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유기EL도 대체?… 퀀텀닷, 그 무한한 가능성

한주엽

* 4월 25일 발행된 오프라인 매거진 <인사이트세미콘>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를 내놓자 관련 기술과 소재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름이 나노미터 크기에 불과한 퀀텀닷은 그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풍부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는 퀀텀닷 LCD 기반 기기가 다양하게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퀀텀닷은 미래에 유기EL과 같은 자발광 소자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퀀텀닷(Quantum Dot) 혹은 양자점(量子點)이라 불리는 물질은 지름이 수 나노미터(nm)인 반도체 나노 입자로 양자구속 혹은 양자가둠 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 같은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Mechanics)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양자구속 효과란 반도체 나노 입자의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띠 간격 에너지가 커지는(역으로 파장은 작아지는) 원리다. 띠 간격 에너지는 가시광선 영역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런 퀀텀닷의 대표적 특성은 빛이 닿으면 발광(Photo Luminescence, PL)하거나, 전기를 흘리면 발광(Electron Luminescence, EL)하는 것이다. 화학 합성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퀀텀닷은 재료를 바꾸지 않고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 만으로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다. 즉, 양자구속 효과에 따라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파장이 짧은)청색 빛에, 클수록 (파장이 긴)적색 빛을 낸다.

퀀텀닷은 발광 효율이 우수하고 색 순도가 높은데다 용액 형태여서 대량, 대면적 공정에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높은 광효율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발광 소자 뿐 아니라 태양전지 등으로도 응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학계에선 과거 수십 년간 전기 전자 및 에너지, 바이오 소재로 퀀텀닷을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리고, 첫 상용화 사례는 바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나왔다.

LCD 색 재현율 끌어올리는 퀀텀닷

소위 ‘색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액정표시장치(LCD)의 색은 진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 화이트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를 탑재한 LCD는 적(R)색과 녹(G)색 대비 청(B)색이 도드라지는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NTSC 색 공간을 100%로 놓고 볼 때 일반 화이트 LED 백라이트 LCD TV의 색 재현율은 68~78%에 그친다. 반면 자발광 소자를 활용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 NTSC 기준 색 재현율은 100~110%로 높다. OLED 디스플레이에서 적색과 녹색이 도드라져 보이는 건 우리가 ‘색 재현율이 낮은’ LCD 화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LCD의 ‘낮은 색 재현율’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퀀텀닷의 PL(빛이 닿으면 입자 크기에 따라 갖가지 색으로 발광하는) 특성을 활용키로 했다. 이 기술 방식을 활용하면 LCD의 색 재현율과 색 순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SUHD TV가 바로 퀀텀닷의 PL 방식을 활용한 제품이다. 일반 LCD와 퀀텀닷 LCD의 차이는 적색과 녹색에서 나타난다. 초록색 잔디 위로 딸기가 놓여있는 장면 혹은 사진을 띄워보면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LCD의 색 표현력이 일반 LCD 보다 월등히 좋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세계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로 인해 퀀텀닷이라 불리는 물질이 세간에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소니와 아마존은 삼성전자보다 먼저 퀀텀닷의 PL 방식을 활용해 관련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소니는 2013년 QD비전과 협력해 84인치 울트라HD(UHD)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선보였고,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 HDX 7인치 및 8.9인치 태블릿에 나노시스의 퀀텀닷 소재가 분포된 3M의 퀀텀닷성능향상필름(Quantum Dot Enhancement Film, QDEF)을 부착, 색 재현율을 높인 바 있다.

LCD 백라이트에 적용, 퀀텀닷의 PL 방식

현재 LCD 디스플레이 백라이트에 적용되는 퀀텀닷 기술은 PL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PL 방식을 구현하는 방법은 ▲LED 위로 직접 퀀텀닷을 증착하는 온 칩(On Chip) ▲가느다란 유리관(Tube)에 퀀텀닷을 주입한 뒤, 이를 측면(Edge)에 배치하는 온 엣지(On Edge) ▲퀀텀닷이 균일하게 도포된 필름을 백라이트 앞에 붙이는 온 서피스(On Surface) 방식 3가지로 나뉜다.

현재 상용화된 기술은 온 엣지와 온 서피스 방식이다. LED 위에 곧바로 퀀텀닷을 증착하는 온 칩 방식의 경우 장시간 사용할 경우 열화(劣化)로 인해 야기되는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온 엣지 방식은 온 서피스 방식 대비 퀀텀닷 재료를 적게 사용할 수 있어 원가 측면에선 유리하다. 그러나 유리관 속으로 퀀텀닷을 균일하게 주입하는 것이 어려운데다 빛 반사 등으로 인해 낮아진 광 투과율을 높이는 것이 해결 과제다. 온 엣지 방식의 경우 QD비전과 소니가 각각 특허를 가지고 있다. 즉, TV 완성품 업체가 온 엣지 방식을 활용하려면 특허를 우회하거나 QD비전으로부터 관련 소재 및 부품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TCL은 QD비전과 협력해 지난해 온 엣지 방식의 QD LCD TV를 선보인 바 있다. 소니가 2013년 선보인 84인치 QD LCD TV도 온 엣지 방식이다. LG이노텍은 지난 2010년 나노시스와 공동으로 모바일 기기용 온 엣지 방식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으나 LG디스플레이로 소형 모바일 디스플레이 관련 사업을 이관하면서 개발 작업을 접었다.

