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전자의 리콜결정, 그 용기에 박수를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사례1. 2009년 도요타자동차는 미국에서 잇따른 급발진으로 인해 결함 의혹을 받았으나 운전자의 조작미숙 등으로 대처하다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서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벌금만 1조3000억원을 물었고 불과 20일 동안의 주가하락으로 본 손실은 40조원에 달했다.
사례2. 2010년 애플은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 아이폰4의 금속 부분을 손으로 만지면 수신율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보고되자 ‘모든 스마트폰은 완벽하지 않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고객센터에 전화가 온 비율이 0.55%에 불과하다’ 등으로 변명을 늘어놨다. 결국 30일내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2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케이스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최근 일어난 대표적인 결함 대처 사례다. 업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일단 적극적인 부정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금씩 의혹이 확산되고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고개를 숙이며 그제야 인정하는 모양새가 자주 목격된다. 이 지경까지 가면 금전적으로 입은 피해는 차치하고서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어서 중장기적인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콜 조치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가장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출시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제품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환에 주기로 한 사실이다. 기업 경영자에게 있어 ‘기업가치’ 극대화가 궁극적인 목표이고 정부는 물론 소비자, 종업원, 환경과 같은 지속 가능성 성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파격적이라고 봐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 자문 업체인 맥킨지는 기업가치 창출을 위한 원칙 가운데 하나로 ‘어느 기업도 시장의 기대를 지속적으로 초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바꿔 말하면 기업의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수록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주가가 160만원을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사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이번 조치는, 결국 기업가치 및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온 몸으로 받아낸 ‘용기’라고 봐야 한다.
말이 쉽지 ‘숫자가 인격’인 기업 환경에서 이 같은 결정은 보통 담력이 아니고서야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당장의 시장평가를 높게 받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정당화 할 수 있는 성장 동력과 기회가 없다면 주가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마찬가지로 갤럭시노트7 리콜이 조만간 공개를 앞둔 애플의 아이폰7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반대로 애플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일이다.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이라면 모든 이목은 삼성전자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정도경영을 조직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정도경영 관리시스템 ▲불법행위 사전 방지 ▲법률적 환경 변화 대응과 같은 3가지 프로그램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갤럭시노트7 리콜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더욱 탄탄해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삼성전자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할 때 시장에서는 ‘혁신’ 부족을 지적했었다. 지금은 남보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혁신도 되고 신뢰도 쌓았다. 단기적으로 실적이나 주가에 대한 조정은 있을지언정 시장에서 바라보는 삼성전자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점에서 이번 리콜은 남는 장사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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