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지금] 이케아 광명점, “가구 아닌, 라이프스타일 판다”
-줄이 길 땐 계산은 셀프로…다만 현재는 직원 확인 후 결제 단계로
-증강현실(AR) 앱으로 가구 배치 미리 해 볼 수 있어
-배송·설치서비스도 시작…가격은 각각 2.9만원, 4만원부터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마크 웹 감독의 영화, ‘500일의 섬머(500 days of Summer)’를 보면 사귄지 30일째 되는 날 주인공 남녀는 데이트 장소로 이케아를 선택한다. 이들은 미래의 신혼부부가 되어, 이케아 쇼룸에서 가상 신혼생활을 만끽한다. 침대에 함께 누워 키스를 하는가 하면, 주방에서는 요리를 하고 그것을 먹는 시늉을 내며 사랑을 쌓아간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난다고 할 정도로 로맨틱한 에피소드 중 하나다. 이같이 해외에서 이케아는 데이트 코스로도 자주 이용되는 장소다. 북유럽 가구가 지닌 실용성과 간결함을 기본으로 거실이나 주방, 침실 등이 다양한 형태와 색감으로 꾸며진 쇼룸(show room)은 이케아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18일 경기도 광명시에 국내 처음으로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상륙했다. 초반 일본해 지도 사건, 한국에서의 가격 논란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이케아 광명점은 한국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받으며 지난 21일에 100만번째 매장 방문객을 맞이하기도 했다.
최근 직접 방문한 이케아 광명점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다만 길막힘이나 주차 등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다.
현재 이케아 광명점은 전세계 이케아 345개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로 연면적 13만1550평방미터(㎡) 지하 3층, 지상 2층 건물이다. 지하 3개층이 주차장, 1층은 상품 적재 공간 및 계산대, 슈퍼마켓, 2층은 쇼룸, 레스토랑&카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인 스몰란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력 제품인 조립식 가구를 비롯해 생활·주방용품, 액세서리 소품 등 8600여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점차 품목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케아를 찬찬히 살펴보기 위해선 2층 쇼룸부터 시작해야 한다. 2층에는 실제 일상을 반영한 65개의 쇼룸이 전시돼 있으며 거실부터 시작해 주방, 서재, 침실, 어린이, 침구, 욕실용품, 홈데코까지 20여개의 공간을 차례로 통과한 이후 아래 층으로 내려가면 직접 원하는 상품을 픽업할 수 있는 셀프 서브(Self-serve)와 하자가 있는 제품을 싸게 파는 알뜰코너, 이케아 스웨덴 푸드마켓, 배송서비스 등의 공간이 이어진다.
2층 쇼룸은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이른바 개미지옥(?)이다. 물론 중간에 스웨덴 및 한식 요리와 케이크, 커피 등을 파는 레스토랑이 있고, 중간에 다른 공간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는 지름길 등이 있긴 하지만 이를 모두 통과하기 위해선 대략 2~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매장에 비치된 줄자와 연필로 가구의 길이를 재거나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며 열심히 쇼핑하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쇼룸을 자신의 집으로 그대로 옮겨가고 싶어하는 고객들은 “와~ 진짜 이쁘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
중간에 들른 이케아 레스토랑은 가구를 사러 온 것이 아니라, 밥을 먹으러 온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자리가 꽉 차 있었다. 대표메뉴인 미트볼 요리를 비롯해 불고기덮밥, 김치볶음밥 등의 한식 메뉴도 팔고 있다. 이케아 패밀리카드를 보유한 회원에게는 커피가 공짜로 제공된다. 1층 계산대를 나오면, 핫도그(1000원) 등의 간식거리를 파는 곳도 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이를 1층의 셀프 서브로 가서 직접 카트에 담아야한다. 간단한 소품은 쇼룸에도 배치돼 있어 바로 담을 수도 있지만, 조립가구는 빨간 라벨에 표치된 제품 위치를 적어놓거나 스마트폰으로 찍어놓으면 편리하다.
