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핀테크에 대한 과도한 환상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엄청난 착시현상입니다”
최근 만난 한 IT업체 관계자는 최근 지급결제에 초점이 맞춰진 ‘핀테크’ 열풍에 대해 국가적 쏠림현상이 극에 달한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너도 나도 ‘핀테크’를 말하며 핀테크가 위태로운 경제상황의 구원투수처럼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핀테크는 다소 기형적인 모습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간편결제 등 지급결제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면서 마치 ‘핀테크=결제’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하지만 핀테크는 빅데이터, 프로세스 혁신 등 금융산업의 전반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이나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결제 프로세스의 단순화에 따른 콘텐츠, 제조, 물류, 유통, 서비스 산업 전반에 미치게 될 엄청난 후폭풍이 핀테크를 주목해야하는 진짜 이유다.
단순히 ‘천송이 코트’ 운운하면서 결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핀테크 시장을 오히려 축소할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삼성페이,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 등 언론이나 기업들이 ‘간편한 결제’에만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통신사와 결제대행(PG) 업체에 대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핀테크에 대한 국가적인 논의가 결제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지급결제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핀테크로 인해 창출되는 시장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지급결제 시장은 경제 규모에 비례하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결제 방식을 좀 더 편하게 한다고 해서 시장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지급결제 분야, 특히 간편결제를 주사업으로 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제 규모가 한정돼 있는 국내 시장보다는 가입자 기반 확대를 전제로 한 해외시장이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금융사가 아직 주도권을 쥐고 있는 지급결제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찾기 보다는 결제나 대출 프로세스 과정에서 그동안 비수익 분야로 남아있던 것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고객 리스크 분석을 SW를 통한 자동화에 맡긴다던지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중소기업, 개인에 대한 금융서비스 창출을 검토한다던지 이전에 수익사업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분야에 대한 발굴과 검토가 지속돼야 한다는 것.
적어도 핀테크에 거는 정부와 기업의 기대가 기존 시장 나눠먹기가 아닌 새로운 시장 창출이라는 점을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지급결제에만 몰려 있는 관심은 크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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