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서 발견한 정수기의 가치…LG전자가 바라본 싱크대 위 전쟁터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재미있게도 정수기와 부동산은 여려 면에서 닮았다. 최소한 국내에서는 일시불보다 렌탈을 선호하고,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는 점이 그렇다. 이미 정수된 물을 다시 끓여서 먹는 경우를 고려하면 단순히 물이라서가 아니라 먹는 음식도 마찬가지일터다.
31엘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수기 시장은 연간 약 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보급률은 가정용을 기준으로 50%가 넘어 성숙시장으로 봐야 한다. 정수기 자체로 보면 여전히 성장할 여력은 있으나 일시불보다는 렌탈 위주로 사업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고 관리 이슈가 적지 않아서 당분간 보합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업체에게는 정수(정수된 물)를 계속해서 마시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탄산수, 커피 정수기 등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최신 트렌드라고 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정수를 더 많이 소비시키는 게 목적이다.
이런 점에서 LG전자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유행에 집중하기보다 묵묵히 사업을 전개시키고 있어서다. 사실 국내 정수기 역사에 있어 LG전자는 굵직굵직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스테인리스 저수조부터 시작해 정수기 내부의 유로(물이 흐르는 관)까지 청소할 수 있는 살균수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수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LG전자 정수기상품기획파트 정하진 파트장(차장)은 “정수기를 물을 제공하는 디바이스가 아니라 정수를 잘 담아서 관리해주는 것까지 고려했다”며 “국내에서뿐 아니라 처음부터 세계 시장 공략을 고려했기 때문에 사업을 길게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직수형 정수기가 인기다.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저수조가 없으니 관리가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급속냉각이가 가열을 통해 냉수와 온수도 금방 받아낼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물이 부족하거나 단수가 자주 이뤄지는 지역에서라면 직수형 정수기는 부적합하다. 여기에 필터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정수기는 일반적으로 중공사막(Hollow Fiber Membrane)과 역삼투압(RO Membrane)을 주로 이용한다. 이 가운데 역삼투압은 RO 멤브레인이라 부르는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필터를 통해 0.0001미크론 크기의 이물질도 걸러낼 수 있다. 심지어 세슘이나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물질도 제거가 가능하다. 대신 정수 과정에서 버려지는 물이 발생한다. 중공사막의 경우 역삼투압 만큼의 정수 능력은 없지만 물 낭비가 없고 유지비가 저렴하다.
LG전자는 역삼투압과 중공사막을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사물인터넷(IoT)과의 연계를 통해 스마트가전까지 노리고 있다. 일종의 헬스케어 기기로 정수기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정 파트장은 “지금 당장의 정수기 트렌드는 직수형, 소형화, 융복합화가 우선이겠지만 이후에는 IoT가 떠오를 것이고 LG전자는 이미 스마트가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어떤 업체보다 앞서서 연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본원적 경쟁력에 초점=정수기도 넓은 범위에서는 생활가전에 포함된다. 따라서 핵심기술 확보가 우선이며 LG전자의 경우 컴프레서와 같은 부품을 자체적으로 설계해 생산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 컴프레서보다 크기가 작은 ‘미니 컴프레서’는 크기가 작으면서 ‘인버터 리니어(BLDC)’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리니어 컴프레서는 왕복동 운동이 아닌 직선식으로 냉매를 압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컴프레서보다 진동과 소음이 적고 전력소비량이 낮아 그만큼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이 정도에 인버터 컴프레서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경쟁력 차이라고 봐야 한다.
정 파트장은 “가전 업체이다 보니 효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기료를 아껴줄 수 있다면 그만큼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수기 시장을 일컬어 싱크대 위의 전쟁터라고 말하는데 의외로 유행에 민감한 구석이 있어 직수형이나 초슬림 제품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인 것은 건강하고 깨끗하며 맛있는 물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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