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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의 이이제이(以夷制夷), 방준혁의 일거양득(一擧兩得)

심재석
김택진 사장(왼쪽), 방준혁 의장(오른쪽)
김택진 사장(왼쪽), 방준혁 의장(오른쪽)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엔씨소프트의 구원투수는 넷마블이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친한 동생’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자, ‘아는 동생’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지원을 얻어 한숨 돌리게 됐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지난 17일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신주 9.8%를 3800억원에 인수하고,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8.93%를 3911억원에 매입했다. 이 연대를 기반으로 글로벌 공동 사업을 펼치기로 두 회사는 다짐했다.

넥슨의 공격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김택진 의장과 엔씨소프트의 결의가 전해진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넥슨은 앞서 엔씨소프트 경영진에 자사주를 소각할 것을 요청(주주제안)했다.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해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경영진은 넥슨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자사주 소각이 아닌 매각을 택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해 우호지분으로 만든 것이다. 혹시 모를 경영권 지분 싸움에 대비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김택진 사장 지분과 넷마블 지분을 더하면 18%가 넘는다. 15% 지분을 보유한 넥슨을 견제하기에는 충분하다.

사실 이 전략은 넥슨이 완성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자사주는 함부로 매각하기 힘들다. 매입가격보다 너무 낮은 가격에 매각할 경우 자칫 배임 혐의에 휩싸일 수 있다. 넥슨이 처음 엔씨소프트를 공격하기 시작한 지난 해 10월 경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2만원대로 최저가 수준이었다. 하지만 넥슨의 움직임으로 엔씨소프트 주가는 부양됐고, 현재 20만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오르자 엔씨소프트 경영진은 배임 걱정 없이 자사주를 매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법.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진에 등을 돌렸듯 넷마블이라고 언제나 현 경영진의 편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엔씨소프트가 한국의 훌륭한 개발사를 넘어서서 글로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재 경영진이 잘 진행한다면 현 경영진의 편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앞으로 현 경영진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택진 사장이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을 넘어 넷마블 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혈맹을 맺은 것은 이에 대한 대비로 풀이된다. 하지만 넷마블은 비상장사이고 방 의장과 CJ E&M, 텐센트 등 3대 주주가 대부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넷마블 안에서 엔씨소프트의 목소리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입장에서 이번 거래는 손해볼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꿩먹고 알먹은 경우다. 우선 넷마블 신주 9.8%를 3800억원에 매각했다. 기업가치를 약 4조원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이는 지난 해 텐센트가 투자할 당시 평가의 두 배 정도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와의 협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싸울 힘도 더했다. 엔씨소프트의 지적재산(IP)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 넷마블의 계획이다.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은 자사의 모바일 퍼블리싱 노하우와 역량을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IP에 녹여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창출해 내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가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다시 넥슨으로 넘어왔다. 아직 김정주 회장은 엔씨소프트를 공격해 얻은 이익이 없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경쟁을 펼쳐야 하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인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힘을 빼고 있다는 비판만 받았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텐센트에 엔씨소프트 지분을 넘길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김정주 회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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