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치열해진 OLED 시장, 후방산업 열기도 ‘후끈’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할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련 업계가 달아올랐다. 패널은 물론 장비와 소재 업체까지 분주한 모습이지만 넘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에서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 입장에서는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차별화된 요소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

간편하게 OLED는 화면크기에 따라 중소형, 대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대형은 LG디스플레이가 WOLED(White OLED)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전체 평판TV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액정표시장치(LCD)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연간 LCD TV 출하량은 2억3000만대 규모를 이루고 있으나 이 가운데 OLED TV는 2015년 기준으로 50만대도 되지 않는다.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주도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만 하더라도 작년 출하량은 40만대, 올해 100만대, 내년에는 15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TV 세트를 판매하는 LG전자의 경우 올해 1분기 OLED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에 매출 비중은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LG전자 TV에서 49인치 이상 중대형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이고 금액으로는 60~70%라는 점, OLED TV가 55인치 이상의 화면크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량으로는 크지 않아도 수익성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좋지 못한 수율과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데 있다.

이와 달리 모바일에서는 OLED가 확실한 기준을 내세웠다. 더 얇으면서도 우수한 화질이 TV보다는 스마트폰에서 더 잘 먹히고 있는 셈이다. 원가측면에서도 OLED는 LCD보다 저렴한 수준이 됐다. 모바일 OLED에서 오랫동안 원가절감을 시도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5인치 풀HD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제조원가가 14.3달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화면크기의 저온실리콘다결정화(LTPS) LCD의 14.6달러보다 낮은 것이다. 이와 달리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비정질실리콘(a-Si)은 전년 동기 대비 10% 역성장을 기록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AMOLED나 LTPS LCD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또한 중소형 OLED 패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떠오를 전망이다. 작년 전 세계 플렉시블 시장 매출 규모는 24억12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53억6600만달러(약 6조5000억원)를 나타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OLED에서 플렉시블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24%에서 오는 2018년 34%까지 급속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오는 2020년까지의 연평균성장률은 44.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앞 다퉈 플렉시블 OLED 신규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으로 2년 동안 월 생산능력 기준으로 12만장(10조~14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2번의 구미 플렉시블 OLED 패널공장(E5) 추가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작년에는 E5 신축계획과 함께 1조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바 있다.

발광층 시장 수익성 더 높다
OLED 시장이 모바일 위주로 성장되고 있고 플렉시블과 같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대중화에 접어들면서 발광재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산업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OLED 발광재료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6% 성장한 6억7700만달러(약 7700억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연평균성장률은 46%에 오는 2021년 43억2300억달러(약 4조 925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OLED 발광재료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하는 요인에는 AMOLED 장착 스마트폰 및 대면적 OLED 패널 양산 증가 등이 있다. 올해 AMOLED 패널을 장착한 삼성전자 갤럭시S7 시리즈의 흥행이 예상될 뿐 아니라 보급형 갤럭시 시리즈의 AMOLED 적용도 지난해보다 증가할 예정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사용될 OLED 발광재료 수요는 약 38톤으로 관측된다. 이 중 한국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OLED 발광재료양은 전체 수요의 93%에 달하는 약 36톤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사용하는 양만 전 세계 93%라는 얘기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전체 수요의 64%, LG디스플레이가 29%의 비중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올해 시장 규모 6억7700만달러 중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BOE 등 주요 중국 패널 업체도 AMOLED 양산라인 투자를 진행 또는 계획하고 있어 2017년부터는 중국의 발광재료 수요가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OLED 발광재료 수요 중 중국의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고 한국의 비중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애플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애플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OLED를 채용할 경우 그만큼 발광재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통층보다는 발광층에서 상당한 기회가 예상된다. OLED는 전류가 이동하는 공통층과 빛을 내는 발광층 등으로 구성된다. 발광층 재료는 특성에 따라 형광(螢光)과 인광(燐光)으로 구분된다. 인광(phosphorescence, 燐光)이란 물체에 빛을 쬔 후 빛을 제거해도 장시간 빛을 내는 현상 또는 그 빛을 말한다. 인광 방식 재료는 기존 형광 재료 대비 전기 에너지를 빛으로 변환하는 효율이 4배나 높다. 공통층은 정공수송층(HTL), 정공주입층(HIL), 전자수송층(ETL), 전자주입층(EIL) 등으로 이뤄져있는데 발광층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이미 다양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핵심은 결국 발광층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OLED 발광재료 시장에서 공통층은 2015년 25.5톤에서 2016년 41.5톤, 2017년 64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동안 발광층은 7.6톤, 12.1톤, 18.7톤에 그칠 전망이다. 언뜻 보면 공통층이 시장규모가 더 크지만 금액으로는 발광층이 압도적이다. 공통층이 3억5000만달러에서 8억3900만달러, 발광층은 3억900만달러에서 6억800만달러로 예측됐다. 발광재료의 양에서 공통층이 3배 이상이지만 수익성에서는 발광층이 더 낫다는 얘기다. 다만 발광층 시장은 진입장벽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특허 문제가 가장 큰 것이 걸림돌이다. 발광층은 색을 발현하는 호스트, 그리고 호스트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도판트로 나뉜다. 특히 도판트에 따라 OLED의 성능과 수명이 크게 좌우되고 있는데 블루(청색)가 골칫덩이다. 열이 많이 나는데다가 효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으니 OLED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OLED 핵심소재 R&D 활발하게 이뤄질 듯
OLED 발광소재 개발을 위해 국내에서는 국책과제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매년 연구개발(R&D) 자금이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2013년 이후 정부는 반도체와 함께 디스플레이 R&D 예산을 줄여왔다. 정부의 디스플레이 R&D 예산은 지난 2013년 276억원에서 2014년 245억원, 2015년 195억원, 2016년 93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중국의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서 OLED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하지만 정부의 R&D 예산이 줄어듦에 따라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한상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올해 2월 열린 ‘2016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연구조합 정기총회’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축소되고 있는 정부의 R&D과제 예산 확보에 힘쓰겠다고 강조한바 있다. 한 협회장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디스플레이 분야 R&D 국책과제 예산 확보를 요청했다”며 “주 장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행스러운 점은 내년부터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예산을 추가로 반영할 계획이라는 사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산업정책관실 전자부품과 김정화 과장은 “디스플레이 R&D 예산을 늦어도 내년에는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정부는 OLED에 디스플레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산업이 나가아할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디스플레이 R&D 예산이 얼마나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도 한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다. 김 과장은 “LCD 산업을 이끌면서 OLED와 같은 미래를 준비한 업계에 고맙다”면서도 “OLED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이며 정부가 R&D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투자선례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OLED 산업에서 의미 있는 R&D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선행국가를 빠르게 추격한 LCD와 달리 OLED는 아직까지 표준이나 R&D 방향이 명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바꿔 말하면 디스플레이 업계가 OLED 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R&D 예산확보와 관련 신규 사업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민관 R&D 사업을 장비·부품·소재로 확대하고 퍼블릭(상업용)·융복합 디스플레이 등 미래 산업을 위한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더불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및 영업기반 확대를 위한 구매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마케팅 활동도 적극 지원한다. 오는 2분기에는 제2차 한중 디스플레이산업 민관협의회를 열고 6월과 8월에는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중국 현지 구매상담회를 여는 등 대중 협력과 마케팅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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