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상용화

윤상호

- SKT, 4배 빠른 LTE 세계 최초 상용화 ‘빈축’…꼼수보다 소비자 우선할 때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상용’을 검색하면 6개의 뜻이 나온다. 어떤 한자를 쓰는지에 따라 뜻이 미묘하게 바뀌기도 전혀 다른 단어가 되기도 한다. 한자가 어원인 단어의 특징이다. 상용은 일상적으로 씀(常用)이라는 뜻도, 장사하는 데에 씀(商用)이라는 뜻도. 즐겨 씀(賞用)이라는 뜻도 있다. 늘 임금을 주고 사람을 부림도 상용(常傭)이다.

때 아닌 국어사전 검색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4배 빠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둘러싼 진실공방 때문에 해봤다. SK텔레콤은 “돈을 받고 팔았으니 문제없다”고 KT와 LG유플러스는 “대중 서비스가 아니니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전을 근거로 보면 SK텔레콤도 KT LG유플러스도 맞다. 법원은 일단 KT LG유플러스의 손을 들었다. SK텔레콤의 광고를 막았다. SK텔레콤은 광고 중단 결정이 나자 기다렸다는 듯 ‘몇 배가 뭐가 중요하냐’며 새로운 속도 브랜드 광고를 시작했다. KT LG유플러스가 보기는 얄밉기 그지없을 것 같다. 자신이 논란을 만들어 놓고 잘못을 지적한 이를 바보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소비자는 통신사가 또 서로 헐뜯기를 한다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그리 쉽게 지나갈 문제는 아니다. 이런 저런 광고도 소송도 다 내가 낸 통신비로 하는 일이다. 더구나 작년 6월 시작한 3배 빠른 LTE도 전국에서 제대로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4배 빠른 LTE 마케팅에 쓸 돈을 3배 빠른 LTE 투자에 썼다면 보다 많은 이용자가 같은 돈으로 더 쾌적한 통신환경을 누릴 수 있었다.

사실 통신사가 상용화라는 의미를 두고 다툰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엔 SK텔레콤이 선수를 쳤지만 KT도 LG유플러스도 같은 짓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시기에 따라 선수를 치는 쪽과 이를 지적하는 쪽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들 덕에 오랜만에 한자 공부를 했다. 한자 병기 시대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찾아보니 상용에는 이런 뜻도 있다. 서로 상대편의 말이나 행동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임(相容)이다. 경쟁자 이전에 업계를 이끌어가야 하는 동반자다. 개별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 말장난은 결국 업계 전체 신뢰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오히려 통신업계가 세계 최초로 상용(相容)화 할 때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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