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우려 불식… 금융사-핀테크 협업성과, 기대이상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들의 핀테크 기업 지원이 솔직히 생색내기 아닙니까.’
지난 10일 본지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던 ‘2016년 전망 금융IT 혁신’ 컨퍼런스에서 한 참석자가 핀테크 주제 발표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최근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간의 협업모델이 성과를 하나 둘씩 내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의구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젠 이런 의심을 거두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핀테크 기업의 혁신적 기술과 기존 금융사의 적극적인 협업이 새로운 금융 혁신서비스 출시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정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그동안 육성 차원에서 머물렀던 금융사의 핀테크 생태계 지원이 이제는 직접 투자 및 플랫폼 오픈이라는 보다 깊이있고 진화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 서비스 핀테크 접목 실체화 = 최근 농협은행이 농협 NH핀테크오픈플랫폼을 오픈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핀테크기업 100여곳에 금융API를 제공할 계획이고, KEB하나은행도 핀테크 4개 기업과 업무협약 체결하고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코스콤이 핀테크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가 금융전산망에서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해볼 수 있는 플랫폼인 ‘핀테크 테스트베드’를 15일 오픈하고 신한금융그룹의 ‘신한퓨쳐스랩(Future’s Lab)’이 다음달 22일까지 2기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는 등 금융권의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력이 순조로운 항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핀테크 경진대회 등을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발굴에 초점을 맞췄던 금융사들이 이제는 실제 금융서비스에 접목해 상용화가 가능한 서비스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 것.
당초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사의 핀테크 업체에 대한 지원이 정부시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보여주기 식’ 업무 진행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육성 프로그램을 통한 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사의 조합은 예상외의 결과를 끌어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평가다. 1기 운영을 마치고 2기 운영에 참가할 기업 모집에 나선 ‘신한퓨쳐스랩(Future’s Lab)‘은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 퓨쳐스랩’ 1기 운영을 통해 블록체인, 외환송금, P2P대출, 투자자문 등 다양한 핀테크 분야의 7개의 기업을 발굴, 이들이 가진 혁신 기술을 신한은행 등 그룹사에 적용하기 위해 협업을 진행해왔다.
신한퓨쳐스랩의 1기 육성기업으로는 비모(BEEMO), 스트리미(streami), 페이민트(paymint), 브랜덤(BRANDOM), 스마트포캐스트(Smartforecast), 블로코(blocko), 리얼아이덴티티(Real iDentity)가 있다.
◆은행, 증권, 카드 등 전 영역에 접목=P2P 대출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비모의 경우 ‘어니스트펀드’ 브랜드를 통해 신한은행과 협업하고 있다.
어니스트펀드는 신한은행 전자금융인프라/서비스연동과 고객용 가상계좌발급을 통한 현금흐름관리자동화, 그리고 자금이체수수료 전액면제를 통한 운용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모와 신한은행은 P2P투자고객의 자금 보호를 위해 에스크로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P2P대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심리분석기반 신용평가모형도 신한은행과 공동연구하고 있다. 심리모델공동연구는 1단계로 신한인터넷뱅킹플랫폼을 활용한 모델검증과 신한저축은행, 신한카드와 적용 방안을 연구하는 2단계로 진행된다. 향후에는 행동과학기반 맞춤형 금리와 한도 도출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신한S뱅크 스피드업’ 앱에 여신거절자를 P2P금융으로 연계하는 것을 법률 검토 중이다.
스트리미는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송금서비스 업체로 현재 6개 국가에 대한 송금 검증과 13개 재휴 및 고객사 발굴을 마친 상태다.
스트리미는 신한은행과 ‘스트림와이어(STREAMWIRE)’라는 브랜드로 2016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또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 앱인 ‘신한S뱅크모바일’에 블록체인 기반의 송금 서비스를 탑재하고 금융자동화기기(ATM)에도 적용을 목표하고 있다.
페이민트는 체크카드와 용돈관리앱을 결합한 새로운 자금관리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페이민트는 화폐가 실물에서 전자적 가치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처분권한의 이전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전자화된 화폐 사용에 대한 ‘허락’이 주요한 화폐 처분의 기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페이민트는 현재 신한카드와 협력해 용돈관리서비스 등을 2016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용돈 체크카드관리서비스, 기업자금관리서비스도 오픈할 계획이다.
기차표 발권 등 운송수단 결제에 핀테크를 결합한 방식도 흥미롭다. 브랜덤은 코레일 등 교통수단과 관련된 핀테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는 코레일이 주사업자로 기차표 발권과 고속도로 이용이 가능한 유일한 카드인 ‘코레일 레일플러스카드’가 발급되고 있는데 신한앱카드는 지난 8월 레일플러스 선불충전 서비스를 단독 오픈한 바 있다.
브랜덤은 신한카드와 코레일에 TZ교통카드 자동충전 기능 서비스를 제안하고 12월 중으로 ‘신한코레일레일플러스’ 제휴카드 발급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6월에 TZ모바일 교통카드 서비스 오픈을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브랜덤은 신한카드와 손잡고 레일플러스 자동충전과 유심을 배제한 모바일 금융솔루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스마트포캐스트는 신한금융투자와 빅데이터기반 투자정보 사업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업화를 본격 준비중이다. 스마트포캐스트는 빅데이터 금융분석 영역을 채권, 펀드, 금리, 환율까지 확대하고 ETF, 빅데이터 펀드 등 빅데이터분석 관련 금융상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핀테크 접목 금융서비스 내년에 봇물 = 블로코는 분산 네트워크 기반 거래 장부인 ‘블록체인(Blockchain)’ 플랫폼을 활용해 각종 전자문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클라우드 스탬프’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전자문서 보안 솔루션인 코인스탬프(COINSTAMP)를 신한데이터시스템과 전자문서에 적용하는 방안을 현재 추진 중이다.
이처럼 핀테크 업체와 금융사의 협력이 확대되면서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핀테크 업체들에 대한 직접 투자도 진행하는 등 이러한 생태계를 좀 더 강력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다른 금융그룹 역시 핀테크 업체에 대한 직접투자와 실제 서비스 접목에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이 최근 선보인 홍채인식 본인인증 역시 스타트업으로 꾸준한 관계를 맺어왔던 홍채 인식 기업인 이리언스와의 결과물로 이러한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실제 금융서비스 출현은 내년에 보다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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