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매각 바라보는 방송업계…“내코가 석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바라보는 방송 플랫폼의 시선이 제각각이다. 같은 배를 탔지만 SK 세력확장을 우려하는 IPTV의 반대부터, 향후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는 지상파, 기회이자 위기로 복잡한 케이블TV까지 저마다 유리한 형국을 만들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유료방송 1등 위협하는 SK…LGU+ 발등에 떨어진 불
SK텔레콤의 계획대로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가 합병하게 되면 SK의 유료방송 가입자 규모는 단숨에 750만명으로 KT그룹을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 단일 사업자로서는 1위다.
KT와 LG유플러스가 다양한 이유를 들어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있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가 현대HCN을 비롯해 씨앤앰 중 한 곳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인수합병에도 불구하고 KT-SK텔레콤 양강체제와 맞서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른 곳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처럼 케이블TV를 인수하거나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아니면 양강체제에 맞서기 위해 범 케이블TV 업계와 융합상품 측면에서 포괄적인 협력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시장은 LG유플러스가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LG그룹은 LTE에서 성공가도를 이끌었던 이상철 부회장을 내리고 LG 1위 신화를 주도해온 권영수 LG화학 사장을 CEO에 선임했다. 통신 경력이 없고 재무전문가인 권 대표의 선임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지상파가 케이블TV 걱정을?…협상력 약화 우려
지상파 방송사들도 이번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상파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상파들은 대기업의 방송시장 독과점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방송협회는 다음 주 CJ헬로비전 인수합병건과 관련한 토론회도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가 이번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콘텐츠 대가 협상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료방송 플랫폼과 지상파간 콘텐츠 대가 협상은 한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면 남은 유료방송사들은 그 계약에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몸집이 커진 KT, SK텔레콤 2강이 과거처럼 지상파 의도대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주 언론학회 주관으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한국방송협회 조성동 박사는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VOD 협상 등이 정상적으로 갈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복잡한 케이블TV, 내맘 나도 몰라
현재 뚜렷한 입장표명을 하지 못하는 유일한 곳은 바로 케이블TV 업계다. 업계 1위가 이동통신 1위에 생각보다 헐값(?) 팔려나갔다는 충격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뉴미디어에서 올드미디어 신세가 된 상황에서 나름 출구전략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업계가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도 감지된다.
지난 주 언론학회 세미나에는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가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결국은 불참했다. 업계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케이블TV도 개별 기업으로 대응할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화부터 알뜰폰 등의 사례를 보면 공동의 목적에도 불구 제대로 힘을 합친 적이 없다. 업계 최대 위기상황에서 케이블TV가 어떻게 입장을 정리할지도 관심사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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