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엘리엇, 삼성그룹으로 타깃 변경?
- 엘리엇, 경영권 승계 활용 수익 극대화 전략 취할 듯…논란 확산만으로도 삼성 부담커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엘리엇은 수많은 독립 주주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져 실망스러우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난 17일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발표한 공식 입장이다. 이날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결정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3대 주주(지분율 7.12%)다. 합병에 반대했다. 엘리엇의 반대 이유는 합병비율에 대한 불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0.35대 1의 비율로 합병했다. 합병은 전체 주식의 3분의 1 또는 주총 참가 주식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삼성물산 합병은 의결권 전체 주식의 58.91% 주총 참석 주식 중 69.53%가 찬성했다.
엘리엇이 이대로 물러날 것이라고 보는 이는 없다. 엘리엇이 이번 싸움에서 원한 것은 단순 시세 차익이 아니다. 엘리엇은 공식입장서 합병안 승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가능성’은 곧 ‘모든 형태 공격’을 취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엘리엇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는 것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술적 선택지는 여러가지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총 이후에도 합병에 반대하는 사람이 미리 회사가 정해둔 가격에 자신의 주식을 파는 권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양사 합쳐 주식매수청구권 1조5000억원이 넘으면 합병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해뒀다. 행사가는 삼성물산 보통주의 경우 5만7234원이다. 엘리엇이 가진 지분을 다 팔면 6368억원이다. 삼성물산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 6만2100원. 합병이 싫어도 그냥 시장에서 파는 것이 이득이다. 또 주총 이후 절차를 따라가는 것 자체는 주총 효력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송은 피할 수 없다. 어떤 소송을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다. 일단 주총 무효 소송을 예상할 수 있다.
주총 무효 소송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중복 위임장 효력, 둘째 이건희 회장의 위임 적절성, 마지막으로 KCC로 넘어간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 위법성 등을 따질 확률이 높다. 삼성물산 주총은 오전 7시부터 주주 확인을 시작했지만 개회가 늦어질 만큼 참여 주식 확정이 쉽지 않았다. 결국 합병안 표결은 오전 11시에 들어갔다.
논란은 곧 향후 문제소지다. 삼성물산은 “중복 위임장은 엘리엇과 의견이 다른 경우 회사에서 결정하고 진행했다”라며 “확인은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참관해서 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의결권 관련해서도 엘리엇 법무대리 넥서스는 “회장이 안 나왔다”라며 “회장이 위임장을 제출했나”라고 질문을 던져뒀다. 의장을 맡은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이 “이전부터 포괄적 위임으로 대리 행사되고 있다”고 답했지만 법적 문제 여부를 재확인했다. KCC가 인수한 자사주는 이미 주총 전 가처분 신청으로 수면 위에 있던 사안이다.
주총 무효 소송이 다가 아니다. 국민연금과 엘리엇이 지분을 보유한 다른 삼성 계열사가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1대 주주(지분율 11.21%)다.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면 합병은 없었다. 국민연금은 찬성 결정을 투자위원회에서 했다. 민간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결위)로 넘기지 않은 것에 대해 의결위를 포함 상당수의 이해관계자가 의구심을 표했다. 엘리엇도 마찬가지다.
엘리엇은 삼성SDI와 삼성화재 주식도 지분율 1% 이상 보유 중이다. 상법상 1% 이상 주주는 주주대표소송과 회계장부열람권 등을 갖는다. 삼성SDI와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물산 주식을 7.39%와 4.79% 소유했다. 엘리엇의 논리대로면 이들을 배임행위로 걸고 들어갈 수 있다.
엘리엇은 부인했지만 투자자·국가소송(ISD)도 열려있다. 엘리엇이 명분으로 내세운 합병비율은 국내법에선 전혀 통하지 않는 소리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법대로 했다. 법원도 이점을 인정해 엘리엇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소송의 승패는 법에 달렸다. 법을 도마 위에 올리는 카드를 엘리엇이 안 써본 것도 아니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이다. 최소한 엘리엇은 이미 이 절차에 도덕적 흠집을 내는데 성공했다. 구설을 확산시키는 것만으로도 삼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엘리엇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 역시 승패보다는 삼성에 부담을 주기 위한 도구다. 삼성이 느끼는 압력의 강도만큼 엘리엇이 돈을 더 벌 가능성이 커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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