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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크’…2% 부족한느낌이 드는 이유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십수년간 은행권에서 여러 형태로 진화시켜왔던 셀프뱅킹(Self Banking)모델이 과연 어떻게 더 진화된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

지난 3월 이후,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 '(Digital Kiosk)개발 소문이 퍼지자 은행권에서 나타났던 반응이다.

그리고 마침내 베일을 벗은 디지털 키오스크가 2일 공개됐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신한은행의 점포전략과도 곧바로 연결되고, 또 넓게보면 고용문제와도 이어질 수 있어 보기보다 민감한 이슈다.

후발은행으로 출발한 역사를 가진 신한은행은 점포열세를 극복하기위해 1990년대부터 이미 무인점포를 포함한 금융자동화에 상당히 혁신적인 노력을 쏟아왔다.

이번 선보인 디지털 키오스크는 진화의 수준을 논하기전에 여전히 살아있는 신한은행의 혁신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기다려왔던 시연회를 지켜보면서 디지털 키오스크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는 뭔가 2% 부족하다는 개인적인 느낌을 지을 수는 없다. 물론 기술외적인 부분들이다. 시연회를 보기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생각이기도하다.

이날 디지털 키오스크 시연회를 통해 느낀 것들을 두서없이 정리해 본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평가절하할 의도는 전혀 아니고, 미래점포 전략 측면에서 은행권 관계자들과 한번쯤 고민해보자는 의미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는 국내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본인확인 프로세스를 구현했다는 그 자체만로도 이미 충분히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 ATM 코너에 설치된 '디지털 키오스크'... 어색하다 = 신한은행 본점 15층 시연회장. 디지털 키오스크 앞에선 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본인의 신분증을 삽입한 뒤 모니터 영상통화를 통해 본인확인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영상속의 신한은행 직원과 임 위원장간의 대화가 수화기를 통해 진행됐다. 임 위원장은 직원의 요청에 따라 직접 생년월일을 불러줬고, 이후 일사천리로 카드발급까지 프로세스가 진행됐다.

그런데 시연회가 아닌 일반 객장에 설치된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실제로 이같은 진행 과정이 자연스럽게 가능할까.

주변의 모르는 사람들, 바로 옆에서 ATM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채 고객이 영상통화로 은행 직원과 개인정보 확인을 위한 질의 응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별도의 폐쇄된 부스로 디지털 키오스크를 분리운영시키거나 성능이 좋은 해드셋을 비치하는 등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ATM옆에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 디지털 키오스크를 갖다놓는다면 '확장형 ATM'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혹시 성형하셨습니까?”…본인확인 프로세스, 과연 자연스러울까 = 생각은 좋은데 막상 해보면 만만치 않은 경우가 있다. 영상통화를 통한 본인확인 방식의 시연과정을 지켜보면서 든 느낌이 그렇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 이용방식 매뉴얼을 보면, 영상통화는 신규 거래시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영상통화를 통한 본인확인 프로세스는 정부가 권고하고 있는 여러 비대면 실명 확인 방법중 하나다.

신한은행의 상담 직원은 고객과 영상통화를 진행한 뒤 '본인 확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은행 직원은 만약 신분증의 얼굴과 영상 모니터에 나타난 고객의 얼굴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본인 확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자연히 다음 절차로 넘어가지 않고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는 중단된다.

그리고 이 고객에게는 '창구 직원한테 가서 신규 거래를 진행하라'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생각해 볼 문제는 이처럼 영상통화를 통해 '비대면 본인 확인 불가' 판정이 내려질 경우다.

성형을 했거나 화장을 심하게 했거나 피치못해 선글래스를 썼거나 모자를 썼을 경우 직원은 확인불가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본인 확인 불가'의 기준 자체가 모호할 수 있다는 것도 시연회를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다. 영상통화를 진행하는 은행 담당자 마다 각각 다른 판정을 내린다면 그 자체로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 요소가 될 수 있다. 머신 러닝과 같은 최신 영상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상담을 하는 은행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는 데 있어 '혹시 성형하셨습니까'라든가 '평소보다 심하게 화장한 얼굴인가요', '웬만하면 선글래스 좀 벗어 보시죠' 이런식의 대화법을 교육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런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확인 불가' 판정 그 자체만으로 고객은 필요 이상의 불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은행권에서는 범죄 예방을 위해 ATM 사용시 얼굴을 가리는 모자 또는 과도한 마스크를 벗도록 유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볼쾌하다는 고객들의 민원때문에 광범위하게 확산시키지 못했다.

