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캐논 오이타 공장의 혁신…모노즈쿠리 넘어 ‘꿈을 현실로’
- 완전 무인화 셀 생산방식을 추구
- 장인정신과 기계와의 결합으로 경쟁력 제고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컨베이어 벨트. 대량생산의 대표 아이콘이면서 산업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시스템이다. 이를 걷어내고 ‘셀 생산방식’으로 카메라 업계 선두로 올라선 캐논은 CMOS 이미지센서(CIS), 이미지 프로세서, 렌즈와 같은 핵심부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을 고집해왔다.
‘모노즈쿠리 정신(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일본에서도 주목받는 셀 생산방식은 제조업 위기론 시대의 묘수를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이정표다. 캐논 셀 생산방식이 처음으로 적용된 일본 오이타현 오이타시에 위치한 오이타 공장을 찾았다.
오이타캐논은 ‘EOS 1Dx’, ‘EOS 6D’, ‘EOS 5D 마크Ⅱ’와 같은 고성능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비롯해 ‘EOS M’ 미러리스 카메라, 비디오 카메라, 일부 EF 렌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처음부터 셀 생산방식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 일반 공장과는 차이점이 많다. 예컨대 외부공기와의 차단이나 기둥이 없는 건물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 건물크기는 도쿄돔 7.6개에 달하며 313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오이타캐논의 핵심 포인트는 머신셀, 그러니까 셀 생산방식에 자동화를 접목해 사람과 기계의 조화를 꾀한 것과 핵심부품을 모두 자체적으로 생산해 조립하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는 제품의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급망관리(SCM) 및 비용절감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셀 생산방식을 도입해 2003년 생산한 ‘EOS 10D’는 540대 생산에 42명이 필요했다면 이후 출시된 ‘EOS 50D’는 같은 수량에 인원을 26명으로 줄였다. 생산에 필요한 인원은 계속해서 줄어들어 ‘EOS 70D’는 600대 생산에 12명, 오는 2016년에는 5명까지 줄일 계획이다.
셀 생산방식은 단순히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인원을 줄이는데 국한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빠진 인원은 제품개발이 기획에서부터 다른 지역으로의 셀 생산방식 전파, 모노즈쿠리 경험을 전사로 확대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들을 단순히 생산직이 아닌 ‘슈퍼 마이스터’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급인력이라는 의미다.
고급인력은 셀 생산방식의 정점에 위치하면서 오이타캐논이 목표로 하고 있는 ‘필요할 때’·‘필요한 것을’·‘필요한 만큼’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제품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획→실천’이라는 측면에서 캐논은 그 누구보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켜왔다. 어려운 일이다.
캐논은 과거에도 생산방식의 혁신을 주도해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셀 생산방식을 도입했고 이 같은 방식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업체로 전파됐다. 지금은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저가 지속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엔고의 영향으로 상당수의 일본 업체가 제조거점을 중국으로 옮겼다. 하지만 중국 노동자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비용절감 장점이 희석된 상태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카메라 시장이 날로 축소되는 가운데 캐논은 새로운 도전해 직면해 있다. 오이타캐논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매년 카메라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셀 생산방식을 궁극적으로 무인화를 추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이타캐논 리츠오 마시히코 대표는 “모노즈쿠리와 셀 생산방식의 선순환 구조를 갖춰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이타(일본)=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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