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美-中 슈퍼컴 전쟁과 韓 슈퍼컴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전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 또 다시 이변이 발생했다. 또 중국이다. 이번에 1위를 차지한 슈퍼컴퓨터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칩(CPU)까지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전체 순위에선 슈퍼컴 최강국인 미국도 제쳤다. 전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가운데 중국 국적의 시스템이 총 167대로 미국의 165대를 앞섰다. 미국은 이번 결과에 꽤 당황했을 듯 하다.

그동안 중국은 중앙처리프로세서(G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슈퍼컴퓨터 하드웨어의 주요 부품을 미국에 의존해 왔다. 지난해 11월까지 총 6번 1위를 차지한 톈허2도 인텔 제온프로세서 및 제온파이 등을 사용한 시스템이다. 때문에 중국의 슈퍼컴퓨터는 미국 부품으로 중국에서 조립한 시스템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중국 역시 이를 인식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중국 우시(Wuxi)의 국립슈퍼컴퓨팅센터에서 구동되고 있는 1위 슈퍼컴 타이후라이트의 경우, 이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지난 2011년 지난(Jinan)의 국립슈퍼컴퓨팅센터에서 개발된 선웨이블루라이트시스템이 타이후라이트의 전신인데, 당시 중국은 자체 개발한 알파 아키텍처 기반의 센웨이(ShenWei)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당시 사용된 프로세서는 SW1600으로 명명된 3세대 16코어 칩으로 140기가플롭의 성능을 발휘했다. 5년이 지나 1위 슈퍼컴으로 등극한 타이후라이트에는 이보다 훨씬 강력해진 260코어의 SW26010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이는 3테라플롭 이상의 성능을 내며, 4만960노드에 하나의 SW26010칩이 들어있다.

타이후라이트는 순수한 독자기술로 탄생한 첫 중국의 슈퍼컴퓨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중국은 센웨이 프로세서 외에도 MIPS 아키텍처를 채용한 갓선(Godson) CPU 등을 개발 중이다.

또한 이번 슈퍼컴퓨터 보유 순위에서 중국은 500대 시스템 가운데 167대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10년 전만 해도 500위 내에 포함된 중국의 슈퍼컴퓨터는 28대에 불과했다. 30위권 내에 포함된 시스템은 한 대도 없었다. 올해 순위에서 미국은 165대, 일본은 29대, 독일은 26대, 프랑스는 18대, 영국은 12대로 중국의 뒤를 이었다. 한국은 7대에 머물렀다.

사실 중국이 부러운 것은 이러한 수치가 아니라, 그 ‘꾸준함’이다. 지난 10년 간 중국은 자체 기술로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번 순위는 그 결과물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내 역시 미래과학기술 및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슈퍼컴퓨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2012년초부터 논의가 지속돼 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 계획은 계속 변경되고, 가장 최근 발표된 계획 역시 불투명하다. 표면적으로만 봐도 2025년까지 매년 100억원을 투입, 30페타플롭(PF) 성능 이상의 ‘한국형 슈퍼컴’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슈퍼컴퓨터는 국가 안보나 경제발전, 의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돼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주요한 도구다. 자산 확보보다는 활용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국가 차원에서 어느 분야에 투자했을 때 5년, 10년후 가장 많은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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