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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같은 상황 엇갈린 해석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가신청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와 지상파 방송사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도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SK텔레콤과 경쟁사들은 인수합병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방송의 공공성, 이용자편익 및 투자방향 등을 놓고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한 주요 쟁점사안을 분석해 본다.

쟁점 1. 방송 끼워팔기 상품 전락 우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방송의 저가화, 공짜 마케팅 수단 전락을 우려했다. 방송협회는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장악할 경우 콘텐츠 사업자들은 통신사 하청 업체로 전락하고 공익성과 다양성 역시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료보편적 서비스 가치를 지니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료방송 플랫폼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그간 양측의 관계를 고려할 때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 이는 유료방송 플랫폼이 대형화 될 수록 지상파 콘텐츠 재송신 대가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SK와 CJ의 결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그간 통신사들의 마케팅 전략을 감안할 때 유료방송의 저가화는 충분히 걱정할 만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이형희 MNO 총괄은 "이 같은 원인은 복합적으로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면서도 "이대로 놔둘 경우 유료방송은 성장할 수 없는 만큼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번호이동보다는 기기변경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SK텔레콤이다. 이 총괄은 방송시장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괄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통신은 물론, 유료방송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은 물론, 전체 통신방송 시장이 선순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덩치를 키워 가입자를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내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해외 미디어 기업들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경쟁질서를 선도할 수 있는 선도사업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방송 저가경쟁, 해외 미디어의 시장잠식, 투자여력 약화, 콘텐츠 육성 부진 등을 극복하고 콘텐츠와 플랫폼의 동반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쟁점 2. 해외 인수합병 거부 사례, 한국도?

쟁점 사안 중 하나는 해외 통신방송 기업의 인수합병 사례다. 해외 사례대로 정책을 집행할 필요는 없지만 참고사례가 될 수 있고, 찬성·반대 진영의 논리로 주로 활용된다. 미국의 경우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이 불발로 귀결된 사례가 있다. KT, LG유플러스는 이 사례를 들어 SK텔레콤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인수합병으로 인한 독점력, 지배력 확대 범위다. 이용자의 이익이나 산업성장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을 경우 규제기관이 제동을 거는 것은 당연지사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사례와 미국 사례는 차이가 크다는 견해가 많다. 미래부 등 정부에서도 심사를 진행해야겠지만 인수합병 자체를 불허할 만한 사례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양사의 결합이 이뤄지더라도 방송,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등에서 KT에 이어 2위이기 때문이다.

남은 문제는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 전이다. 과거 KT와 KTF 합병 때도 KT의 필수설비 등 유선의 지배력이 무선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여러 인가조건을 피할 수 없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만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쟁점 3. 적극적인 투자 VS 인수합병 정답은?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로 '생존'을 꼽았다.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희 총괄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통신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 찾는 것을 비롯해 전체 통신방송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글로벌 미디어 산업은 모바일화, 개인화, 플랫폼 범용화 등을 통해 매체 및 산업간 경계가 무의미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해외에서도 AT&T와 다이렉트TV, 텔레포니카와 채널플러스, KDDI의 J:COM 등의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이동통신과 케이블TV는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이번 인수합병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투자확대와 서비스 혁신만이 시장을 키우는 질적 경쟁이라는 것이다. KT는 "결과적으로 타 사업자도 투자확대 의욕을 상실해 방송통신시장 경쟁력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며 산업생태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과 경쟁사들은 방송의 공정성, 투자효과, 이용자 이익 및 산업후방 효과 등의 쟁점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은 인수합병 인가를 결정할 정부가 어떤 해석을 내리느냐에 따라 방송통신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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