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지형변화, 2016년 은행권 IT인사…어떤 의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까지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은행권의 2016년 IT조직 및 임원 인사가 단행됐다. 후속으로 1월중순까지 은행내 IT 부서장 인사까지 완료되면 2016년 은행권 IT인사의 지형이 모두 완성된다.
은행권의 IT조직 및 인사의 방향성은 대체로 2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 2016년 은행권 IT인사를 종합해보면 의미를 둘만한 몇가지의 기조가 확연하다. 기존에는 은행의 '정보화및 디지털금융 전략'이 큰 틀에서 IT본부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제는 'IT본부'와 '미래금융'이 각각의 역할로 분명하게 분화되는 모습이다.
<디지털데일리>는 2016년 IT조직및 인사 개편이 가진 의미, 그리고 주목할만한 인사와 IT 현안을 담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스마트금융’, 미래금융 전략의 급부상 = 올해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스마트금융 및 핀테크 관련 조직의 급부상과 관련 인사의 중용이다. 비록 전통적인 IT전문가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업무혁신분야 또는 신사업분야의 전문가들이 핀테크 및 비대면채널 시대에 대응을 위한 전략마련을 위해 발탁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한 조직의 규모도 기존 ‘스마트금융부’의 개념에서 ‘미래금융본부’로 크게 확장된 모습이다. 1년만의 변화이긴 하지만 금융권 IT조직 및 인사의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반면 CIO(최고정보화담당책임자)를 정점으로 하는 기존 은행의 IT본부(그룹) 조직은 역동성 보다는 IT인프라및 관리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기조가 잡힌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CIO및 CISO의 경우, 외부 IT전문가를 영입하기보다는 앞으로는 은행 내부 출신 인사를 중시하는 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과 같은 현안을 제외하고는 CIO직에 가급적 IT부서 출신 전문가를 배치해왔던 경향도 이전보다는 다소 느슨해졌다는 분석이다.
◆2016년 IT인사, 주목할만한 인사는? = 올해 금융지주및 은행 인사에서 주목할만한 IT인사로는 KB금융지주 박영태 전무, 우리은행 조재현 부행장, 농협은행 서기봉 부행장, 신한은행 김재우 본부장, KEB하나은행 김재영 전무, 대구은행 윤이열 본부장, 부산은행 빈대인 부행장 등이 꼽힌다.
대부분 핀테크를 포함한 스마트금융과 관련한 업무 담당자들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각 은행별로 직면한 IT현안과도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먼저, KB금융지주 박영태 전무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마케팅기획담당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정보보호부, 데이터분석부, 미래금융부를 총괄하게돼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박 전무는 지난해 KB금융의 핀테크 전략을 주도한 인물이다.
앞서 KB금융측은 2016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의 배경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지원체계의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의 연계,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영업체계의 구축을 위해 비대면 채널을 총괄할 별도 조직으로 지주에 미래금융부를, 은행에 미래채널그룹을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 조재현 부행장은 이번 인사에서 본부장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행장이 맡는 스마트금융본부는 ICT사업단, 스마트금융부, 핀테크사업부로 구성되면서 기능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CIO의 역할과 함께 핀테크전략까지 동시에 맡는 구조라는 점에서 특이하지만 이는 우리은행 IT조직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우리은행의 ICT 조직은 기획 기능 중심으로만 존재했고 실행기능은 IT자회사인 우리FIS가 맡아왔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비해 지난해 5월 출범시켰던 모바일뱅크서비스인 '위비뱅크'가 예상밖 호평을 거두면서 우리은행 스마트금융 전략에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여기에 올해 우리은행은 총 사업비 2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해야하기 때문에 조 부행장의 역할에 더욱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농협은행에선 올해 서기봉 부행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영업추진본부장을 맡게된 서 부행장은 스마트금융부까지 총괄한다. 올해 농협금융에서 가장 강조되는 분야가 온라인 판매채널의 확장, 빅데이터 마케팅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금융센터를 신설하고 상품개발및 판매 프로세스의 일관체계를 구축하는 등 비대면채널 전략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내부적으로 서 부행장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신한은행 김재우 본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스마트금융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채널본부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신한은행의 디지털금융 전략을 한 단계 이상 진화시켜야하는 과제를 맡았다. 김 본부장은 앞서 제주은행장으로 선임된 박호기 본부장의 뒤를 이어 미래채널본부를 맡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김 본부장은 IT기획부장, 업무개선본부장 등 핵심부서를 거쳤다. 신한은행은 지난 12월,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비대면본인확인 방식에 의한 셀프뱅킹서비스인 디지털 키오스크와, 모바일뱅크서비스인 '써니뱅크'를 성공적으로 론칭시킴으로써 IT및 스마트금융 관련 부서가 은행 내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KEB하나은행 인사에서는 IT통합지원단장을 맡은 김재영 전무가 주목된다. 김 전무는 직전 변화추진본부장을 역임한 만큼 이 분야의 적임자로 평가된다. 외환-하나은행 IT통합 목표 시점은 올해 6월까지다. 지난해 8월 외환-하나은행 합병논의가 극적으로 재개되면서 IT통합 일정을 은행 내부적으로 올해 2월 설연휴로 잡았었지만 전산시스템의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6월로 늦춰진 바 있다.
김정태 행장이 올해 KEB하나은행의 핵심 사업으로 성공적인 IT통합을 꼽을 정도로, KEB하나은행으로서는 IT통합이 중요하다. 실제로도 IT통합이 선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계좌이동제에 대한 대응, 그리고 타 은행과 같은 공격적인 스마트뱅킹 전략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한편 지방은행에서는 부산은행의 CIO인 오남환 부행장과 미래채널본부를 맡은 빈대인 부행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인사에서 연임됐다.
BNK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부산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응 및 스마트금융 분야에서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BNK금융그룹의 1대 주주인 롯데그룹에서 지난해 하반기 '왕자의 난'이 발생하는 바람에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과의 제휴를 핵심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시나리오가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또한 모바일뱅크 서비스 경쟁에서도 DGB대구은행이 지난해 12월 '아이엠뱅크'를 먼저 출시하는바람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 때문에 부산은행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기존 신금융사업본부를 미래채널본부로 확대 개편했고, 중책을 빈대인 부행장에게 맡겼다.
부산은행의 경우, IT개발 인력 등 자원의 제약때문에 스마트금융 전략을 공격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IT본부의 개발 지원이 중요하다. 부산은행은 이르면 올해 1분기중으로 위비뱅킹, 써니뱅킹, 아이엠뱅킹 등과 같은 모바일은행 서비스외에 다양한 스마트뱅킹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그룹 소속의 경남은행도 마찬가지로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존 신금융사업본부를 미래채널본부로 바꾸고 김석규 부행장을 임명했다. 이와함께 오는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완성해야하는 BNK금융그룹 통합IT센터도 올해부터 구축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BNK그룹차원에서는 올해 최대 IT과제로 이를 꼽고 있다.
대구은행은 이번 인사에서 DGB금융지주 출신의 홍진기 본부장이 서부지역본부 부행장으로 승진한 문홍수 본부장의 뒤를 이어 CIO를 맡았다 .
대구은행의 경우, 2015년 부터 미래금융본부장을 맡아 스마트금융 전략을 이끌었던 윤이열 본부장의 역할이 관심이다. 윤 본부장은 여신지원부장, BPR지원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 12월,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에서는 처음으로 모바일은행 서비스(아이엠뱅크)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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