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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뱅킹 ATM 경쟁…부산은행에겐 더욱 특별한 이유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저게 뭐지? 다른건가?”

부산 문현동 BNK 부산은행 본점 로비를 오가는 고객들은 로비 ATM코너 끝자락에 설치된 '스마트 ATM' 에 간간히 눈길을 주었다. 지난달 24일 본지가 부산은행을 찾았을 때의 모습이다.

외관상 기존 ATM보다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갖춘 이 ATM 앞에는 하나의 푯말이 서 있었다. '스마트 ATM, 서비스 준비중입니다. 8월25일 오픈 예정'

실제로 BNK부산은행은 다음날인 지난 25일 스마트 ATM으로 명명된 생체인식 기반의 '셀프뱅킹 ATM'시스템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운영에 돌입했다(사진). 아직 시범사업 수준이지만 '스마트 ATM'은 신한은행이 지난해 12월초 선보인 '디지털 키오스크'(Digital Kiosk)에 이어 국내 은행권에선 2번째 '셀프뱅킹 ATM' 구현 사례로 기록됐다.

물론 부산은행이 선보인 '스마트 ATM'은 지향하는 목적은 같지만 기술적인측면에선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와는 여러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부산은행 스마트 ATM은 시스템 개발업체가 LG CNS, 생체인식시스템은 LG 히다찌가 공급했다. 또 생체인식방식은 지정맥(손가락 정맥)을 적용한다. 반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 노틸러스효성이 주사업자로 선정돼 개발을 맡았고, 생체인식시스템은 한국후지쯔가 제공했는데 여기에는 손바닥 정맥 방식을 적용했다. 이밖에 셀프뱅킹 ATM의 크기 등 외형에서는 부산은행의 스마트 ATM이 좀 더 작았다. LG CNS측에선 '공간 효율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의 스마트 ATM은 도입은 최초를 중시하는 신선도면에서는 평범한 뉴스일지는 몰라도 몇가지 측면에선 특별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신한은행이 셀프뱅킹 시스템을 선보였지만 이후 다른 시증은행들은 대체적으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효율성에 대한 의문때문인데 은행권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향후 신한은행과 부산은행의 운영과정을 지켜보면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BNK부산은행 본점 로비에 설치된 스마트 ATM (8월24일 촬영)
BNK부산은행 본점 로비에 설치된 스마트 ATM (8월24일 촬영)

◆부산은행에겐 특별한 '스마트 ATM' = 부산은행이 스마트ATM에 거는 역할은 시중은행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울및 수도권에 근거를 둔 주요 시중은행들은 셀프뱅킹시스템을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인식한다. 기존 ATM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창구업무 분산과 함께 점포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서울및 수도권에 오프라인 점포가 부족한 부산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은행 뿐만 아니라 BNK금융그룹의 스마트금융 전략은 지역성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한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산은행이 모바일뱅크서비스인 '썸뱅크'(SumBank)의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부산은행의 '스마트 ATM'은 오프라인 점포의 보완재가 아니라 점포를 대신해야하는 대체재다. 스마트 ATM이 사실상의 점포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스마트 ATM의 기능 확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입출금, 계좌이체 등 기본적인 ATM 업무는 물론 입출금 통장 개설, 예·적금 신규, 인터넷·스마트뱅킹 신청, 각종 카드·보안카드 발급, 제신고 업무 등 은행 업무의 약 85%를 처리할 수 있다. 이용 빈도가 높은 은행 업무만을 선별해 ‘MY BNK’ 기능을 추가했다. 인체 공학적 디자인을 적용, 일반 고객은 물론 휠체어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은행 업무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부산은행 IT기획부 관계자는 스마트 ATM의 기술적인 완성도와 관련 “앞으로 시범운영 과정을 거쳐 고객의 불편사항을 체크하고, 시스템 운영상의 문제점 등을 파악해 꾸준히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스마트화, 디지털화를 통한 금융서비스의 전국 확산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초, 신한은행은 원주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관광공사에 오픈한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를 선보였다. 기존 디지털키오스크 방식의 셀프뱅킹 ATM만으로는 효과가 떨어진 것으로 보고, 직원(상담직 2명, 입출금 전담 1명, 시스템관리 1명)이 은행 점포의 영업시간 동안 근무시간하는 형태로 변형을 줬다. 최소한의 점포 인력으로 비용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은행도 스마트 ATM 운영에 있어 향후 신한은행과 같은 전략적 변화를 선택을 하게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부산은행 '스마트ATM'은 기존 ATM과 크기가 엇비슷하다. 사진 맨 오른쪽.
부산은행 '스마트ATM'은 기존 ATM과 크기가 엇비슷하다. 사진 맨 오른쪽.

◆LG CNS와 노틸러스효성, 양강의 대결 '점화' = 한편 이번 부산은행의 '스마트 ATM' 서비스로 인해 궁금했던 한가지도 해소됐다. 노틸러스효성에 이어 LG CNS도 고도화된 '셀프뱅킹 ATM'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국산 ATM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가 모두 이 시장에 참여하게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뿐이다. 앞으로 두 회사 모두 자사의 ATM 공급비중이 높은 은행들의 요구에 따라 이같은 고도화된 셀프뱅킹 ATM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 농협,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도 시점의 차이가 있을뿐 이와 유사한 셀프뱅킹서비스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ATM 산업이 사양길로 걷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가 기능이 획기적으로 진화된 '셀프뱅킹용 ATM'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은행권이 강력한 모바일뱅크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면서 기존 ATM 모델은 더욱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었는데 어느정도 반전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비관적인 ATM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돌려놓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점포 업무의 90%까지 셀프뱅킹 ATM을 통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 부족한 10%를 채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일단 고객들이 '셀프뱅킹 ATM' 서비스에 얼마나 호응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해 졌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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