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초연결지능망 전략, 네트워크 생태계 발전기회로 삼아야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초연결지능망(HIN)’ 구축을 목표로 내세운 새로운 네트워크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최종안이 이달 말 나온다.
이번 전략은 1995년에 추진했던 초고속정보통신망(KII) 전략, 2000년대 중반 이후진행한 광대역통합망(BcN)·초광대역융합망(UBcN) 전략에 이은 국가 차원의 네트워크 진화 전략이다. PC와 인터넷 주축의 정보화 시대를 지나 본격화된 모바일 시대, 이제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위한 대대적인 국가 네트워크 고도화 사업이 추진된다.
지난 9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소개한 ‘K-ICT 초연결지능망 발전전략(안)’에 따르면, 네트워크 혁신 일등국가를 실현한다는 비전 아래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초연결지능망(HIN)’을 구축할 계획이다.
초연결지능망(HIN)은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기가급 속도와 커버리지를 기반으로 전국 어디서나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연결시킬 수 있는 ‘초연결’ 기능과 이용자 요구에 맞춰 속도와 품질, 보안 등의 가용자원을 유연하게 할당·제공되는 ‘지능망’이 결합된 네트워크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로 빠르게 진입함에 따라 이에 걸맞는 요구를 수용한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취지다. 속도뿐 아니라 품질, 보안성 등도 갖춰 더 빠르고 유연하고 안전하면서도 사람과 사물을 아우르는 확장성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로 고도화시키자는 것으로, 적절한 시점에 나온 국가 네트워크 혁신 로드맵이라 할 수 있다.
무선은 1기가비트(Gbps, G) 속도를, 유선은 10G 속도 구현이 목표다. 현재 지원 수준은 무선은 300메가비트(Mbps), 유선은 1G 수준이다. 아울러 현재 네트워크 구성에 수개월 걸리던 것을 수일에서 수시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유연성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과제도 제시했다.
이 발전전략은 올 9월 말 확정해 올해부터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되는데, 1단계 완료 시점이2017년이다. 무선의 경우, 오는 2018년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목표와도 부합된다.
백본망은 수십테라비트(Tbps) 용량을 지원하는 장비를 구축해 2020년까지 채널당 전송속도를 1테라비트(Tbps)급으로 고속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SDN(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NFV(네트워크기능가상화)·TIPN(트러스티드 IP 네트워크)같은 신기술을 활용, 광·회선·패킷이 통합된 백본망을 구축해 유무선망과 IoT 망을 구성한다는 밑그림이 나온 상태다.
38조원 규모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초연결지능망 발전전략을 추진을 앞두고 벌써부터 다양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일단 5년간 추진될 중장기 사업으로 많은 경제적 효과가 유발될 수 있다. 선도적인 네트워크 구축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면 국민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크다.
앞선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갖춰진 ICT 선도국의 이미지도 이어나갈 수 있다. 다가오는 초연결 지능사회를 선도한다는 측면을 크게 부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세계 각국은 이미 초연결 시대 핵심인 5G 통신과 IoT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전략 추진에 필요한 예산은 38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5년간 1조40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나머지(37조원)는 통신사 등 민간이 투자하게 된다.
그만큼 민간의 역할과 민·관의 협력이 아주 중요하다.
정부도 이번 발전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발한 경쟁을 통한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구축(민간) ▲민·관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 신기술 선도도입·확산 ▲네트워크 산업생태계 조성(정부)을 담았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네트워크 신기술을 도입하고 바람직한 생태계를 조성해 우리나라 네트워크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계기로 삼자는 의미다.
국가 네트워크를 최고 수준으로 혁신하는 동시에 관련산업 경쟁력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종 네트워크 신기술을 개발·적용하고 시험·검증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뿐 아니라 관련산업계의 기술 수준과 경쟁력도 크게 높아질 수 있는 호기다.
무엇보다 이번 발전전략이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 통신장비 업체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신기술을 들고 새롭게 네트워크 분야에 뛰어든 새로운 주자들도 적극 육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보안이 내재된 통신망 구축으로 갈수록 거세지는 사이버위협과 국가 간 사이버전 환경에서 통신망 보안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사이버보안 분야 전문가들과 관련산업계와의 폭넓은 협력도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과거 초고속정보통신망 전략과 광대역통합망·융합망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를 갖춘 ICT 선도국가로 이미지를 굳혔지만 관련기술·산업 경쟁력은 사라지고 생태계는 무너진 전례를 이번 발전전략 시행에 즈음해 다시금 기억했으면 한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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