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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미쳤나봐”

심재석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라는 성을 지어놓고, 거대한 성벽을 쌓아왔다. 성 안의 시민들은 성벽 바깥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 안에서 충분히 만족했다. 그런데 최근의 MS는 스스로 성벽을 부수고 있다. 바깥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제국을 보호하고자 친 성벽이었는데, 이제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더이상 성벽 안에서 만족하지 않고 있다. 성벽을 부순 MS는 이제 구글, 애플, 아마존이라는 진격의 거인과 싸워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변했다. 조금 변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180도 변했다. 스티브 발머가 떠나고 사티야 나델라 CEO가 취임한 이후 MS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됐다.

나델라 CEO는 올초 취임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클라우드 우선(First), 모바일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메시지가 MS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그냥 최신 IT트렌드를 반영한 CEO의 인사말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MS는 정말 클라우드와 모바일을 우선시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모바일을 위해서는 윈도도, 오피스도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상황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오픈소스소프트웨어에 대한 MS의 태도다. 스티브 발머 전 CEO는 한 때 “리눅스는 암”이라고 표현해 비판을 많이 받았다. 반면 나델라 CEO는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클라우드 때문이다. MS에 따르면,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서 구동되는 운영체제의 20%가 리눅스다. 발머 CEO 시절에는 리눅스를 윈도의 적으로 인식했는데, 나델라 CEO 체제에서 리눅스는 애저 클라우드를 확장하기 위한 도구다.

나델라 체제의 MS 제국에서는 윈도보다 클라우드가 우선이다. MS가 클라우드에 윈도라는 성벽을 쳐놓았다면, ‘애저’는 윈도 개발자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MS는 윈도라는 성벽을 없애고 AWS, 구글 등과 클라우드대 클라우드로 정면대결을 펼칠 전략이다.

MS의 오픈소스에 대한 태도변화는 리눅스를 사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MS는 12일 자사의 개발 프레임워크 닷넷(.NET) 서버 스택을 오픈소스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닷넷은 자바에맞서기 위한 도구였다. 윈도 성벽 안의 시민들이 자바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공됐던 것인데, 이제는 리눅스 등 다른 운영체제에서도 닷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MS는 이날 ‘비주얼 스튜디오 커뮤니티 2013’ 모든 버전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주얼 스튜디오 역시 윈도 성벽 안의 시민들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디바이스와 플랫폼용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MS의 변화 중 획기적인 것 또 하나는 ‘오피스’를 윈도 성안에 가두지 않기로 한 점이다. MS는 최근 iOS 플랫폼에서 자사 오피스를 일반 기능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향후 출시될 안드로이드 버전의 오피스 역시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오피스와 윈도는 서로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였다. MS 오피스 때문에 윈도를 선택하거나, 윈도 때문에 MS 오피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MS는 이 지렛대를 없앴다. MS 오피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윈도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아이패드에서도 얼마든지 MS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우선 전략 때문이다. 윈도에 갇혀 있으면 오피스는 모바일로 나갈 수 없다. 모바일 시대에도 윈도와 오피스가 독점적 관계가 되면, PC 시대와 함께 둘 다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모바일 우선 시대에는 윈도는 윈도대로, 오피스는 오피스대로 독자생존해야 하는 운명이다.

이 외에도 MS는 다양한 변화의 길을 가고 있다. 이 변화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존 MS의 모습을 지켜봤던 이들에게는 적지 않는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 IT업계의 지인은 MS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MS가 미쳤나봐”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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