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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의 핵심 수익모델 무너질까

심재석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앨리슨 CTO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앨리슨 CTO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오라클이 한국에서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 삼은 오라클의 유지보수 정책은 지난 10년간 오라클의 성장을 이끌어 왔던 핵심 수익모델이기 때문이다. 오라클이 이 위기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라클 회계연도 기준 2015년 3분기(12~2월) 실적발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업데이트 및 제품 지원을 통한 매출이 46억61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오라클 전체 매출의 5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반면 신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은 19억8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의 21%다.

오라클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판매된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로 먹고 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 10년 동안 오라클을 성장시킨 원동력이 바로 유지보수정책이었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오라클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본사의 매출 구조와 한국시장의 구조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오라클 역시 신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보다는 유지보수료에 성장을 의존해왔다.

오라클은 이같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매우 엄격한 유지보수정책을 고집해왔다. 신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는 할인판매 해도 유지보수요율은 22%에서 절대 인하하지 않았다. 유지보수요율에 손을 댈 경우 오라클 매출의 근간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본사 차원에서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한국오라클 입장에서는 고객이 많은 불만을 표출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가운데 한국의 공정위가 오라클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은 오라클에는 적지 않은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떨어진다면 오라클은 수많은 고객들의 불만에도 절대 양보하지 않았던 유지보수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 지금껏 유지보수 정책을 고집하기 위해 엄청난 비판을 버텨왔는데 겨우 전체 오라클 매출의 1~2%에 불과한 한국 시장 때문에 정책에 균열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예외를 적용하면 그 여파가 다른 국가에 미칠 가능성도 있다.

아직 공정위가 오라클의 행위를 끼워팔기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6~7월 정도에 공정위의 조사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실제로 공정위가 예고한 것처럼 시정명령 및 과징금 조치를 내릴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미FTA 이후 미국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진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오라클에 ‘끼워팔기’ 혐의를 부여하는 것에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IT전문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대표 변호사는 “끼워팔기는 (경쟁법에서) 이미 확립된 법리”라면서 “이번 건 역시 끼워팔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시스템 별로 유지보수를 많이 해야 하는 것도 있고 적게 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오라클이 일률적으로 22% 유지보수요율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거래강제라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관계자도 “오라클은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시장지배적사업자”라면서 “(공정위의 입장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은 당연히 공정위의 입장에 환영을 표했다. 국내 DB관리시스템 업체인 티맥스데이터 관계자는 “그 동안 DB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것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면서 “순수한 기술과 서비스로만 경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린다 해도 국내에서 오라클의 점유율이 줄어들 것인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등 오라클 이외의 선택지를 고민하지 않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만약 오라클DB 유지보수요율이 낮아지면 고정비 감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면 어차피 비용은 들여야 한다”면서 “오히려 오라클이 구버전에 대한 기술지원을 중단하면 큰 낭패”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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