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⑨] 깡통이 된 HW…10년후엔 완전한 클라우드 세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전세계에 필요한 컴퓨터는 5대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1943년 IBM 회장이었던 토마스 왓슨은 이같이 말했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를 포함해 태블릿, 스마트폰, 스마트워치까지 개인이 보유한 모바일 디바이스가 평균 5대에 달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그러나 이 ‘컴퓨터’라는 용어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바꿔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로부터 63년 후인 2006년 오라클에 인수되기 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그렉 파파도폴라스는 여기에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전세계에 컴퓨터는 5대면 충분하다. 5대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아마존, 이베이, 세일즈포스닷컴”이라고 말했다.
이 5대 컴퓨터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를 의미한다. 이 예언 역시 현재 시점에선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2015년 현재 전세계 클라우드 서비스시장은 아마존(AWS), 구글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후인 2025년에는 어떤 모습일까.
기업 운영에 필요한 IT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등을 빌려 쓰는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실제 최근 몇년 간 기업이 보유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HW) 장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서버와 스토리지 등 IT인프라 장비의 성장세는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설계, 제작해 공급하는 주문자설계제조업체(ODM)의 성장세는 매 분기 평균 4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즉, 과거와 같이 기업들은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스위치 장비 등을 구입하고 자사 환경에 최적화된 IT 인프라를 구축, 운영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점차 이를 빌려 쓰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 판매되고 있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의 30% 이상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IBM이 자사의 x86 서버 사업을 중국 PC기업 레노버에 판매한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심지어 IBM은 자사의 유닉스 서버 등에 탑재하던 파워 프로세서를 공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오픈파워 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IBM의 결정은 하드웨어(HW) 장비를 판매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반영하기도 한다.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오는 2018년까지 클라우드, 분석, 소셜, 모바일, 보안에서 창출되는 매출을 2018년까지 전체 매출의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IBM 이외에도 지난 수십년 동안 글로벌 IT 산업을 이끌었던 HP와 MS, EMC, 오라클, 시스코 등 대부분의 업체들 역시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며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함께 HW 업계에 현재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 Defined)’다. 네트워크 가상화를 구현하는 SDN(SW 정의 네트워크)에서 촉발된 ‘SW 정의’ 바람은 ‘SW 정의 스토리지(SDS)’ 등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즉, 특정업체의 장비에 종속되던 것에서 벗어나 기업이 필요한 기능을 SW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는 그야말로 깡통이 되고 있는 셈이다.
VM웨어가 최근 선보인 ‘이보레일’과 같은 통합컴퓨팅 장비는 인텔 프로세서가 장착된 표준 x86 서버 위에서 SW 정의 인프라 구현이 가능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SW를 통해 별도의 스토리지나 네트워크 장비 없이도 이를 가상화해 이른바 ‘SW정의 데이터센터(SDDC)’를 구축할 수 있다.
이밖에 기업용 IT시장에서 그동안 주요 저장매체로 사용돼 왔던 하드드라이브디스크(HDD) 역시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SSD)로 향후 10년 동안 서서히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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