온 서피스는 ‘필름’ 방식으로도 불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센스가 이 방식으로 퀀텀닷 LCD TV를 생산하고 있다.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소재 배리어(Barrier) 필름 두 장 사이에 적색과 녹색 퀀텀닷 재료가 고르게 분포된 이른바 ‘퀀텀닷 필름’을 LED 백라이트의 도광판(Light Guide Plate, LGP) 앞에 부착한 것이 바로 온 서피스 방식이다. 퀀텀닷 필름의 두께는 200~250㎛(마이크로미터) 사이다.

퀀텀닷 필름을 공급하는 업체는 3M과 미래나노텍, LG전자 화학전자소재(CEM) 사업부 등이 있다. 미래나노텍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로, LG전자 CEM사업부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로 필름을 공급한다. 미래나노텍은 삼성종합기술원의 퀀텀닷 기술을 라이선스받은 한솔케미칼로부터, LG전자 CEM사업부는 나노코의 기술을 독점 사용하는 다우케미칼로부터 퀀텀닷을 공급받는다. 삼성과 LG가 공급받는 퀀텀닷 재료는 친환경적인 무(無) 카드뮴 계열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 공통점이다. 나노시스와 협력 관계를 맺은 한국의 엘엠에스(LMS)도 3M과 마찬가지로 퀀텀닷 필름을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현재 이렇다 할 공급 실적은 없다.

온 서피스 방식의 경우 기존 백라이트 공정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기술적 난이도는 온 엣지 대비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엣지 방식 대비 퀀텀닷 재료를 보다 많이 사용해야 하므로 원가는 더 높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자료에 따르면 일반 55인치 LED 백라이트의 원가를 100%라면 온 엣지 방식은 50%, 온 서피스 방식은 이보다 2배 이상으로 원가가 높아진다. 패널 모듈을 기준으로 보면 온 엣지 방식은 일반 패널 모듈 대비 7%, 온 서피스 방식은 35%나 원가가 비싸다.

무 카드뮴 퀀텀닷은 효율, 수명 낮아

상용화 관점으로 보면 퀀텀닷 원재료에 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카드뮴(Cd) 기반 퀀텀닷은 광 전환 효율과 색 순도, 열 안정성 등 모든 특성이 우수하다. 하지만 카드뮴은 유해물질로 지정돼 있어 완성품 제조업체들이 적용을 꺼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무 카드뮴 기반 퀀텀닷 재료를 자사 TV에 적용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 카드뮴 퀀텀닷은 일반적으로 인화인듐(InP) 재료 기반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카드뮴 기반 퀀텀닷 대비 특성이 좋지 않다. 특히 광 변환 효율이 낮아 무 카드뮴 퀀텀닷 필름을 LCD TV에 사용할 경우 화면 밝기를 높이기 위해 백라이트의 LED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 이는 원가 상승 요인이다. 전력 소모량 역시 늘어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화면 밝기를 보완하기 위해 SUHD TV에 이중휘도향상필름(DBEF)과 같은 고효율 광학 시트 등을 추가로 탑재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체적 관점(전력소모량, 재료 사용량)에선 카드뮴 기반 퀀텀닷이 무 카드뮴 대비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마침 유럽연합(EU)은 2018년 6월 30일까지 카드뮴 기반 퀀텀닷이 유해물질규제2(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 2, RoHS2)에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EU는 6대 유해물질(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 PBB, PBDE)이 포함된 가전제품의 유럽 내 판매를 금지하는 RoHS 지침을 시행해오고 있다. 카드뮴의 경우 중량 기준 0.01%를 넘으면 안 된다. 그러나 카드뮴 퀀텀닷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예외 조항을 뒀다. EU 집행위원회는 “카드뮴 기반 Q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는 에너지 소비가 적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며 “2018년 6월 30일까지 금지 조항의 예외 적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스 코 설리번 QD비전의 공동 설립자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EU의 이번 예외 조항 발표는 QD비전의 (카드뮴) 퀀텀닷 기술이 환경, 제조, 사용시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카드뮴 기반 퀀텀닷 기술은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 색상 품질 및 신뢰성 규격을 이룬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류에도 카드뮴 기반 퀀텀닷을 개발해온 주요 업체들은 무 카드뮴 퀀텀닷을 추가적으로 개발, 올 하반기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국 나노스퀘어와 미국 나노시스가 올 하반기 무 카드뮴 퀀텀닷을 내놓는다. 엘엠에스는 나노시스로부터 무 카드뮴 퀀텀닷 재료를 공급받아 관련 필름을 제작,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퀀텀닷, 유기EL 대체 소재로 뜰까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퀀텀닷의 궁극 진화 모델이 OLED 패널의 자발광 소자인 유기EL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퀀텀닷 역시 전기를 흘리면 발광(Electron Luminescence, EL)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즉, OLED의 발광층을 유기물이 아닌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무기물 퀀텀닷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를 QLED 혹은 QD-LED(Quantum dot Lighting Emitting Diode) 기술이라고 부른다.

퀀텀닷은 입자 크기 조절을 통해 색을 손쉽게 변환할 수 있는데다 광 전환 효율이 높고 색 순도가 높다. 기존 OLED 공정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상용화되면 상당한 파급 효과를 지닐 수 있다는 예상이다. 다만 높은 전류밀도에서 효율이 급격하게 감소하거나 이에 따른 수명 저하 등 안정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아울러 퀀텀닷을 발광층에 패터닝하는 기술 역시 새롭게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대학교 이창희, 차국헌, 이성훈 공동 연구팀이 QD-LED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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