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P 노리는 퀄컴…세기의 인수 가능할까?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합병(M&A)에 한 발짝 다가섰다. 23일 블룸버그를 비롯한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퀄컴은 NXP 주식을 주당 110~120달러 수준에서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NXP나(26일)이나 퀄컴(내달 2일)이 실적발표를 하기 시기에 맞춰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퀄컴의 NXP 인수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모뎀칩을 바탕으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퀄컴은 날로 성장세가 도르라지고 있는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꾸준히 두드려왔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자동차 반도체는 연간 반도체 시장규모(3000억달러, 약 365조4000억원)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하나,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이 9%에 달할 전망이다. 이 기간 전체 반도체 시장이 2.6%, IoT를 등에 업은 컨슈머도 6%에 그쳤을 정도다.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과 성장을 거듭하는 보합세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무척 매력적이다.
하지만 자동차 반도체는 진입장벽이 높다. 안전문제를 비롯해 전장부품 생태계를 구성하는 카르텔이 무척 견고하다. 신규 업체가 끼어들 틈이 작다는 얘기다. 이 시장 상위 10개 업체는 순위가 바뀔지언정 이탈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경우가 없을 정도다. 인피니언, 르네사스, NXP,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온세미컨덕터,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반도체, 성장 가능성↑=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반도체 업계 M&A 사례에서 서로 다른 설계자산(IP)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끼리의 결합이 잦았다. 혹은 CAGR이 높았던 업체가 그렇지 못한 업체를 주로 품에 안았다. 퀄컴은 압도적으로 무선제품의 비중이 높다. NXP의 경우 자동차, 산업, 컨슈머를 두루 커버할 수 있다. 2015년 기준 반도체 시장 순위에서는 퀄컴이 3위, NXP(프리스케일 제외)가 13위였다. 시장점유율은 각각 6%와 2%를 나타냈다. 두 기업 모두 전통적으로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온 컴퓨팅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NXP의 경우 프리스케일을 작년 118억달러(약 13조8886억원)을 들여 M&A했지만 상위 5개 업체와의 격차가 아직은 크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매출액 순위로 NXP가 14위, 프리스케일이 17위다. 양사 매출의 합은 100억달러를 상회한다. 이 같은 매출 규모는 인텔, 삼성전자, 퀄컴, 마이크론, SK하이닉스, TI에 이은 7위에 해당한다. 메모리 분야를 제외한 순수 시스템반도체 업계 순위로 따지면 4위로 뛰어오르게 된다지만, 메모리의 비중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다. M&A 이후에도 자동차 반도체에서는 인피니언이나 르네사스와 계속해서 경쟁해야 하고 인텔, 엔비디아처럼 새로운 업체의 두각도 그리 달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퀄컴과 NXP가 하나가 되면 업계 구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티어1과 기술 공급업체인 덴소, 아이신, 보쉬, 델파이, 알파인, 콘티넨탈과의 협력을 통해 완성차 업체가 보다 수월해진다. 정확히 말하면 퀄컴이 가지고 있는 플랫폼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능력을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게 된다. 퀄컴이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고전했던 이유는 기술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하고 기존 생태계에 파고들만큼의 역량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AP와 모뎀칩 이외의 포트폴리오 부족도 이유다.
한 업계 전문가는 “퀄컴이 최근 M&A를 진행한 업체는 시장평가액을 상회했는데 이는 IP를 견고히 하고 경쟁사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던 전략”이라며 “이번에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M&A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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