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퀄컴, 10나노 협력…파운드리 수주전 격화
퀄컴이 10나노 핀펫 미세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35(MSM8998)’의 양산을 삼성전자 위탁생산(파운드리)에 일임했다. 최근 AP 시장에서 대규모로 AP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이실리콘(화웨이)과 미디어텍 등 중화권 업체를 비롯해 애플이 TSMC 파운드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AP 시장점유율 1위이자 큰손인 퀄컴과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미세공정 전환은 ‘28→20→14→10나노’ 순으로 발전해왔다. 이 가운데 28나노에서 20나노로의 발전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20나노 AP의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28나노의 수명을 연장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14나노가 대중화된 이후 10나노는 7나노 이전까지 28나노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7나노는 빛의 파장이 13.5나노에 불과한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 노광 장비의 도입이 필수적이지만 기술적 문제로 적용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10나노 공정은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 기술 노광 장비를 그대로 쓴다. 회로를 그려 넣는 패터닝만 세 번 연달아 하는 ‘트리플패터닝’을 사용했다. 문제는 패터닝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높아지므로 어느 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이 EUV 도입이 불가피하다는데 있다. 바꿔 말하면 14나노 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820과 비교해 10나노 공정의 스냅드래곤 835는 비용구조상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는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의 숫자를 늘려가며 원가절감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이뤄왔다. 하지만 미세공정 발전이 노광 장비의 한계로 인해 더뎌지면서 여러 번 회로를 그리는 다(多)패터닝을 필수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게 됐게 됐다. 애플이 TSMC와 함께 InFO WLP(Integrated Fan-Out Wafer-Level Package) 패키징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세공정과 같은 전공정 개선이 더디다면 패키징과 같은 후공정으로 AP 성능을 개선하겠다는 것.
파운드리 업계 입장에서는 10나노에서 충분한 양의 물량을 소화해야 EUV 기술을 활용하기 전에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퀄컴과 지속적인 협력을 할 수밖에 없다. 엑시노스로만 스마트폰 AP 물량을 전부 충당하기는 어렵다. 한때 고객사였던 애플은 TSMC에 전량 AP를 맡기고 있으니 기댈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퀄컴뿐이다.
퀄컴 시각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특별히 양산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TSMC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AP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말이다. 삼성전자는 그럴 능력이 있고 의지도 충분하다. 7나노가 본격화되려면 적어도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10나노는 1세대(LPE)에서 2세대(LPP)로 개선될 예정이다. 10나노 LPP 공정은 당장 내년부터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이 목표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 10억달러(약 1조142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997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오스틴 공장은 20년 동안 160억달러(약 18조3600억원)이 투자됐다. 본격적인 투자와 공장 확대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0년 전후다. 투자금액 규모를 봤을 때 전면적으로 공정을 전환하기보다는 10나노 초기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스냅드래곤 835를 대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는 적어도 10나노 공정에서 만큼은 삼성전자와 퀄컴이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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