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공급과잉 지속에 OLED는 세력 확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과잉이 당분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세계 경기가 올해도 불투명하고 성장시장의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가운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LCD보다 원가가 낮아져 본격적인 디스플레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작년 LCD 패널 출하량은 2억7200만개, LCD TV 출하량은 2억2400만개로 4800만대의 재고가 발생했다. 이전과 달리 패널 업체는 재고를 긴밀하게 관리했으며 모듈을 붙이지 않은 오픈셀 제품, 에이전트를 통해 모니터나 퍼블릭 디스플레이로 공급되는 물량, 다양해진 화면크기와 모델, 온라인 판매의 증가 등이 골고루 영향일 끼쳤다. 덕분에 패널 업계의 실질적인 재고량은 2013년 200만개, 2014년 100만개에서 2015년 800만개로 늘었으나 올해는 300만개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패널 업계가 공장 가동률을 낮출 계획이 없고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2017년 이후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겹쳐지면서 LCD 패널의 공급과잉은 지속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는 피하기 어렵다.
IHS 정윤성 상무는 “LCD 패널 가격이 폭락하면서 올해 1분기에도 수익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공장 가동률을 낮추던 가격을 조정하는 등의 구조조정(최적화)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LC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2억7400만장에서 올해 2억5700만장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LCD TV는 지난해 2억2400만대 수준을 유지해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15% 수준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던 생산라인에 대한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IHS 강정두 책임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L5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지했으며 L6 생산라인의 가동도 중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LG디스플레이는 구미의 P2·P3·P4 생산라인의 구조조정이나 역할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는 글로벌 TV 시장의 평균 화면크기가 40인치대로 접어드는 시기다. 이와 함께 55인치 울트라HD(UHD) 패널이 풀HD 패널의 출하량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UHD TV가 프리미엄에서 대중화 기로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TV 세트 차원에서는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만들어 휘도(밝기) 향상을 통해 화질을 끌어올리는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을 탑재한 TV의 출하량이 올해 340만대로 급성장해 시장에 전반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체 TV 출하량은 2억2200만대로 당초 예상치인 2억2400만대에서 다소 낮아졌다. 작년 TV 시장은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여파로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연초에 내걸은 TV 출하량 목표치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등 미국 달러 대비 현지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지역에선 제품을 팔아봐야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TV 교체수요 시기가 도래하고 울트라HD(UHD) TV의 본격적인 확대를 예상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대거 구입했지만 생각만큼 완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재고조정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올해 TV 시장도 작년과 엇비슷한 수준에서 출하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시장은 4000만대 수준에서 본전치기가 예상되며 서유럽, 남미,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이 모두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은 올해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성장하면서 올림픽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IHS 박경선 책임연구원은 “작년 TV 시장에서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나 올해 TV 출하량은 2억2200만대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패널 업계의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트 업계가 볼륨을 높이기 어렵고 저유가, 테러, 인플레이션 등 소비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수적으로 TV 세트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국 TV 업계가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지역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는데다가 삼성전자, 소니, 도시바 공장을 인수한 스카이워스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시장인 인도(30%)를 비롯해 인도네시아(14%)를 두고 각 업체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UHD TV는 패널 가격의 급속한 하락으로 인해 TV 세트 업체의 판가하락이 불가피하다. 작년 이른바 ‘중국 6대 TV 브랜드’로 불리는 TCL,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창홍, 하이얼, 콘카의 출하 성장률 목표가 한국과 일본 업체보다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별화 포인트가 필수적이다. UHD얼라이언스를 통한 HDR 기능을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HS 박경선 책임연구원은 “중국 업체가 치고 나오면서 HDR 인증을 받은 제품이어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LCD뿐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올해 300만대, 내년에는 1200만대로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중국 TV 업계가 HDR 사양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AMOLED 원가, LTPS LCD 보다 저렴
스마트폰용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제조원가가 LCD 패널보다 낮아졌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인치 풀HD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MOLED의 제조원가가 14.3달러로 같은 크기의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의 14.6달러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작년 4분기 AMOLED가 17.1달러로 LTPS LCD(15.7달러)보다 비쌌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중저가 모델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원가절감을 위해서라도 주요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 AMOLED를 탑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AMOLED의 제조원가가 낮아진 배경은 첫 번째 공장 가동률이 높아졌고 두 번째 고객사가 다양해졌으며 세 번째 생산라인의 감가상각이 끝났기 때문이다. 풀어 말하면 AMOLED를 충분히 뽑아내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산업이 농익었다는 의미다. 이 시장의 절대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만 하더라도 충남 아산 A2라인의 감가상각 기간이 끝났고 8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하면서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한 입지에 올라선 상태다. 여기에 다양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AMOLED 패널을 공급,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공장 가동률이 95% 수준에 도달하면 가동률이 70% 정도에 비해 제조원가를 16% 가량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용 AMOLED와 LTPS LCD 제조 원가가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한 만큼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에서의 디스플레이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덕분에 AMOLED에서 플렉시블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24%에서 오는 2018년 34%까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IHS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 규모는 24억12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53억6600만달러(약 6조5000억원)를 나타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출하량은 5700만개에 도달, 전체 OLED에서의 시장점유율을 16%로 끌어올렸다. 올해 출하량 예상치는 1억2000만개 이상이며 오는 2020년까지의 연평균성장률은 44.8%에 이를 전망이다.
휘어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첫 단계인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 패널은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됐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을 활용해 내구성이 높인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을 시작으로 깨지지 않으면서도 구부릴 수 있는 벤더블(Bendable),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폴더블은 이르면 올해 연말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관련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도 비슷한 시기이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양산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강화유리 및 기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 혁신이 필수적이며 국내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IHS는 올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가운데 커브드 39%, 폴더블 45.9%의 매출 비중으로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에는 커브드보다는 폴더블의 매출 비중이 2017년 59.1%, 2018년 65%, 2019년 66.8%, 2020년 67.6%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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