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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장부품에서 맞붙은 삼성과 LG...차별화 전략은?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꾸리면서 LG전자와 피할 수 없는 경쟁을 예고했다. 다만 양사가 당장 자동차 반도체에서 직접적으로 부딪칠 가능성은 낮다. 서로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에 차이가 있어서다. 다만 분야에 따라서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배터리와 함께 디스플레이에서 충돌이 불가피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에서 우위를 가려야 한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자동차 반도체를 포함한 전장사업은 구글이나 애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장기적 전략을 가지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부터 목적을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한다고 봐야 한다.

독일 자동차 업체인 아우디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20나노 LPDDR4 D램, 10나노급 eMMC(낸드+컨트롤러, 모바일 내장메모리) 5.1 제품이 대상이다. 전장사업팀은 권오현 부회장이 관장한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전사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한다.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 확보가 목표”라며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장사업팀 신설은 삼성전자가 성장 동력으로 자동차를 점찍었다는 의미로 이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되어 왔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단기간 내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그만큼 전사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방증이다. 삼성그룹으로 넓혀서 보면 전기차를 만드는데 큰 걸림돌이 없다.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는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배터리는 삼성SDI, 소재는 삼성정밀화학, 각종 부품은 삼성전기가 생산할 수 있다.

그동안 아우디의 인포테인먼트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엔비디아가 공급해왔다. 저장장치는 주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사용했는데 이번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텔레매틱스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D램, 낸드플래시뿐 아니라 AP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까지 손길을 뻗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전기차 역량 강화에 나설 듯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나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전에도 국산 자동차용 반도체가 개발됐다고는 하지만 안전이나 엔진, 몸체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인포테인먼트나 운전자를 보조하기 위한 장치이기 대부분이다. 삼성전자가 아우디에 공급한 부품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지금부터 제대로 시작한다고 해도 엔진과 안전에 적용되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최소 2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수장으로 임명된 박종환 부사장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활가전에서 잔뼈가 굵은 박 부사장은 컴프레서 전문가다. 컴프레서는 냉매를 압축, 냉장고나 에어컨을 비롯해 주요 생활가전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밖에서 보면 그저 거무튀튀한 금속 덩어리처럼 생겼지만 내부는 복잡한 메커니즘의 결정체로 자동차 엔진과 원리나 역할이 같다. 최근에는 인버터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고효율 모델 개발이 트렌드다.

MCU는 특정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를 말한다. 최근 선보이는 컴프레서는 BLDC(Brushless Direct Current)모터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기존에는 AC모터를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BLDC모터를 통해 전력소비량은 물론 진동과 소음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BLDC모터는 AC모터보다 가격이 비싸고 제어가 까다롭다. 개발을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의 경우 ‘컴프레서↔BLDC모터↔MCU’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함께 인버터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BLDC모터,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MCU에 따라 전반적인 성능에 영향을 끼친다. 박 부사장에게 전장사업팀을 맡긴 것도 컴프레서가 전기차와 비슷한 구석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전장사업팀의 과제는 전사가 갖춘 제품을 얼마나 잘 엮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원만한 의사결정과 함께 독자적인 연구개발(R&D) 결과물을 수년 이내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험과 신뢰성, 디스플레이에서 앞서는 LG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조금 입장이 다르다. 전장부품 사업에 진작 뛰어들었고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 등과 거래하면서 충분한 역량을 쌓아왔다. 당장의 역량으로 본다면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자동차 반도체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예컨대 GM에 공급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모듈만 하더라도 내부에 장착된 핵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퀄컴 제품을 이용한다. 작년 국내에 출시된 현대자동차 신형 싼타페의 무선충전모듈과 투싼의 LTE 통신모듈도 LG전자가 LG이노텍으로부터 공급받아 납품한 제품이지만 순수하게 자동차 반도체로 어떤 결과를 보여주기에는 미흡한 상태다. 때문에 인수합병(M&A)한 실리콘웍스를 통해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장부품과 함께 주목해야할 것은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6년에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해다. 현재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는 재팬디스플레이(JDI)와 샤프 등 일본의 업체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대만 이노룩스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2015년 2분기 기준으로 JDI 17.3%, 이노룩스 15.8%, 샤프 13.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11.8%로 4위에 올라있다.

따라서 2016년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에 오르려면 적어도 10% 중후반대 점유율이 필요한데, LG디스플레이는 IPS와 함께 플라스틱 OLED(POLED)를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알린다는 계획이다. 한상범 부회장은 “자동차 분야에서 IPS 적용 비중을 높이고 미국, 유럽 등에 현지 인력을 강화해 고객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계획된 물량의 80%가 확정되어 있고 20%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최종결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오래 전부터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주목해왔으며 유럽, 일본, 미국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에 CID(Center Information Display,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 클러스터(계기판) 등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평판 LCD는 IPS로 경쟁력을 높이고 CID와 같은 제품은 일부 고객이 휘어지지 않는 LCD 대신 POLED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POLED에 1조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어서 대규모 양산 체제가 갖춰지면 점유율과 매출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 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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