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OLED에 숨은 공정 혁신
* 4월 25일 발행된 오프라인 매거진 <인사이트세미콘>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LG전자 스마트워치 어베인 등에 탑재된 바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원형 OLED 패널은 고품격 디자인, 오래가는 배터리, 얇고 가벼운 구조 등 웨어러블 디스플레이가 갖춰야 할 3박자를 두루 갖춘 제품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손목시계 대부분이 원형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는 만큼 원형 패널에 대한 수요도 차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원형 OLED의 면면을 파헤쳐본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워치 ‘G워치R’과 ‘어베인’에는 LG디스플레이의 원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재돼 있다. 원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은 LG디스플레이를 비롯 여러 업체들이 선을 보였고 일부는 양산을 하고 있지만 OLED 패널로 원형을 구현하고 상용화한 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최초다.
원형 디스플레이는 (변의 길이가 원형의 지름과 동일한) 정사각형과 비교했을 시 생산 원가는 높고, 동일 해상도라면 집적 화소 수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정사각형 기판을 원형으로 자르면 외곽부 기판은 버려야 하는데, 이 양은 정사각형 전체 면적의 21.5%에 이른다. LG디스플레이가 양산하는 원형 OLED 패널의 해상도는 320×320이다. 사각형이라면 화소수가 10만2400개(320×320)겠지만, 이 중에서 버린 면적 21.5%를 제외하면 화소수는 8만384개다. 즉, 원형은 버리는 면적이 있고 이 때문에 동일 해상도라 하더라도 화소수는 사각형 대비 적다. 원가 측면에선 이처럼 사각형과 비교해 일부 불리한 면이 있지만 디자인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LG디스플레이, 그리고 이 회사의 패널을 받아서 스마트워치 완성품을 만들어낸 LG전자의 생각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적인 손목시계는 대부분 원형이다. 스마트워치를 거추장스러운 IT기기가 아니라 ‘똑똑한 시계’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하려면 이처럼 감성적 디자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LG전자처럼 원형 스마트워치를 내놓았거나, 내놓을 계획인 업체들도 다수다. 모토로라의 경우 모토360을 출시한 상태며, 톰톰 역시 러너카디오를 선보였다. 두 제품은 각각 1.6인치와 1.3인치 원형 LCD 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화웨이의 경우 최근 1.4인치 원형 OLED 패널을 탑재한 스마트워치인 화웨이워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진 곡면 처리한 사각형 OLED 패널을 자사 스마트워치에 탑재했으나 추후 원형 OLED 탑재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정밀하게 잘린, 얇고 가벼운 원형 OLED
LG디스플레이의 원형 OLED 패널은 유리 대신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한 제품이다. 회사는 이 제품을 ‘플라스틱 OLED’로, 업계에선 ‘플렉시블(로 가기 바로 전 단계의) OLED’로 부른다. LG디스플레이는 완벽한 원형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OLED 패널 설계를 모두 바꿨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역시 원형 설계에 맞춰 새롭게 제작했다.
▲유리 기판에 폴리이미드(PI) 코팅 및 열경화 작업을 통한 플라스틱 기판 형성 ▲박막트랜지스터(TFT) 제작 ▲유기재료 증착 ▲봉지(Encapsulation) 공정 ▲유리 기판 제거로 이어지는 일련의 생산 과정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OLED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밀도를 높여 기존 대비 조금 더 세밀하게 기판을 잘라낼 수 있는 레이저 커팅 장비를 활용하는 것이 차이다. 레이저를 사용하면 기판을 깔끔하게 잘라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잘라낼 때 물리적, 직접적 접촉이 없어 흠집, 파손이 생길 위험이 적다. 먼지 발생도 최소화할 수 있다. 증착 쪽에선 유기물을 스캐닝(Scanning)하듯 한 번에 증착할 수 있는 신규 공정을 개발했다.
두께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봉지 레이어의 배리어 필름에 터치 전극을 형성하는 대 혁신도 이뤄냈다. 이른바 ‘인캡슐레이션 배리어 터치’ 기술이다. 터치 필름을 한 장 더 붙인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면 더 가볍고, 더 얇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배리어 봉지 필름은 터치 전극이 형성된 상태로 공급받으므로 LG디스플레이가 진행하는 터치 전극 공정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송상무 LG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은 “이 제품의 두께는 0.6mm 미만으로 매우 얇고, 무게 역시 업계 최저 수준으로 가볍다”며 “일반 유리 기판 OLED는 물론, 경쟁사 플라스틱 OLED와 비교해도 훨씬 얇고 가볍다”고 강조했다.
초저전력으로 화면을 계속 켜놓을 수 있는 PSM(Power Save Mode) 모드는 회로 설계의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LG디스플레이의 원형 OLED는 PSM 모드를 통해 전력관리칩에서 전원 공급이 없이도 동일 해상도로 화면을 계속 표시할 수 있다. 시계 화면은 언제나 켜져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착안된 회로 설계다. 경쟁사 제품의 경우 화면이 연속적으로 켜져 있을 수 있는 시간은 5분이 최대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 제품은 시간 제약이 없다. PSM 모드는 일반적인 구동 모드(100%) 대비 단지 10~20%의 전력만을 소모한다.
LG디스플레이, 스마트워치용 패널 시장서 1위로
시장조사업체 IHS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스마트워치용 패널 110만개를 출하해 점유율 32.4%로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3분기만 해도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18만대로 샤프(100만대), 푸타바(73만대) 등에 뒤졌으나 4분기 이 같은 구조를 뒤집은 것이다.
올해 스마트워치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1위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애플 워치가 본격 판매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도 플라스틱 OLED 패널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 수석연구원은 “저전력 회로 설계와 얇고 가벼운 구조는 비단 원형 OLED 패널 뿐 아니라 일반적인 플라스틱 OLED 패널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플라스틱 OLED 패널은 모바일, 웨어러블 뿐 아니라 추후 자동차 분야에서도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원형 OLED의 차기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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