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EU 개인정보보호법까지 미친 브렉시트 파장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의 여파가 개인정보보호법까지 미치고 있다. EU는 오는 2018년 5월부터 단일화된 개인정보보호법인 ‘일반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이하 GDPR)을 적용키로 했다.

GDPR은 EU에 속한 국가들은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강행규정이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이를 따를 의무가 없어지게 됐다. 이에 영국은 자국만의 개인정보보호법을 만들 수도 있고, EU의 GDPR과 궤를 같이 할 수도 있다. 이는 오롯이 영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는 GDPR 시행 시기까지 2년가량 남았고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내 정세 변화가 계속되는 만큼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EU와 영국도 이렇다 할 결정을 내놓지 않고 상황을 살피는 모양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한-EU 개인정보보호 세미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세미나에서 스티브 애커슬리 영국 개인정보보호감독기구(ICO) 집행국장은 “토론을 준비하면서 브렉시트에 대해 말하려고 한 적은 없었는데, 결국 (브렉시트가) 벌어졌다”며 “지금 우리가 처한 입장은 어쩔 수 없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영국은 EU의 단일 개인정보보호법인 GDPR을 도입하지 않을 수도 있고, 영국만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할 수도 있다”며 “우리들만의 새로운 법 또는 GDPR을 모방한 법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 경우 (GDPR과)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애커슬리 국장은 새로운 내각이 구성된 만큼 어떠한 예측도 내놓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총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EU 잔류파 및 탈퇴파를 통합한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

그는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영국이 어떠한 적정성을 갖고 움직일 지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EU에서는 GDPR의 단일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면서도 영국과 관계없이 하나의 규칙을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브루노 젠카렐리 EU 집행위 개인정보보호과 과장은 “영국은 아직까지 EU 회원이며, EU의 모든 법은 영국에 적용된다”며 “무조건 예상하고, 잘못된 예측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영국 투표와 상관없이 우리 규제 당국에서는 하나의 규칙을 가져갈 것이며, 현재 진행하는 사항을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오바니 부타벨리 EU 개인정보보호감독기구 감독관도 영상을 통해 최근 변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유럽연합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부타벨리 감독관은 “영국에서 국민 투표가 진행됐고 리스본 조약 50조에 대한 도전에 직면했지만, EU를 더 강화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니체의 명언을 이용하자면,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고 역설했다.

GDPR은 EU 회원국이라면 무조건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강행 규정이다. 영국이 EU 탈퇴를 국민투표로 정했지만, 주변 국가와의 긴밀성 등을 유지하려면 같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사용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미국 등 여러 국가의 기업들도 영국만의 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별도로 취하지 않아도 된다.

EU 탈퇴에 따른 부정적 전망에 대한 위기감이 영국 내에 확산되고 있어, 향후 노선이 불확실하다는 것도 작용된다. 브렉시트 영향으로 내년 영국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고,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EU를 떠나도 유럽 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영국 의회 내 다수 의원들이 EU 잔류를 지지하고 있고, 브렉시트를 완료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리스본 조약 50조도 아직 발동시키지 않았다. 브렉시트부 장관은 2019년까지 EU를 완전히 떠날 것이라고 밝혔으나, 영국은 올해에는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유럽에 진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GDPR 준비를 하면서 영국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는 별도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어 EU와 영국 정세를 더 지켜봐야 할 때”라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최민지
cmj@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