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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구조조정 후폭풍’ 긴장…올해 금융 IT 투자기조 이상없나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올해 국내 금융권 IT투자 기조의 키워드는 ‘비대면채널’ 대응 전략이다. 올해 1분기가 지난 현재까지 이같은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와 마케팅,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고도화, 리스크관리및 FDS(이상자금거래탐지시스템), ALM(자금세탁관리시스템) 등 컴플라이언스 대응 등 전통적인 IT이슈도 동시에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금융산업을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에 대해 금융권은 당분간 크게 위협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메기 효과’에 따른 기존 금융권의 차별화 경쟁이 이미 불을 뿜고 있다.

중금리대출 시장의 확대, P2P대출 및 블록체인 등 핀테크 신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온라인으로 이동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2금융권의 전략 마련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금융권의 전반적인 IT투자 분위기도 예년에 비해 다소 위축될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최근 조선, 해운 등 업황이 악화된 분야의 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은행권의 긴장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산업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금융권에 그 충격이 전해질 수 밖에 없는데 과거 경험상 이는 거의 대부분 IT투자의 축소 또는 위축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권의 IT예산은 30~50%가 집행되지 않고 다음해로 이월됐다.

또한 금융권이 비대면채널 혁신에 대한 열의는 높지만 이 부분에 대한 IT투자 볼륨 자체는 크지 않다. 국내 금융권은 연간 IT투자 예산은 약 4조~5조원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올해에도 이 수준에서 수렴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IT장비를 신규 구매하는 IT투자 비중이 이제는 거의 고정화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와 같은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약 7대3 비율로 IT 고정비와 투자비(자본예산)가 맞춰지고 있다.

은행권, ‘모바일은행’ 등 스마트금융 고도화 경쟁 지속

우리은행 ‘위비뱅크’, 신한은행 ‘써니뱅크’ 등 현재 은행권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모바일은행' 서비스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에 대응하기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이 시장에서 은행권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으며 이 분위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비대면채널은 아니지만 ‘직접 찾아가는 영업’(ODS; Out Door Sales)를 위한 태브릿PC 기반의 태블릿 브랜치에 대한 은행권의 경쟁도 점차 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와함께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위한 ‘스마트 스크래핑(Scraping)’ 등 빅데이터와 관련한 정보계시스템의 혁신 작업도 꾸준히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채널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BPR/ PI시스템의 변화를 이끌게 된다는 점에서, 각 은행들의 BPR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반면 더 이상 고객의 주목을 받지못하거나 정체된 채널은 IT투자의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은행권 IT예산의 일정부분을 차지하는 ATM(현금입출금기)도입의 경우 평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10%~2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ATM 도입단가의 하락과 신규 수요가 탄력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 전체적으로 올해 도입규모는 1000억~110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2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계획이어서 IT투자 분위기는 활기를 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나금융그룹, BNK금융그룹, DGB금융, 농협은행, 산업은행 등이 메머드급 통합데이터센터를 올해 오픈하거나 신축에 착수할 계획이어서 전산시스템 이전 사업에도 IT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시중 은행들의 연간 IT투자 예산은 지난 3년간 평균 약 2200억~26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됐다. 이 금액 수준은 수년째 거의 변동이 없다.

금융권의 주요 IT투자 관심 항목을 보면 , ▲ ‘통합데이터센터’ 구축 및 이전 ▲2기 차세대시스템 추진 ▲리스크관리시스템, 빅데이터, 기존 업무시스템 고도화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금융자문서비스 확대 ▲보안및 시스템 안정적 운영을 위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의 주기적 증설 ▲증권업계, 차세대시스템 등 IT혁신 지속 ▲ 보험업계, ODS(아웃도어세일즈)를 통한 영업력 확대 지속 ▲보업업계 온라인 강화 ▲카드업계, 온라인 카드발급비중 확대 (하반기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콜센터 등 비대면채널 아웃소싱 인프라 수요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연간 2900억~3100억원 수준의 IT예산을 편성하는 농협은행은 올해 스마트금융 부문 투자의 강화, 보안시스템의 확충, BPR시스템 고도화, 통합전산센터로의 이전 등이 주요 IT과제로 꼽힌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농협은행 BPR사업은 지난 2007년 삼성SDS를 주사업자로 선정, 500억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오픈한지 10여 년 만에 재구축하는 것으로, 농협은행은 이 사업을 통해 창구업무의 페이퍼리스 등 전자문서의 활용성 증대에 따른 후선업무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BPR시스템의 프레임워크를 삼성SDS의 애니프레임에서 티맥스의 자바 프레임워크로 전환한다. 이와함께 농협은행은 채널운영전략 변화와 혁신도 본격화한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비롯한 스마트금융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올해에는 25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올해 3월부터 시작했다. 차세대 프로젝트의 영향을 감안해, 올해 우리은행의 IT예산은 평년보다 20% 정도 확대된 3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300억원 규모의 ‘디지털 BPR’프로젝트도 동시에 추진하는데, 우리은행은 지난 2000년대 초반 구축한 BPR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2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와 전산센터 구축 등 IT현안이 많다. 산업은행은 컨설팅을 통해 코어뱅킹, 정보분석 등 전행 업무 개선을 위한 상세 구축 요건 정의와 차세대시스템의 전행 기술아키텍처 설계 및 주요 인프라·솔루션에 대한 기술 검증 및 벤치마킹 테스트 등을 진행했다. 산업은행은 미사 강변도시 자족용지(현 산업은행 연수원 인근)에 부지 5100평, 건축연면적 1만7400평, 지하3층~지상10층 규모의 전산센터 건립을 올해 상반기중 착수하고 오는 2018년 상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BNK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부산은행은 올해 ‘썸뱅크’로 명명된 모바일은행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등 스마트금융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시스템 등 대형 IT사업은 2~3년전에 마무리 했다. 부산은행은 한 해 900억~1100억원 수준의 IT예산을 편성한다. 부산은행은 BNK금융그룹의 지분이 큰 롯데그룹과 연계한 스마트금융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중으로 대거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금리대출 시장 공략을 위한 업무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한다. 이와함께 오는 2018년 오픈을 목표로, 올해부터 통합데이터센터 구축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철수설로 곤혹을 치렀던 외국계은행은 특별한 IT이슈가 제기되지 않고 있으나 점포축소에 따른 비대면채널, 태블릿브랜치와 같은 ODS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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