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패스, 중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 본격 가동… 벌써 19개 고객사 확보
네패스가 중국 현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 회사 측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팹리스, 파운드리 업체를 고객사로 끌어들여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9일 네패스는 중국 장쑤성 화이안시에서 공장 개소식을 열었다. 네패스는 지난 6월 웨이퍼레벨패키지(WLP) 및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DDI) 패키지 라인 설치를 마치고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식 개소식에는 네패스 이병구 회장 등 회사 임직원과 화이안시 서기인 요우소동 등 지방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은 “중국 정부의 지원과 화이안 개발총구의 배려로 짧은 시간 내 양산 라인 설치 및 인허가를 마치고 이 행사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며 “장쑤 네패스 공장을 통해 빠른 시일 내 중국 하이엔드 반도체 패키지 분야에서 선도 업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개 고객사와 공급 계약
장쑤 네패스 공장의 초기 양산 규모는 월 3만장 수준이다. DDI용 플립칩 패키지 생산 용량이 1만장, 8인치 및 12인치 WLP 생산 용량이 각각 1만장씩이다. 플립칩은 실리콘 칩(Die) 표면에 전기가 통하는 돌기(Bump)를 형성한 후 기판과 전기적, 물리적으로 접합하는 패키지 형태를 의미한다. 플립칩 패키지는 금속으로 칩 주변과 기판을 연결하는 와이어본딩(wire-bonding) 방식 대비 크기가 훨씬 작은데다 접합 거리가 짧아 외부 노이즈와 인덕턴스(inductance)가 낮다. 와이어본딩과 비교하면 입출력(IO) 속도가 빠른 것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플립칩 방식을 사용하는 칩 수요는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WLP는 가공이 끝난 웨이퍼를 잘라내지 않은 상태에서 패키징 및 테스트를 진행한 후 마지막으로 절단 공정을 수행한다. 잘라낸 뒤 가공하는 것 보다 생산성이 높지만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된다. 이병구 회장은 “현재 중국 내에서 12인치 WLP 양산 체제를 제대로 구축한 기업은 네패스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중국 내 반도체 패키징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현지 스마트폰 및 패널 업체들의 점유율이 확대됐고, 리드코어, 하이실리콘, 스프레드트럼, 록칩 등과 같은 중국 팹리스 업체들의 성장세가 높기 때문이다. 네패스 측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함에 따라 중국 팹리스 업체들이 대만이 아닌. 현지 패키지 외주 물량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장쑤 네패스 공장이 확보한 패키징 고객사는 벌써 19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BOE 관계자들도 이날 행사에 고객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인 BOE는 DDI 업계의 ‘큰 손’이다. 장쑤 네패스의 현재 양산 규모는 월 3만장 수준이지만, 공장 건물은 10만장의 패키징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다. 즉, 장비만 반입하면 언제든 생산 용량을 확대할 수 있다. 김학남 반도체사업부 부사장은 “주변 2만평의 부지도 확보해 둔 상태”라며 “추가로 공장(클린룸)을 지을 경우 장쑤 네패스에서 소화할 수 있는 패키징 총 물량은 30만장으로 확대된다”고 말했다.
합작사 지분율은 네패스 49, 중국 51
장쑤 네패스 유한공사는 한국 네패스와 중국 장쑤성 소재 화이안공업원구 관리위원회가 합작으로 세운 회사다. 초기 자본금은 7100만달러. 지분율은 네패스 49%, 화이안공업원구가 51%다. 경영권은 네패스가 갖기로 했다. 네패스는 낮은 지분율에 대한 우려로 중국 진출에 고심을 거듭했으나 ‘실리’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쑤 화이안공업원구는 네패스에 향후 65년간 공장 부지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특히 중국은 초기 자본금 납입을 현금으로 했으나 네패스는 대부분 현물로 했다. 네패스는 지난해 매각한 싱가포르 공장에 있던 장비 중 절반은 대만 업체에 팔고 나머지 반은 장쑤 네패스로 옮겼다. 가동률 저하로 유휴 상태였던 한국 공장의 일부 장비도 중국으로 내보냈다. 이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병구 회장은 “중국은 외국 업체들이 현지에 신 공장을 건설할 때 중고 장비 반입을 불허하지만, 우리는 허용됐다. 중국 기업으로 등록된 덕에 연구개발(R&D) 펀드 등 현지 기업과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적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남 부사장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 디자인, 파운드리, 패키징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며 “대만으로 갈 패키징 물량이 이쪽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첨단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화이안시는 네패스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해외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화이안(중국)=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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