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사시이비(似是而非)

윤상호

- ‘SKT, CJ헬로비전 인수’ 경쟁사 비방, 도 넘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매년 ‘교수신문’은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대학교수들의 설문을 통해 뽑는다. 올해는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이다.

혼용무도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사시이비(似是而非)’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하나 사실은 틀리다는 뜻이다. 혼용무도 사시이비 모두 작금의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담아낸 말이다.

통신방송업계도 다르지 않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를 두고 통신방송업계가 시끄럽다.

SK텔레콤의 경쟁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접은 물론 학계 등을 동원해 여론몰이 중이다. 반대 논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KT 임헌문 사장은 지난 19일 송년회에서 기자들에게 “판을 바꾸겠다는 사업자 때문에 업계가 시끄럽다. 정부 업계 국민을 속이고 있다. 선점이 독점으로 변해서 요금인상, 통신사업 위축 등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SK텔레콤을 직접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SK텔레콤이 주장한 인수합병 효과 중 ▲플랫폼 고도화 ▲글로벌 진출 ▲투자 확대 등을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KT의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그동안 KT가 해 온 행동을 보면 말이다. KT는 유료방송 점유율 1위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해도 그렇다. KT가 1위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인터넷TV(IPTV)와 케이블의 반발이 극심했다. 점유율 규제가 없는 위성방송과 IPTV를 결합한 상품으로 가입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KT 탓에 유료방송 시장이 고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귓등으로 듣지도 않았다. 당시 KT가 든 근거는 “케이블TV 사업자의 지역 독점에 근간한 기득권이 유료방송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방송과 통신의 발전적 융합과 기술촉진을 가로막아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것이었다.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기대효과라고 한 말과 다르지 않다.

IPTV와 케이블 플랫폼 결합과 IPTV와 위성방송 플랫폼 결합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확률이 낮다고 글로벌 진출 의지를 거짓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투자 역시 그렇다. 투자를 안 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테니 놔둬도 망한다. 요금인상 우려도 기우다. 지금껏 통신방송 요금은 내려가면 내려갔지 올라간 적이 없다. 1위도 아닌 2위가 요금을 올리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 상황을 놔둘 정부도 아니다.

KT 주장은 그럴 듯하지만 결국 KT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논리일 뿐이다. 인수합병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경쟁사 발목잡기에 매진할 때가 아니다. KT 능력으로 1위를 지킬 전략을 짤 때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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