간혹 가격 대비 괜찮다 싶은 물건들은 이미 품절인 경우도 많았다. 이럴 경우, 이케아의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수시로 재고를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이케아 쇼핑의 핵심 도구는 바로 카탈로그에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독일 경제지 기자 출신인 뤼디거 융블루트가 쓴 ‘이케아, 불편을 팔다’라는 책을 보면, 이케아 카탈로그는 이케아 그룹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이며 가장 효과적인 광고수단이다.
현재 전세계에 배포되는 이케아 카탈로그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성경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12년 이케아는 2억1000만부 이상의 카탈로그를 인쇄했다.
이케아의 카탈로그는 모바일 앱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케아 카탈로그 앱을 다운로드하면, 증강현실(AR) 기능을 통해 400개 이상의 가구를 우리 집과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매할 제품을 확정했으면, 이제 직접 제품을 가지러 가야 한다. 제품 견본을 설치해 놓아 찾는데 어려움은 없으며, 곳곳에 PC가 설치돼 있어 위치 파악도 쉽게 할 수 있다.
자, 이제 계산을 해야 할 때. 그런데 줄이 너무 길다.
그렇다면, 직접 계산도 가능하다. 준비해야 할 것은 신용카드와 적극적인 자세. 15개 이하 물건을 살 때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른바 ‘익스프레스 계산대’다.
현재 이케아 광명점에는 총 8개의 셀프 계산대가 마련돼 있다. 이케아의 모든 제품은 포장에 바코드가 인쇄돼 있는데, 셀프 계산대에 마련된 스캐너로 바코드를 스캔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가격을 인식해 화면에 보여준다. 만약 스캐너가 바코드를 인식하지 못하면 제품 번호를 직접 입력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실제 기자가 직접 해 보니, 바코드 인식률도 꽤 좋았고 큰 불편은 느낄 수 없었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형마트 등이 이를 도입했지만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과 달리, 이케아의 셀프 계산대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다만 도난, 분실 등의 이슈가 있어 현재는 결제 직전에 이케아 현장 직원이 영수증에 표시된 물품 개수와 실제 구매한 물품 개수 등을 비교, 확인한 이후 본인의 직원카드를 찍은 이후에 고객이 직접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케아 현장 직원은 “초반에 도난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어서 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그래도 이용률은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이케아 매장의 경우, 80% 이상이 셀프 계산대를 이용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계산을 한 이후, 배송 및 조립 서비스도 가능하다. 매장에 적혀 있는 문구처럼 고객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이케아코리아 측에 따르면 배송서비스의 경우 제품의 무게, 크기, 수량에 관계없이 동일한 서비스 요금이 부과된다. 기본요금 2만9000원부터 시작하지만 배송지역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이케아 협력사 직원이 가구를 조립해 주는 설치 서비스는 배송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설치 서비스는 지난 23일부터 시작했다.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4만원부터 서비스 요금이 부과되며, 쇼파의 경우는 일괄 5만원으로 비용이 책정됐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전체제품 금액 100만원 기준, 설치 서비스 비용은 최대 20만원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쉽게도 이케아코리아는 현재 온라인 주문 및 배송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당분간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실제 이케아는 오는 2020년까지 광명점 이외에 국내에 4개 매장을 추가로 개장할 예정으로, 이미 경기도 고양시 원흥지구에 2호점 부지를 매입했다.
“아직도 그냥 살기만 합니까? 아니면 제대로 살고 싶습니까?”
독일 이케아의 광고 슬로건이다. 이케아 쇼룸을 구경한 이후에는 내 집을 쇼룸과 같이 꾸미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실제 이케아는 지난 2013년 현재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와 함께 저가 호텔 브랜드 목시(Moxy) 사업 계획도 발표했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필두로 유럽에 100개를 짓는다는 목표다).
이케아 매장은 단순히 가구만 파는 공간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즉 생활양식에 이토록 큰 영감을 주는 곳이 있을까.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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