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때문에 코너에 몰린 구글…국내 IT업계에도 후폭풍?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대법원이 구글 안드로이드가 오라클 자바API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2010년 오라클이 구글이 자바API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60억달러(한화 약 6조759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안드로이드가 별도의 로열티를 받지 않고 오픈소스로 만들어진 공개 소프트웨어(Open SW)’라고 주장해왔던 구글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안드로이드는 애플 아이오에스(iOS)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OS) 시장을 대표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 OS 시장점유율에서 안드로이드는 78.9%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구글은 최소 1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오라클에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결국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하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 기기 업체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우리 IT기업에게도 이 소식은 악재다. 중국 업체의 급성장과 함께 평균판매단가(ASP)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이다.
다만 오라클이 최종적으로 승리한 것이 아니어서 이번 판결이 당장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 판매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면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자바로 얻은 시장점유율, 소송지면 로열티로 막대한 대가 치러야 = 당연한 결론이지만 구글이 코너에 몰린 이유는 안드로이드에 자바API를 변형해 다른 용도로 재배포했기 때문이다. 자바는 OS나 플랫폼에 관계없이 자바 언어로 만들어진 앱을 구동시킬 수 있어 호환성이 높다. 구글 입장에서 많은 사람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게 만들어 광고와 서비스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시장점유율이 필요했고 자바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였다.
하지만 자바를 사용함으로 인해 안드로이드는 구조적으로 파편화, 성능 향상에 문제를 가졌다. 안드로이드 앱은 모두 자바로 개발되는데, 이 앱을 OS가 직접 실행할 수 없어 ‘자바가상머신(JVM)’과 같은 해석기가 필요하다. 덕분에 자바는 어떤 OS에서도 작동할 수 있지만 JVM을 거치므로 성능에 한계가 있다.
쉽게 말해 구글은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라는 장점을 살려 개발자를 끌어들이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스마트 기기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으나 자바를 보유하고 있는 오라클과의 로열티 분쟁과 성능 발전의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구글이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올리게 된 대가를 지금에 와서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의 특성으로 인해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와 같이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독자적인 OS, 예컨대 아마존(파이어OS)이나 샤오미(MIUI)와 같이 ‘탈구글’ 세력의 기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구글은 더 이상 안드로이드 하나만 바라볼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안드로이드에서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만들었으나, 앞으로는 자바를 이용하지 않는 OS를 보급하거나 어떤 플랫폼에서도 서비스를 맛볼 수 있게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자체 서비스 역량 강화, 삼성전자와의 관계 설정에 주목=구글이 오라클과의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무릎을 굽히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수 있다. 광고로 수익을 유지해야 하는 구글은 일정 수준의 안드로이드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야 한다.
AOSP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새로운 수익모델, 예컨대 ‘안드로이드페이’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안착시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초반부터 애플 ‘애플페이’에 밀리고 있다.
더구나 샤오미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손을 잡았고 웨어러블 기기 OS인 ‘안드로이드웨어’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따라서 자바의 영향력을 덜고 자체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M’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안으로 ‘크롬OS’가 여전히 유효하므로 여차하면 오라클에 로열티를 지불하기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놓고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진화를 염두에 둘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오라클과 적정한 수준에서 로열티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몇몇 업체에게 로열티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정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관련해 자체 핀테크 플랫폼 ‘삼성페이’를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최대 스마트 기기 판매 업체이기도 하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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