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좌우할 스마트폰…부품 고급화전략 주목
이전 제품도 그랬지만 갤럭시 시리즈는 삼성전자에게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해 왔다. 글로벌 스마트폰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 아이폰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떨어지는 상황을 최대한 만회하고 사물인터넷(IoT)은 물론 가상현실(VR), 웨어러블 기기 등 새로운 시장을 원만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갤럭시S7’의 성공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삼성전자 ‘갤러시S5’는 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출시한 ‘갤럭시S6’는 자체 부품 탑재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일체형 배터리의 채용,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확대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역량 강화는 물론이고 현존 최고의 사양을 무기로 내세웠다. 이런 바람과 달리 갤럭시S6는 갤럭시S5보다는 나아졌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다. 그러나 무선사업부는 최근 2~3년 동안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2013년 갤럭시S3를 정점으로 단일 기종 고가폰 판매가 줄었고 중저가폰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 크게 작용했다.
갤럭시S7은 공개에서부터 출시시기까지의 일정도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갤럭시S6·S6 엣지는 지난해 3월 1일 발표됐고 출시는 4월 10일에 이뤄졌다. 갤럭시S7·S7 엣지의 경우 올해 2월 21일 공개하고 3월 11일 출시됐다. 예약판매는 2월 28일 시작됐다. 한 달 가량 빠른 스케줄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큰 차이가 아닐 수 있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을 앞당긴 것은 부품 업체는 물론이고 개발자에게 있어 엄청난 압박이다.
판매 차원에서는 경쟁사 제품이 나오기까지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인지 정보기술 및 모바일(IM)부문장 신종균 대표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 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갤럭시S7의 예약판매는 작년 보다 좋다. 지난 번(갤럭시S6)에는 실수를 했지만 빠른 속도로 만회하고 개선하겠다”고 언급한바 있다.
갤럭시S7·S7 엣지는 5.1인치,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함께 방수·방진 최고 규격인 IP68 등급을 적용해 먼지와 물의 유입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보호가 가능하다. 디지털일안반사식(DLSR) 카메라에 쓰이는 ‘듀얼 픽셀’ CMOS 이미지센서(CIS)를 이용해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빠르게 촬영할 수 있다. 한층 높아진 사양으로 무장했다.
갤럭시S6가 갤럭시S5보다 부품원가가 27.8%, 아이폰6보다는 20.7% 가량 원가가 높았는데 이는 갤럭시S7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갤럭시S7(32GB) 부품원가(bill of materials, BOM)는 249.55달러로 아이폰 6S(16GB)의 187.91달러보다 훨씬 높았다. 낸드플래시 용량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는 62달러에 달하는 부품원가 차이를 극적으로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플렉시블 OLED를 사용하는 갤럭시S7과 갤럭시S6엣지+는 의미 있는 부품원가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부품원가에 있어서 신제품인 갤럭시S7엣지가 4달러 정도 더 저렴했다는 사실이다. D램, CIS, 디스플레이/터치스크린에서 갤럭시S7엣지가 조금씩 부품원가가 쌌다.
이들 부품은 모두 삼성전자가 자체 설계해 조달할 수 있다. CIS의 경우 소니 ‘엑스모어RS’가 일부 혼용되어 장착되지만 사양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부품원가가 크게 차이나기는 어렵다. 바꿔 말하면 갤럭시S7엣지가 전작보다 더 저렴해질 수 있던 원동력은 그만큼 삼성전자가 자체 부품의 수율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P는 퀄컴, CIS는 소니 제품 혼용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엑시노스8890과 함께 퀄컴 스냅드래곤820이 쓰인다. 퀄컴을 철저하게 배제했던 갤럭시S6와 다른 행보로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스냅드래곤820의 성능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퀄컴의 농익은 무선통신 역량은 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가 선호하는데다가 성능에서도 14나노 핀펫 공정, 설계자산(IP) 재설계를 적용한 64비트 쿼드코어 크라이오(Kryo) 중앙처리장치(CPU) 등으로 기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아드레노530, 최대 600Mbps(Cat.12)의 다운로드 속도와 150Mbps(Cat.13)의 업로드 속도, 35분 만에 최대 85%까지 충전이 가능한 퀵차지 3.0, 악성코드를 감지해 없애주는 ‘스마트 프로텍트’도 지원된다.
