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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커진 국내 게임산업, 상반기 되짚어보니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 게임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상된 바지만 훨씬 그 시가 빨리 다가왔다. PC와 모바일 양쪽 플랫폼에서 외산 게임이 초강세를 보이는데다 글로벌 업계에선 깜짝 놀랄만한 빅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영국 킹(King)을 6조원에 인수한데 이어 얼마 전엔 중국 텐센트가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슈퍼셀을 인수키로 했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와도 맞먹는 10조원 가량을 투자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슈퍼셀 지분 84%를 넘겨받기로 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 업계에서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소식도 있었다. 넷마블게임즈가 지난해 기준 연매출 1조원 고지를 밟았고 본사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1위 사업자에 오른 넷마블은 이제 글로벌로 눈을 돌려 성공 사례 발굴에 나선다.

국내 모바일게임 생태계의 주축인 카카오가 게임사업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것도 주목할 만한 이슈다. 직접 퍼블리싱 사업을 시작했고 새로운 게임광고 모델을 선보였다.

◆롤·오버워치에 중국산 모바일게임까지 ‘토종 게임 설 자리 없다’=지난 몇 년간 국내 PC온라인게임 시장은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개발·서비스 중인 리그오브레전드(LoL·롤)의 독주체제가 형성돼 있었다. 그 체제를 무너뜨린 것이 오버워치다.

공교롭게도 둘 다 외산 게임이다. 국내 업계는 두 게임이 PC방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격하기 위해 내밀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온라인게임 개발사는 이제 한손에 꼽을 정도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정도가 남았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넷마블게임즈가 선두를 유지하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최근 중국산 게임들이 크게 주목받는 중이기 때문이다.

올 초 천명에 이어 얼마 전 검과마법이 대박 흥행을 일궜다. 둘다 중국 게임이다. 최근 나오는 중국 게임들을 보면 그래픽 측면에서 상당히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콘텐츠 분량에선 이제 국내 기업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비교적 싼 인건비로 출시 전부터 대규모 개발진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중국 업체들과 똑같이 경쟁해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시장에서 여러 차례 증명됐듯이 기존 게임의 성공 요소를 잘 버무려 내놓아도 이용자들이 금세 눈을 돌리곤 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새로운 재미를 발굴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텐센트 야심은 세계 게임시장 장악?=지난 21일 중국 텐센트(www.tencent.com)가 ‘클래시오브클랜’ 등으로 유명한 모바일게임 업체 슈퍼셀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슈퍼셀은 최근 2~3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기업이다.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과 ‘헤이데이’, ‘붐비치’에 이어 ‘클래시로얄’까지 연타석 흥행에 성공, 단 4종의 게임으로 글로벌 게임기업 대열에 들었다. 지난해 매출은 23억달러다.

앞서 텐센트는 라이엇게임즈 지분 100%를 인수한 바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세계 최고 e스포츠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개발·서비스 중인 회사다. 이번 슈퍼셀 인수로 PC온라인에 이어 모바일 플랫폼까지 게임 시장을 장약하겠다는 텐센트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뉴쥬(newzoo.com)가 발표한 전 세계 공개기업 대상의 작년 매출 순위를 보면 텐센트가 1위다. 지난해 87억달러(약 10조원) 매출을 올렸다. 비상장기업인 슈퍼셀은 순위에 없지만 매출로만 보면 전체 9위다.

두 회사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110억달러 규모다. 텐센트만 해도 2위 그룹과 매출 격차를 보이는데 여기에 슈퍼셀까지 더할 경우 그야말로 독보적 1위에 오르게 된다.

◆넷마블 본사부터 상장 추진=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글로벌 거대자본과 경쟁하겠다”며 본사 상장 계획을 밝혔다. 자회사부터 상장하려던 기존 계획을 뒤로 한 것은 예상보다 글로벌 경쟁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당시 방 의장은 “IPO의 이유도 규모의 경쟁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이 정도 시점도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다”며 “IPO를 통해서 글로벌 기업과도 자본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국내와 함께 미국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상장 시기는 이르면 올해 말, 내년 초 정도로 보고 있다. 본사 IPO에 이어 유력 개발 자회사의 IPO도 추진한다.

지난해 매출 1조원 고지를 밟은 넷마블은 수년간 유지돼온 넥슨-엔씨소프트 투톱 구도를 뒤흔들었다. 넷마블은 연매출 기준으로 넥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게임업계 3강 시대를 연 것이다. 올해 글로벌 성공작 발굴을 통해 오는 2017년 매출 2조원을 목표했다.

◆카카오, 게임사업 채찍질=남궁훈 카카오 게임사업 총괄 부사장이 취임한 뒤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동적인 플랫폼 사업자 역할에 머물지 않고 직접 퍼블리싱에 나섰고 새로운 광고상품도 내놨다.

우선 직접 게임 퍼블리싱은 카카오와 계열사 엔진(7월 1일부터 카카오게임즈로 사명변경)이 공동 진행한다. 프리미엄급 게임만 수급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의지다.

이를 통해 ‘카카오게임 S’ 브랜드를 키운다. 다만 첫 게임인 O.N.E(원)은 출시 전 사전예약 규모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두 번째 카카오게임 S는 소셜게임 ‘놀러와 마이홈’으로 최근 테스트를 거쳤다. 올 여름 출시를 앞뒀다.

게임 광고상품 ‘카카오게임 AD+(애드플러스)’는 오는 7월 1일 선보인다. 광고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카카오와 파트너사가 분배하는 수익모델이다. AD+를 도입한 게임은 월 매출액에 따라 차등화된 플랫폼 수수료율(3000만원 이하 0%, 3000만원~3500만원 이하 7% 등)을 적용받을 수 있다.

최근 모바일 광고의 범람으로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카카오의 새로운 광고상품이 시장에 자리 잡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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