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감소가 불러온 단통법 도미노 효과
- 이통사 해지율·마케팅비 감소로 수익성 개선
- 단말기 제조사는 판매량 감소로 울상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 과열 보조금 경쟁이 어려워지면서 번호이동 규모는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2일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9월 번호이동규모는 5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5개월 연속 5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1년간 월 평균 번호이동 규모는 56만5000여명이다. 정부의 규제로 일시적으로 번호이동이 감소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시장이 잠잠한 적은 없었다.
2008년 월 평균 95만7000여명, 2009년 85만9000여명, 2010년 91만2000여명이 통신사를 옮겼다. 가입률 100%를 돌파한 후인 2011년에는 무려 월 평균 99만6000여명이 통신사를 갈아탔다. 2012년 97만3000여명, 2013년에도 93만명을 기록하는 등 10년간 이통3사의 번호이동 경쟁은 늘 뜨거웠다. 하지만 단말기유통법 시행으로 월 100만이 넘는 번호이동은 옛말이 됐다.
이처럼 번호이동 규모가 급감한 이유는 지원금 상한제에 따른 과열 보조금 경쟁이 불가능해졌고,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지원금 차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 20%를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번호이동 감소는 이동통신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연쇄적인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번호이동 감소로 이통사들의 해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2분기 SK텔레콤의 월평균 해지율은 1.3%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0.6%p, 전분기대비 0.7%p나 줄었다. KT의 해지율도 1.8%로 전년동기대비 0.5%p 축소됐다. LG유플러스 해지율도 사상최저치인 1.73%를 기록했다. 1년전 만해도 2%대를 넘겼지만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부터 1%대에 진입했다.
해지율 감소는 마케팅비용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2분기 SK텔레콤의 마케팅비용은 7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3% 감소했고 KT와 LG유플러스 마케팅 비용도 각각 6742억원, 47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1%, 13.5%가 줄었다.
마케팅 비용 감소는 수익개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2분기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41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 줄었지만 일회성 특별퇴직으로 지출한 1100억원의 인건비를 제외하면 5200억원의 영업익이 발생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KT도 3688억원의 영업익을 거두며 다시 흑자로 돌아섰고 LG유플러스도 전년동기대비 96.3%나 늘어난 1924억원의 영업익을 거두었다.
반면, 단말기 제조사는 줄어든 수요만큼 울상이다. 이통사의 단말기 판매대수는 2011년 2598만대, 2012년 2359만대, 2013년에도 2095만대 등 꾸준히 2000만대선을 넘겼지만 지난해에는 1823만대로 감소했다. 여기에 법 시행 이후 60~70만원대 단말기 판매는 감소했고 40만원 미만 중저가 폰의 판매비중은 늘어났다. 그만큼 제조사의 매출, 수익성이 저하됐다는 얘기다.
미래부는 "이통사만 배부르게 하는 법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이통사의 이익률은 주요 해외 사업자에 비해 크게 낮다"며 "LTE 가입자 증가에도 불구 무선 매출액은 2010년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단말기 시장 위축에 대해서도 "주요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70%를 넘어 신규 수요는 줄고 교체 수요 위주로 이뤄져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국내 판매량도 2011년을 기점으로 매년 10%가량 하락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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