사실 눈으로 보이는 사양은 엑시노스8890도 만만치 않다. 스냅드래곤820과 마찬가지로 14나노 핀펫 옥타코어 AP에 최대 600Mbps(Cat.12)의 다운로드 속도와 150Mbps(Cat.13)의 업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LTE 모뎀을 더했다. GPU는 ARM 말리-T880MP12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갤럭시S6와 달리 갤럭시S7에서 퀄컴 AP를 다시 채용한데는 삼성전자의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고성능 미세공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갈수록 반도체 연구개발(R&D)비용이 급상승하면서 AP 큰손이 애플이 아니면 퀄컴 정도만 있다는데 있다. 고객사인 퀄컴이 대규모 파운드리 주문을 맡겼는데 스냅드래곤820과 같은 주력 AP를 명분삼아 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는 것.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AP에 치명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는 한 퀄컴 AP를 일정 부분 사용해야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10나노 AP 파운드리 수주전에서 대만 TSMC에 애플을 빼앗겼다고 확인된다면 퀄컴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파운드리 및 AP 고객사를 확보하려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갤럭시S7은 삼성전자이건 퀄컴이건 모두 원칩(AP+모뎀) 솔루션을 이용하게 됐으며 그만큼 원가절감과 함께 내부 기판 설계에 여유를 가지게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7에 적용된 AP는 갤럭시S6에 적용된 것보다 CPU는 30% 이상, GPU는 64% 이상 성능이 개선됐다.
갤럭시S7에서 흥미로운 부품은 히트파이프다. 히트파이프는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기 위한 일종의 냉각 솔루션으로 파이프 내부에 냉매를 넣고 봉인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열이 발생하는 곳에서 열을 냉매가 빨아들이면서 기화하고 파이프를 타고 온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 다음 낮은 온도에서 기화한 수증기가 열을 밖으로 내뿜고 다시 액체로 상태가 바뀌면 높은 온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서 순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으로 고사양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때 발열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갤럭시S7은 얇은 히트파이프를 장착해 발열 걱정을 덜었다고 전했다. 언뜻 들으면 히트파이프를 사용해 더 성능이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개발자 관점에서 보면 이런 상황, 그러니까 히트파이프를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바꿔 해석하면 히트파이프를 사용할 정도로 발열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차기 제품에서 가장 먼저 원가절감을 해야 할 부품으로 히트파이프를 꼽는다. 히트파이프가 필요 없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뜻.
자체 부품 비율 꾸준히 확대
그동안 삼성전자는 자체 부품의 비중을 꾸준히 높여오면서 원가절감이나 효율성도 충분히 고려했다. CIS만 하더라도 갤럭시S5에서는 전량 ‘아이소셀 CIS’을 이용했지만 갤럭시S6에서는 소니 제품으로 교체됐다.
갤럭시S7에서는 ‘듀얼 픽셀’로 성능을 높인 아이소셀 CIS와 함께 소니 엑스모어RS를 함께 이용한다. 이는 빠른 자동초점(AF)을 통해 최적의 카메라 성능을 고려해야 한다는 상품기획안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근거리무선통신(NXP)는 삼성전자와 NXP, 터치 컨트롤러는 3년 동안 개발한 자체 칩이 채용됐다. 그동안 터치 컨트롤러는 ST마이크로나 시냅틱스 제품을 이용했으나 삼성전자가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P, 모뎀, CIS, NFC, 전력반도체(PMIC), 터치 컨트롤러에 이르기까지 핵심 부품 역량을 꾸준히 강화한 결과다. 한편으로는 원가절감을 위해 LPDDR4 D램으로 SK하이닉스 제품을 이용했다. 필요하다면 경쟁사 부품이라도 얼마든지 사용하겠다는 얘기다.
