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통신망이 재난될라…부실설계로 예산낭비 우려
- 안정상 새정연 정책실장 보고서 발표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재난안전통신망이 ISP 부실설계로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한된 예산에 사업을 맞추려다보니 사업자체가 부실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표준화도 고려하지 못해 예산만 이중으로 낭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은 9일 '국가재난안전망 사업에 대한 분석과 평가' 보고서를 내고 전체 예산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타당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없이 사업이 진행되다보니 의혹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 실장은 시범사업 부터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1, 2사업자의 책임과 범위가 겹치거나 모호해 책임논란이 우려될 뿐 아니라 유지보수기간 또한 명확하지 않고 제1운영센터 위치조차 명기되지 않는 등 공고 자체가 엉성하다는 것이다. 또한 수행기간 7개월이 주어졌지만 늘어난 사업범위, 모호한 요구사항, 시운전, 안정화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10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로 예산을 꼽았다. 안 실장은 LTE 설계능력이 부족한 사업자를 선정해 기술 및 예산검증에 대한 부실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시범사업 의견제출시 300건에 육박하는 이의 및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기지국 서비스 범위를 과다하게 책정하는 설계오류로 전체 기지국 수량의 축소되는 결과를 야기해 현재 배정된 예산으로는 자가망 구축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국민안전처는 대부분 지역을 자가망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상당지역에서 상용망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상용망 이용에 대한 예산은 반영돼 있지 않아 향후 비용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안 실장은 수행업체의 도덕적 해이 의혹도 제기했다. ISP인 수행사가 향후 사업수주를 염두해 둔 예산배정이라는 것이다. 주제어 시스템 등 특정 분야에 과도한 예산을 배정해 특정사의 수주확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표준화를 고려하지 않은 단말기 공급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난통신망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기준인 그룹통화, 직접통화, 단말기중계 기능의 국제 기술표준은 2016년에 확정될 예정이고, 업계에서는 빨라도 2017년 중반은 되어야 장비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시범사업, 내년 초부터 8개 시도에 재난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장비가 나오기도 전에 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정상 실장은 "정부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기존의 무선통신망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방안에 대한 깊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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