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획/ IT업계가 바라본 핀테크②] 음악산업 무너뜨린 IT, 금융산업도 바꾼다

이상일

핀테크가 화두다. 전 산업군에 걸쳐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경제 전반에 핀테크가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매김할 기세다. 하지만 정작 핀테크가 가지는 본질과 가치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천송이 코트’가 촉발시킨 지급결제 부분에 핀테크가 포커싱이 되면서 핀테크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비전이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데일리는 그동안 국내 금융 IT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전문 업체들을 만나 핀테크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IT가 기존 음악산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듯이 금융시장에서도 이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산업의 기득권이 무너지기엔 그 기반이 너무 튼튼하기 때문에 시장의 ‘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다”

투이컨설팅은 국내 주요 금융사의 프로세스 혁신(PI), 차세대시스템 컨설팅 등 금융사 IT인프라와 전략수립의 중심에 서있는 업체다. 그동안 금융사에 전략과 IT신기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온 투이컨설팅은 최근 불고 있는 핀테크 열풍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을까.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핀테크에 대해 “금융산업이 디지털로 ‘트랜스포메이션’하는 것”이라며 “누에가 나비로 ‘변태(變態)’하듯이 금융도 변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무, 예를 들어 여신의 경우 은행이 자금을 조달해 리스크 관리를 하며 수익성을 분석하고 고객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가 떠오르며 이러한 절차를 간소화하는가 하면 자금 조달과 신용평가의 주체가 비금융사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국내의 핀테크 시장이 초기에는 지급결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점진적으로 금융사의 내부 업무에도 혁신을 가져 올 것이란 게 김 대표의 분석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인터넷 뱅킹, 스마트폰 뱅킹 등 대고객 서비스는 물론 은행 업무 대부분이 온라인화 돼 핀테크로 인한 혜택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기존 금융사 시스템은 ‘자동화’,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신업무만 봐도 IT시스템은 기존 여신 프로세스를 편하고 다양하게 해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여신업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뀐다. 여신업무를 둘러싼 주요 플레이어가 바뀌고 가치도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동안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결제가 은행 밖으로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 대표는 “뱅킹(Banking)과 뱅크(Bank)는 다르다. 그동안 뱅킹은 뱅크 안에서 운영돼 왔다. 하지만 핀테크 시대에 뱅킹이 뱅크를 벗어나 다른 비즈니스와 연결되면서 편의성이 개선되고 새로운 시장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이컨설팅은 이미 몇몇 금융사와 핀테크에 대응하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일부 금융사들은 핀테크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심도깊게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금융사들이 핀테크 컨설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세가지로 분석했다.

김 대표는 “금융사들은 핀테크 시대를 맞아 금융생태계 변화에 뒤지지 않는 방법, 핀테크 기업이 치고 들어오는데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 금융사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핀테크를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금융사들이 금융시장의 질서가 재편되지 않을까 고민할 정도로 핀테크의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은행이 핀테크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그동안 비(非)소비 분야였던 영역을 소비로 전환하는데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 대표는 비금융사의 시장 진입에 대해선 고객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비금융사들이 핀테크 시장 진입을 지급결제를 기반으로 들어오려 하는데 이거 하나가지고는 성공하기 힘들다”며 “월급통장을 관리해주는 은행과 결제기능 하나를 제공하는 간편결제 업체는 고객에게 ‘관계’의 양과 질에 있어 비교대상이 아니다. 다만 비금융사가 가지고 있는 고객기반이 클 경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이컨설팅의 역할에 대해서 김 대표는 “핀테크 시대에는 아날로그가 디지털을 알아야 하고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알아야 한다”며 “은행은 업을 알지만 기술을 모르고 기술업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결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돼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모른다. 투이컨설팅은 금융사들이 최적화된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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