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이메일 악몽’ 우리은행 차세대에도?…민감했던 일주일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2500억~3000억원 규모로 평가되는 우리은행의 2기 차세대시스템 추진사업이 이달중 임시이사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당초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 추진안은 지난달 27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1차 보류됐다. 이 때문에 금융IT업계 일각에선 “사업추진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와관련 우리은행측은 “사업의 내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좀 더 두루두루 살펴보자는 의미에서 미룬 것일뿐 다른 의미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우리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서게되면 IT지원에 나서야하는 우리FIS의 김종완 대표도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는 차원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며 “조만간 이사회에 상정해 통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국내 은행권의 사례를 봤을 때,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시스템 사업이 이사회 등 의사결정과정에서 한 두 번의 재고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경우는 없었다. 때문에 이번 우리은행의 경우도 특별히 민감해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현재까지는 매우 자연스러운 의사결정 과정, 또는 논의의 수렴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금융IT업계에서 이번 건이 유독 민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해 초 한국IBM의 셜리 위 추이 대표(현재는 퇴직)의 이메일 한통으로 촉발된 ‘국민은행 주전산기 사태’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국민은행처럼 현재 IBM 메인프레임을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2018년에 완성될 2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통해 메인프레임을 퇴출시키고 개방형 환경으로 다운사이징 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확정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안건이 1차 보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 일각에선 ‘혹시 IBM이 메인프레임을 지키기위해 국민은행의 경우처럼 또 다시 우리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개입했기때문 아니냐’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왔고, 그만큼 사안이 민감해져버린 것이다. 우리은행측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사안은 일주일만에 일단 일단락된 모양새다.
앞서 국민은행의 경우 2015년 IBM과의 OIO계약 만료를 앞두고 IBM측과 OIO재협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국민은행은 유닉스 환경의 리호스팅(기존 업무애플리케이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전산시스템만 교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지난해 1분기 본격적인 리호스팅 사업 진행을 앞둔 시점에서 ‘주전산기 선택을 재고하라’는 요지의 IBM 이메일 파동이 발생하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이 사태이후로, KB금융그룹과 국민은행은 회장과 행장간의 파워게임으로 비화될만큼 엄청난 내홍에 시달렸으며 경영진은 모두 물러났다. 또한 리호스팅 프로젝트는 백지화됐고, 주전산시스템은 다시 IBM 메인프레임을 유지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 사태 이후 국내 금융권에선 ‘IBM이 고객사 고유의 의사결정과정에 개입했다’는 비판적 여론이 높게 형성돼있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우리은행측도 2기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앞두고 IBM측에 ‘장난치지 말라’는 의미의 사전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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