맞는 가상 네트워크 자원의 활용률을 크게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가상화 기술은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로, 통신서비스기업들에서 많은 관심을 나타내며 검토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NFV는 각종 네트워크 장비에서 소프트웨어 기능을 분리하고 이를 범용 서버 시스템에 통합적으로 설치해 중앙집중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각 장비의 기능을 개별적으로 설치·유지하지 않고 한 곳에서 관리함으로써 인프라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유지비용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네트워크 지능화=네트워크 인프라가 자체적으로 데이터 처리·활용을 능동적으로 담당할 것이란 주장은 IoT 등장과 함께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가 데이터센터와 단말 사이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하기 위한 경로로만 활용됐다면, 향후에는 다양한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과정을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데이터센터의 서비스 지원 등 주요 기능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지능화된 네트워크 인프라는 개인과 사물의 위치 및 특성과 같은 인지적 상황정보(Contextual Information)를 적극 활용해 각종 IoT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크 지능화는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지만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네트워크 인프라의 자율적인 상황 판단과 제어를 통해 시스템 유지비용과 병목현상을 낮출 수 있고, 인프라 자원 활용률을 제고하고 전력 소모 감소 등과 같은 새로운 장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꾸준히 연구된 관련기술은 데이터가 포함하는 정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송수신 방법을 제어할 수 있는 정보중심네트워크(ICN, Information Centric Network)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필요에 따라 네트워크 구성과 자원 할당을 자율적으로 변화해 효과적인 데이터 전송을 지원할 수 있는 자가구성네트워크(SON, Self Organizing Network) 관련 기술 연구와 표준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시스코는 IoT를 넘어 만물인터넷(IoE)을 위한 새로운 지능화 네트워크 개념으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연결돼 있지만 단말과 근접한 에지(edge) 네트워크의 장비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처리하는 개념의 ‘포그 컴퓨팅(Fog computing)’을 내놨다. IBM도 단말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능을 근접한 각 네트워크 장비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를 연구하기 위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기업인 아카마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융합화=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등 모든 객체들 간 자유로운 연결과 정보공유라는 IoT의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동돼 데이터 송수신을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세대(G)부터 4G까지 단일 기술로 발전해온 이동통신 패러다임도 5G를 기점으로 다양한 네트워크 기술이 복합적으로 활용되는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5G 환경에서 네트워크 융합화라는 개념은 한층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네트워크 기술은 대부분 전송 속도와 지원범위 강화를 목적으로 독자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서로 다른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하는 단말을 연결하고 단절 없이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양한 네트워크 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원활한 데이터 송수신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지금까지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현재 네트워크 융합화를 위해 고려되는 여러 방안 가운데 HetNet(헤넷, Heterogeneous network)이 가장 유망한 기술로 떠올랐다. HetNet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나 기지국의 전파가 약한 곳에 펨토셀 등 소형 기지국을 추가로 설치해 통신 품질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와이파이(WiFI) 등 여러 네트워크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상황에 따라 특정 네트워크 접속을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같은 시도가 진전되면 다양한 네트워크 기술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HetNet은 5G의 핵심 요건으로 꼽힌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효과적인 IoT 구현을 위한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네트워크 인프라가 단순히 속도나 안정성 등 데이터 전송 품질 향상을 넘어 다양한 기기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촉발하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스마트폰에서 일어나고 있는 플랫폼 경쟁이 IoT 시대에는 각 통신서비스기업들의 네트워크 인프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 선임연구원은 이어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의 구축과 기술발전은 개별기업의 수익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며 “IT를 넘어 거의 모든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IoT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인프라 향상이 필수적이다. 네트워크 인프라 경쟁력 강화로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다양한 IT 융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과 정책 추진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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