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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이동통신 요금 정말 안돼?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눈길은 서서히 요금인하로 옮겨가고 있다.

이동통신 요금은 전 국민의 관심사다. 전 국민이 한 대 이상은 가입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거철이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적 공약도 쏟아지곤 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20%라는 구체적인 인하폭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20% 인하는 달성됐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아니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 팔을 비틀어 기본료 1000원을 인하하기도 했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경감시키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통신요금 인하는 중요한 민생정책 중 하나다. 방통위에서 새로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정책을 맡으면서 이런저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 눈높이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이동통신요금 얼마나 내려갈 수 있을까=그러면 통신요금이 어느 정도 내리면 만족할 수 있을까.

일단 이통사들이 얼마만큼 요금을 내릴 수 있는지 살펴보자. 지난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총 3조4000억원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는 5681만명이다. 기본료를 월 1000원씩 깎아주면 5700억원 가량이다. 그렇다면 영업이익을 제로로 만든다는 가정하에 월 6000원씩 깎아줄 수 있다.

이통사들에게는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돈이 있다. 매번 문제가 되는 마케팅비용이다. 과거에도 마케팅비용을 줄여 요금인하를 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줄어든 지원금 때문에 마케팅 비용만큼 요금인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연간 7조원 수준이다. 이 7조와 영업이익 3조4000억원을 합치면 대략 10조원 가량을 요금인하에 사용할 수 있다. 국민 1인당 약 1만7000원 가량의 요금을 깎아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소비자단체에서 기본료 1만1000원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이정도면 반값통신은 아니더라도 국민들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10조원으로 이뤄진 거대한 생태계=하지만 이 10조원 모두를 요금인하에 사용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마케팅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단말기 보조금은 사라진다. 거의 출고가격 그대로 할부금을 내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보면 단말기 판매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체력이 약한 제조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팬택처럼 말이다. 또한 수수료 등으로 먹고 살던 수많은 유통점들 역시 연쇄 폐업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이익을 한 푼 내지 못한 이통사들 역시 투자여력이 없다고 항변할 것이다.

즉, 10조원이라는 돈을 단말기 제조사, 유통업체, 소비자들까지 나눠먹으면서 전체 이동통신 유통시장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수년전 기본료 1000원을 인하할 때 국민들이 체감하는 요금인하 효과는 거의 없었지만 이통사들은 수천억원의 이익이 줄어든 것과 맥락이 같다.

그렇다면 요금인하 여력이 없으니 반값요금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까. 그렇지는 않다. 이미 이동통신 시장에는 반값 요금제가 존재한다. 어렵게 가족끼리 묶을 필요도 없고, 장기간 약정을 할 필요도 없다. 기본료가 없는 상품도 있다. 다만 국민들이 잘 모를 뿐이고 가입이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그렇다. 알뜰폰(MVNO)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반값요금제 지금도 가능=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를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할 경우 추가적인 요금할인을 받는다. 데이터가 없어 첫해 요금할인율은 12%로 정해졌다.

하지만 눈을 돌려 이통사(MNO)가 아닌 알뜰폰(MVNO)으로 돌려보면 반값요금제를 찾을 수 있다. 기본료가 없이 사용한 만큼만 내는 요금제도 있고, 어떤 알뜰폰 사업자는 LTE 요금을 실제 반값만 받는다. 약정도 없다. 단말기 지원금 등 인한 모든 혜택의 족쇄가 풀린 단말기만 갖고 오면된다. 12%가 아닌 절반을 깎아주는 것이다.

이통사로부터 돈을 주고 망을 빌리는 알뜰폰 사업자(MVNO)는 반값요금제가 가능하고 원래 망을 갖고 있는 이통사(MNO)는 불가능할까.

이통사의 요금은 망의 원가와 마케팅비, 금융비, 기대이익 등으로 구성된다. 통상적으로 망원가가 요금의 30% 전후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는 마케팅비나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이 없다. 사업자간 벌어질 수 있는 출혈경쟁도 없다. MNO와 MVNO는 요금의 원가와 마케팅전략 자체가 다른 것이다.

네트워크는 이통사가 필요한 만큼만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 설계 당시 충분한 이용량을 고려해 구축하지만 평상시 다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남는 부분을 알뜰폰(MVNO)에 임대해 주는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마케팅비, 유통점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보조금 등이 없기 때문에 반값에 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선택은 이용자 몫, 합리적 소비+경쟁+정책 필요한때=그런데 왜 반값요금제는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할까. 여러 이유가 있을것이다. 결합으로 이리저리 묶여 있을 수 있고, 브랜드에 대한 가치관이 다를 수도 있다. (네트워크 품질은 알뜰폰이나 이통사나 동일하다) 단말기 구매에 부담이 클 수도 있고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현실이다. 또한 홍보부족도 있다.

결국 선택은 이용자 몫이다.

이통사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단말기 보조금이나 선택의 폭, 마일리지, 결합상품 할인 등이 장점이 있을 것이고 알뜰폰에 가입하면 큰 폭의 이동통신 요금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이통사가 요금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보다 저렴한 요금제로 향한다면 이통사 역시 요금이 됐던 단말기가 됐던 어떠한 식으로든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서 붙잡으려 할 것이다.

소비자와 시민단체 등은 꾸준히 이통사에 전향적인 마케팅전략을 요구해야 하고 정부 역시 감시의 눈을 뜨고 시장에서 경쟁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기다리며 비판하기에 앞서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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