◆ 생체정보 시대 개막됐지만..'금융 생체정보 표준화' 논의 없다면 혼선불가피 = 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크에서는 손바닥 정맥을 본인 확인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채택했다.

그동안 국민, 농협 등 일부 은행에서 내부 직원들만 부분적으로 사용했던 생체정보가 이제는 고객들로 사용영역이 넓혀졌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진일보한 것이다. 더구나 공인인증서의 의무 사용이 없어진 상황에서 생체정보 이상의 강력한 수단을 현실적으로 찾을 수도 없다.

하지만 신한은행에 등록된 생체정보는 신한은행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때만 사용된다. 타 은행은 신한은행에 등록된 고객의 생체정보에 접근 권한도 없으며 공유는 불가능하다.

만약 하나은행이 생체정보 기반의 디지털 키오스크를 운용하게 된다면, 고객이 하나은행을 이용할 경우 별도의 생체등록 절차를 또 해야한다. 고객도 불편하고 은행의 입장에서도 불편하다. 암호를 관리하기위한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은행에서 생체정보를 등록하면 은행권에서는 이를 표준화해서 공유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럴 경우 또 다른 형태의 생체 공인인증서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이는 보안의 자율성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생체정보의 생성과 관리, 효율적 활용을 위한 은행권의 중지가 모아져야 할 때다.

◆디지털 키오스크, 경제성은 있나 = 이는 '디지털 키오스크가 국내 은행권에서 과연 확산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같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마치 풍물 자동차처럼 이런 저런 기능이 많이 달려있다. 셀프뱅킹을 목적으로하기때문에 현금입출금기, 통장정리기, 카드발급기, 영상카메라, 수화기 등 다양한 기능의 복합체인것은 당연하다. 현금을 지급하거나 입금하기위한 ATM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ATM처럼 보급형 기술로 만든것이 아니라 수제 자동차처럼 주문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비싸다.

점포내에서 공간을 차지하는 비용을 포함해서 치밀하게 ROI(투자수익율)를 분석해야 겠지만 지금처럼 주문형으로 만들어진다면 경제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은행권의 ATM 도입 단가는 대당 1000만원선이고 감가상각기간은 5년이다.

ATM에서는 현금입출금을 포함해 웬만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하다. 만약 디지털 키오스크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일종의 '확장형 ATM' 역할에 머무르게 된다면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고 확산에도 실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디지털 키오스크가 본래의 기능을 충실해 수행한다해도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권 전체로 확장돼야만 디지털 키오스크의 대당 생산 단가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규모의 경제'가 완성되고 부품및 모듈이 표준화, 보급화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국내 ATM시장 규모에 비춰봤을때 디지털 키오스크의 시장규모는 협소하다는 생각이다. 협소한 시장규모는 디지털 키오스크를 구매하는 은행 입장이나 또 이를 개발하는 개발업체나 모두 부담이다.

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크 개발 프로젝트는 노틸러스효성이 주사업자로 참여해 진행했다. 현재 국내 ATM업계에서 디지털 키오스크 개발을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저돌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업체는 노틸러스효성이 거의 유일하다.

노틸러스효성과 함께 LG CNS도 ATM부문에선 양대 산맥이다. 물론 LG CNS도 자사의 ATM 고객사(은행)가 원할경우 디지털 키오스크와 같은 경쟁 모델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진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고 모바일뱅크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키오스크에 고객들이 얼마나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지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 '완전 무인점포화', '완전한 셀프뱅킹'는 요원한 것인가 = 이번 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보여준 기능은 훌륭했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궁극적으로 완전한 무인점포, 즉 완전한 셀프뱅킹을 구현하는 과정의 하나다.

신한은행은 이번 디지털 키오스크를 발표했지만 '완전한 무인점포화'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입장에선 완전한 무인점포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도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다거나 또는 아직 고객들이 셀프뱅킹을 실행에 옮기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은행 직원이 상주하는 유인 점포에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한다면 고객의 입장에선 디지털 키오스크보다는 창구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편리함에 대한 기준은 고객마다 다르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때까지는 기존 관성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키오스크가 의욕적으로 첫 선을 보였지만 이의 확산속도, 이용의 편리성과 효율성, 경제성, 타 은행들의 동조 여부 등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선보인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가 생각보다 흥행하지 못할 수 있지만 이미 여러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부여된다.

무엇보다 영업시간외에 사용할 수 있는 무인점포 자동화 솔루션으로서 이번 디지텉 키오스크는 상당한 진화를 이뤄낸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17개 점포에 20여대의 디지털 키오스크 운영을 통해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보완해나갈 계획인데,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혁신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고 방향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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