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로옴, 세계 첫 트렌치 구조 SiC 전력반도체 양산…업계 최고효율 달성

한주엽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일본 반도체 업체인 로옴(ROHM)이 효율을 크게 높인 전력 반도체 신제품으로 산업용 기기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27일 로옴은 세계 최초로 트렌치(Trench) 게이트 구조를 채용한 실리콘카바이드(silicon carbid, 규소와 탄소의 화합물을 의미하며 SiC로 표기) 모스펫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트렌치 게이트 구조를 가진 SiC 전력 반도체를 양산한 업체는 로옴이 유일하다. 회사 측은 트렌치 SiC 전력 반도체가 기존 플래너(Planar) 타입 제품 대비 동일 칩 면적에서 동작 저항을 50%, 입력용량(pF)을 35% 낮춰주므로 스위칭 성능이 대폭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로옴은 이번에 개발한 트렌치 구조 SiC 전력 반도체와 SiC 쇼트키 다이오드(Schottky diode, SBD)를 하나의 패키지에 내장해 1200볼트(V), 180암페어(A)의 정격을 실현한 ‘BSM180D12P3C007’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플래너 타입 SiC 모스펫을 사용한 모듈과 비교하면 스위칭 손실이 42% 가량 낮다. 실리콘(Si) 기반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nsulated gate bipolar mode transistor, IGBT) 모듈과 비교하면 손실이 77%나 낮다고 로옴 측은 강조했다.

로옴은 이 제품으로 태양광 발전용 전력 컨디셔너, 산업기기용 전원, 공업용 인버터 등 대용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추후 개별부품(Discrete) 형태로 650V(118A), 1200V(95A) 정격의 SiC 트렌치 모스펫 제품을 각 세 종류씩 순차적으로 제품화할 예정이다. 양산은 올해 4분기로 예정돼 있다. 나카무라 다카시 로옴 본사 SiC 전력 반도체 개발 책임자(부장)는 “기존 실리콘 기반 IGBT나 트렌치 구조가 아닌 평면형 SiC 대비 판매 가격은 높을 수 있겠으나 낮은 저항, 고속 동작, 고온 동작이 가능하므로 주변회로(냉각기구 등)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전체 비용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iC의 장점, 그리고 더블 트렌치 게이트 구조

전력 반도체는 전압, 전류, 주파수 중 1개 이상을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즉, 전압을 높이거나 낮출 때, 교류를 직류로, 직류를 교류로 바꿀 때 전력 반도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수행될 때에는 반드시 손실이 발생하게 돼 있다. 전력 손실은 열 에너지로 방출되는데, 이 때문에 전력 반도체 부근에는 방열을 위한 냉각 장치가 탑재된다.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전류가 흐를 때 저항 성분에 의해 발생하는 도통(導通) 혹은 전도(傳導) 손실이다. 칩 면적이 클수록 저항은 작아지게 돼 있고 손실 역시 작아진다. 두 번째는 스위칭 손실이다. 전류를 흐르게 하거나(OFF→ON), 혹은 흐르는 전류를 끊을 때(ON→OFF) 손실이 발생하는 것인데, 전류를 완전히 끊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손실로 보면 된다.

SiC는 일반 실리콘 대비 절연 파괴 강도가 10배 가량 높기 때문에 내압 절연 영역을 10분의 1로 얇게 만들어도 고내압에 견딜 수 있다. 이는 곧 전류가 흐르는 간격이 짧아지고, 저항치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도통 손실을 저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SiC는 기존 실리콘 기반 IGBT 대비 고속 스위칭이 가능하므로 스위칭 손실도 최대 90%나 줄일 수 있다. 현재 SiC를 소재로 전력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는 로옴을 포함해 독일 인피니언, 미국 크리 밖에 없다.

로옴은 SiC의 게이트 구조를 트렌치형으로 만들어 셀 밀도를 향상시켰다. 셀 밀도가 높아지면 도통 손실을 한층 더 완화할 수 있고, 스위칭 성능도 높아진다. 트렌치 게이트 구조의 SiC 전력 반도체는 경쟁사도 연구개발(R&D)에 한창이다. 그러나 게이트 부근의 전계(electric field, 電界)가 집중, 고열 발생으로 인한 신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옴은 게이트 뿐 아니라 소스(Source) 영역도 트렌치 형태로 만든 ‘더블 트렌치’ 구조로 게이트 부근에 전계가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했다. 로옴 관계자는 “SiC의 특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더블 트렌치 구조의 전력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우수한 저손실 특성과 고속 스위칭 특성을 겸비, 산업기기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의 저전력화와 경량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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