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국내 연구진이 게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으로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인 저항변화메모리(Re램)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실크나 젤라틴 같은 생체 친화적인 소재를 이용한 소자가 구현된 적은 있지만 게 껍질을 이용한 소자 실현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토산은 친환경적이고 생체적합성이 높은 물질이어서 향후 인체친화형 전자기기의 메모리 소자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의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이 저항 변화로 데이터를 기록하는 Re램의 소자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이 연구는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이장식 교수(교신저자) 주도로 니루파 라이스 호세이니 대학원생(제1저자)이 수행했으며 해당 논문은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지 온라인판 12월 16일자에 게재됐다(논문 제목 Resistive Switching Memory Based on Bioinspired Natural Solid Polymer Electrolytes). 

연구팀은 백금(Pt)을 하부전극, 은(Ag)을 상부전극으로 사용하고 키토산은 가해준 전압에 따라 저항이 바뀌는 저항변화 물질로 사용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했다. Re램은 인위적 저항상태 변화를 만들어 데이터를 읽고 쓰고 지우는 비휘발성 특성을 가진 저장장치다. STT-M램, 상변화메모리(P램)과 함께 차세대 메모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간 산업계와 학계에선 Re램의 저항변화 물질로 티타늄나이트라이드(Ti), 탄탈륨나이트라이드(TaN), 하프늄나이트라이드(HfN) 등 무기물을 후보군으로 거론해왔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키토산 기반 소자는 정보저장 능력과 내구성 측면에서 실제 메모리 소자에서 필요로 하는 성능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동작 전압, 높은 온/오프비(on/off ratio), 우수한 정보저장능력 및 반복적으로 메모리를 쓰고, 지우더라도 특성을 유지했다. 특히 해산물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덕에 제조단가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연구팀은 또 휠 수 있는 플렉시블 기판 위에서 키토산 소자를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장식 교수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소재로 된 메모리 소자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연구를 시작해 게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기반으로 하는 생체적합 메모리 소자를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