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단통법, 통신사에게 독(毒)이었을까 약(藥)이었을까

윤상호
- 마케팅비 감소 ‘약’…매출 감소 ‘독’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2015년 실적을 공개했다. 통신시장은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으로 새로운 경쟁 환경에 들어섰다. 단말기유통법 유불리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오갔다. 2015년 3사 실적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단말기유통법은 소비자에게 통신비 절감 측면에서 이득이 됐던 것은 확실하다. 통신사에게 독인지 약인지는 조금 더 환경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회계변경, KT·LGU+ 마케팅비·매출 동반 하락=SK텔레콤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별도기준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12조55570억원과 1조65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3.5%와 4.5% 감소했다. KT는 K-IFRS 별도기준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16조9424억원과 863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2.8% 줄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LG유플러스는 K-IFRS 별도기준 2015년 매출액 10조7804억원 영업이익 6463억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에 비해 매출액은 1.9%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6463억원 올랐다.

2015년 통신사는 총 7조8669억원의 마케팅비를 집행했다. ▲SK텔레콤 3조550억원 ▲KT 2조8132억원 ▲LG유플러스 1조9987억원을 썼다. 2014년 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총 8조8220억원. 전년대비 10.8% 감소했다. 각각 ▲SK텔레콤 14.5% ▲KT 10.8% ▲LG유플러스 4.7% 줄었다.

마케팅비 감소는 단말기유통법 탓이다. 특히 KT와 LG유플러스는 단말기유통법 시행과 함께 지원금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 마케팅비에 포함시키던 것을 상품매출(KT) 또는 단말매출(LG유플러스)에서 빼는 것으로 바꿨다. 회계처리 변경만으로도 KT와 LG유플러스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전과 후 상품 및 단말 매출과 마케팅비가 같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마케팅비 축소 폭 차이, 유선 및 IPTV 마케팅 강화 원인=SK텔레콤은 다르다. SK텔레콤은 휴대폰 유통을 직접 하지 않는다. 회계 변경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SK텔레콤도 KT와 LG유플러스처럼 마케팅비가 축소됐다. 결국 번호이동 가입자 중심 고액 보조금 살포보다 전체 가입자 대상 소액 지원금 제공이 통신사 비용절감에 도움이 됐다는 뜻이다.

SK텔레콤에 비해 KT LG유플러스의 마케팅비 절감 효과가 컸음에도 불구 하락 폭이 적었다. 이는 유선과 인터넷TV(IPTV) 지원금 경쟁이 치열했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SK텔레콤 무선 사업만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유무선을 같이 계상하기 때문이다. 감소분이 가장 적은 LG유플러스가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을 것으로 여겨진다. KT와 LG유플러스는 무선 쪽에서도 SK텔레콤에 비해 지원금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2015년 기준 통신 3사의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액은 ▲SK텔레콤 3만6680원 ▲KT 3만6491원 ▲LG유플러스 3만6204원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전기대비 49원과 90원 떨어졌다. KT는 293원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2분기 연속 ARPU가 줄었다.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 이후 처음으로 KT에 ARPU 역전까지 허용했다.

◆선택약정할인 급증, 통신사 ARPU 축소로 이어져=ARPU 축소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확대가 원인이다. 선택약정할인은 단말기유통법의 대표적 소비자 혜택 중 하나다. 지원금 대신 이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1월25일 기준 선택약정할인 수혜자는 500만9447명이다. 작년 9월 이후 신규 기기 구매자 중 20% 이상이 선택약정할인을 고르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에 따른 매출 감소는 통신사 ‘2015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고민이다. 3사는 투자자를 달래기 위해 다양한 성장세 유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쉽지 않다. 선택약정할인 할인율은 요금 실납입액의 20%. 통신사 입장에선 매출 20%가 날아간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황근주 전략기획부문장은 “ARPU는 정체될 수 있지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데이터 사용량 증가 및 LTE 전환 효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답했다. KT 최고재무책임자(CFO) 신광석 전무는 “선택약정가입자가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우량가입자 확대 등 종합적 영향은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 PS(Personal Solution)마케팅부문장 박상훈 상무는 “LTE비디오포털 데이터 사용량 늘려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예년 같은 획기적 성장은 아니지만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단통법, 통신비 절감효과 본격화…소비자, 고액 지원금 없어져 체감효과 ‘온도차’=한편 소비자 입장에선 단말기유통법이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사 ARPU 하락은 이용자 입장에선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신사를 바꿔가며 기기 교체를 자주했던 사람은 전체 지원금이 내려가 손해라고 여겨지겠지만 한 통신사를 계속 사용하며 기기도 바꿨던 사람은 받지 못했던 돈을 받게 되니 이익이다. 다만 개개인별로 따져봤을 때 돌아오는 금액이 적어 체감효과는 다를 수 있다.

미래부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전 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했던 2년 약정만료자와 자급폰 및 중고폰 가입자도 혜택을 받게 돼 이용자 차별이 완화되고 통신비를 낮출 수 있게 됐다”라며 “단말기 구매시 이용자 선택권이 확대됐고 자급폰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라고 평가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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