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역량 강화에 나선 삼성전자…후방산업 전열 재정비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삼성전자가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자산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통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고 해단 기업과의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지만 전사 차원에서의 효율 제고와 함께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는 움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의 지분(3%) 절반인 1.5%(630만주)를 매각했다. 지난 2012년 차세대 노광 장비 개발 협력을 위해 지분 일부를 인수한 것을 투자회수 차원에서 매각했다는 설명이다. ASML은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 노광 장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포토 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라 부르는 노광(露光) 공정은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EUV 노광 장비는 빛 파장이 13.5nm로 짧아 회로 선폭이 10나노 미만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으나 광원 에너지 부족 등의 문제로 상용화가 더딘 상태다. 인텔을 비롯해 삼성전자, TSMC 등은 10나노가 아닌 7나노부터 EUV 노광 장비를 쓰기로 결정한 상태다.

또한 삼성전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기업인 씨게이트의 주식 1250만주(지분 4.2%)도 모두 매각했다. 2011년 스토리지 사업을 씨게이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씨게이트의 지분 일부를 취득한 바 있다. 이후 지분을 일부 매각했으며, 이번에 잔여 지분을 매각한 셈이다. 스토리지 시장이 HDD에서 낸드플래시를 사용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씨게이트를 비롯해 웨스턴디지털과 같은 전통적인 HDD 기업은 실적 둔화에 빠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낸드플래시와 SSD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어 씨게이트 지분에 연연할 필요가 없게 됐다.

램버스와 샤프전자 지분을 매각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특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램버스 지분 9%를 취득한 바 있다. 2011년 풋옵션으로 램버스에 4.5%를 매각한 후 잔여 지분을 매각했다. 2013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투자했던 샤프 지분 0.7%(3580만주)를 전량 매각했다.

램버스가 보유한 설계자산(IP)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졌고 샤프의 경우 대만 혼하이그룹(폭스콘)으로 넘어간 상황인데다가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중국 TCL에 11세대 LCD 투자를 위한 신설법인에 지분 9.8%를 취득했기 때문에 대만-일본 전선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잇따른 지분 정리로 인해 후방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 시장의 성장 둔화세가 확연한 가운데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인 셈이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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