갤럭시S7·엣지는 각각 5.1인치와 5.5인치 OLED를 사용한다. 두 제품 모두 해상도는 2560×1440 QHD이며 갤럭시S7엣지는 플렉시블 OLED가 양면에 적용됐다. 또 다른 차이점은 터치스크린패널(TSP)에서 갤럭시S7이 ‘온셀’, 갤럭시S7엣지는 ‘A-P1S’를 활용했다.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 분야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갤럭시S6와 마찬가지로 전력소비량은 낮추면서 밝기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접목했다.
주요 공급사로는 정공수송층(HTL)은 덕산네오룩스, 두산, 이데미츠코산, 머크가 담당하고 있다. 인광 레드(Red) 호스트는 다우케미컬,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가 있으며 인광 그린(Green) 호스트는 삼성SDI, UDC를 비롯해 신일철화학(NSCC), 두산, 다우케미컬에서 공급한 재료가 쓰였다. OLED에서 전력소비량이 가장 큰 인광 블루(Blue) 호스트의 경우 SFC, 이데미츠코산, 다우케미컬이 핵심이다.
갤럭시S6부터 적용된 내장형 배터리는 용량이 크게 늘었다. 갤럭시S6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2550mAh, 엣지는 2600mAh이지만 갤럭시S7은 3000mAh, 엣지는 3600mAh로 한층 성능이 강화됐다. 14나노 AP, 디스플레이 패널의 전력효율 개선 등을 바탕으로 배터리 사용시간은 드라마 13편을 연속해서 시청할 수 있을 정도다. 또 다른 특징인 IP68 규격의 방진·방수는 탈부탁 커버가 없는 ‘캡리스(capless)’ 디자인을 구현하면서도 사용빈도가 잦은 USB 포트에는 물에 부식되지 않도록 니켈(Ni)과 니켈-팔라듐(Ni-Pd)를 도금했다. 본체를 구성하고 있는 알루미늄은 다른 금속이 더해진 합금 형태다.
알루미늄합금은 크게 8가지로 분류된다. 여기서 알루미늄 재질등급이 나뉘며 4자리 숫자로 구성된다. 합금의 목적이 알루미늄의 무른 성질을 보강하고 부식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인데 열처리를 통해 강도가 높은 마그네슘을 고르게 분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급랭공법으로 만든 6061은 가볍고 강도가 높아 자동차 알루미늄휠에도 쓴다. 갤럭시S6는 6013을 이용하며 규소(Si), 구리(Cu), 망간(Mn), 마그네슘(Mg)이 0.8%/0.8%/0.5%/1%씩 각각 쓰인다. 원래 용도는 우주선용이었을 정도로 강도와 부식 등에서 월등하다. 갤럭시S7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7000번대는 아연(Zn)이 적극적으로 쓰이는데 여기서부터는 ‘두랄루민’이라고도 부른다. 두랄루민은 구리와 마그네슘, 아연과 마그네슘을 접목한 계열이 있고 망간과 마그네슘, 마그네슘과 규소를 더한 계열이 있다.
갤럭시S7의 개발 콘셉트로 유추해보면 삼성전자는 차기 갤럭시 시리즈에도 IP68 이상의 방진·방수 기능을 접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도 그립감을 살리기 위해 뒷면에는 코닝 고릴라글래스와 같은 강화유리를 그대로 쓴다면 당분간 6000번대 알루미늄합금을 그대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전략이 바뀌면 보다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재질인 7000번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결국 두랄루민의 재질적 특성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7075는 항공 업계에서는 흔히 쓰이는 재질이지만 지르코늄(Zr)을 더해 성능을 한층 강화한 7150이나 8090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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